주상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듯함이다. 말끔한 슈트차림으로 등장하여 여주인공이 곤경에 처하면 도움을 주고 홀연히 사라지는 캐릭터. 이른바 실장님 전문배우. 연기력으로 나무랄 데 없는 그이지만, 어떤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된다는 것은 사실 배우에게 있어 그리 썩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시청자에게 각인된 이미지 탓에 다른 역할을 소화했을 경우 몰입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늘 비슷한 캐릭터로만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주상욱이 대본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인 실장님인지 아닌지를 먼저 본다고 했을까.

그런 그가 <자이언트>와 <특수사건전담반 TEN>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방영중인 <굿닥터>를 통해 놀라운 연기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실장님 캐릭터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감정변화를 선보이고, 여주인공의 키다리아저씨에 머무르지 않은 채 오히려 주도적인 입장에서 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극 초반 주원의 자폐연기가 시청자의 눈을 붙들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주상욱은 또 한 번 ‘실장님 이미지’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맡은 김도한(주상욱 분) 교수는 소와외과 병동에서 아니 병원 전체에서 가장 능력 있는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그동안의 실장님, 본부장님처럼 ‘능력’을 갖춘 남자다. 게다가 겉으로는 까칠하고 차갑지만 혼자서 차윤서(문채운 분)를 좋아하는 캐릭터로 나름 순정을 보여주고 있다. 수술복을 입을 때는 못 느끼지만 그가 슈트를 입고 등장하면, 이것은 직업과 배경과 달라졌을 뿐 분명한 ‘실장님’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하지만 그가 맡았던 기존 실장님과 달리 김도한 교수는 감정 변화가 무척이나 많은 캐릭터다. 수술복을 입고 환자를 대할 때는 누구보다 냉철하며 이성적이지만, 박시온(주원 분)과 대립할 때는 또 누구보다 감정적인 캐릭터로 변한다. 혹시나 박시온이 문제를 일으켜 최우석(천호진 분) 원장이 곤경에 처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박시온을 매몰차게 대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 과장과 김 과장, 이혁필(이기열 분) 전무 등 병원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과 맞붙을 때에는 누구보다 정의롭기까지 하다. 비록 박시온과는 대척점에 선 인물이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의사로서의 자질만큼은 박시온의 천재성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고 따뜻하다. 때문에 올바른 길을 따르고 항상 최선을 선택하는 그가 병원 내 파워게임에서 결국 박시온과 한편이 될 것이란 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따뜻하고 자상한 멘토는 아닐지언정, 앞으로 박시온이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김도한 교수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소아외과에 남아있는 특별한 사연 같은 것이 있어 보인다. 지난 3,4회에서 잠깐 등장한 의문의 소년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랄지, 부모님과 통화한 내용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과거에 어떤 연유로 목숨을 잃지 않았을까 싶다. 그 이유에 깊숙이 관련된 김도한 교수는 소아외과에 남아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과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분명 기존 주상욱이 연기한 ‘실장님’ 캐릭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매력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굿닥터> 속 주상욱은 단순히 수술 잘하는 의사로 그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캐릭터와의 관계형성을 통해 다양한 감정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여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짜잔~’하고 나타나 도움을 주는 ‘키다리아저씨’도 아니며, 늘 웃고 스마트한 선보이는 평면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 속 누구보다 감정 기복이 심하며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상욱은 다행스럽게도 김도한이라는 캐릭터를 현재까지 너무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이런 캐릭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탈모가 진행될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주상욱은 그 다양한 감정 변화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실장님 이미지’를 완벽히 깨뜨렸고, 자폐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주원에 전혀 밀리지 않는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놀라운 연기변신이 아닐 수 없다.

등장과 함께 월화극 경쟁을 평정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청률 사냥에 나서게 될 <굿닥터>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더불어 실장님 이미지를 깨뜨린 주상욱이 또 어떤 매력과 반전 연기를 선보일지 너무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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