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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부도 설득 못하면서 2,500만 가구 어떻게?"KBS 야당 이사 토론회, 참석자들 "일방적 추진 안돼"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8.13 18:04

KBS 야당 이사들이 주최한 수신료 인상 시민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의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 추진은 안 된다"고 밝혔다. 

KBS 야당 이사 4명은 13일 오후 '수신료 인상의 전제와 원칙에 관한 시민 토론회'를 자체적으로 열었다. 야당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서 △KBS 정관 개정을 통한 제작 자율성 보장 제도화 △국민부담 최소화 △회계분리를 포함한 수신료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이 같은 전제가 수용되지 않는 한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KBS 야당 이사 4명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수신료 인상의 전제와 원칙에 관한 시민토론회-3년 전과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가 열렸다. (미디어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사회 인사, 언론학자, KBS 내부 구성원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인상 추진은 절차적 내용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특히, KBS 보도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 인사 뿐만 아니라 KBS 구성원으로부터도 제기됐다.

"KBS구성원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공론장 기능 상실된 KBS 보도여론' 발제를 맡은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은 2009년 11월부터 현재까지 4대강 사업을 다룬 KBS의 심층탐사프로그램이 9편에 불과했다며 "KBS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김인규 체제에서 상당히 많은 말을 아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일 위원은 "수신료 인상을 최상의 과제로 놓고 다른 모든 일탈적 행위는 잠시 제쳐두자는 식의 발상은 KBS를 4대강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우선은 죽어가는 4대강이 되어버린 KBS를 시급히 정상화하는 일이 우선돼야 하며 그런 뒤에 수신료 인상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진표 KBS PD협회장 역시 "현재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구성원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수신료 인상은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과연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염치의 문제다. 내부 기자-PD들은 제작과 보도에 있어서 상당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진표 회장은 "(현재의 인상안은) KBS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장 2014년부터 수신료를 거의 2배 가까이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몇년 후에는 수신료 인상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며 "이왕 할바에야 수신료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해결방법을 함께 마련해서 인상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이 해야 할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공정한 보도를 하고, 건강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조중동 종편 등 편파 왜곡을 일삼는 수구언론들 때문에 여론지형이 굉장히 기울어져 있는데, KBS가 이 상황에서 (수신료가 인상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없다"며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가진) KBS에 대한 불신의 벽이 조금도 낮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도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는 (권력의) 애완견에게 먹을 걸 왜 더 줘야 하냐는 것이다. 현재 KBS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신료를 인상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향후 공영방송의 역할과 규모에 대해서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역시 "국정원이 국민 세금으로 알바까지 고용해 왔음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비중있는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KBS는 이를 거의 뉴스 말미에서야 다뤘다"며 "이런 걸 보면 많은 국민들은 낼 돈도 없고, 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수신료 인상은 KBS가 안팎의 비판에 대해 전면적으로 화답했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속성 없는 수신료 인상 추진…뚜렷한 근거 없어"

사장이 바뀔 때마다 수신료 인상안의 내용이 매번 달라지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중대한 문제로 지적됐다.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은 "수신료 인상 추진 과정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항목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고, 실현될 경우 시청자 권익이 얼마나 증가하고, 공적서비스가 어떻게 확대될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매번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달라지고 있다"며 "KBS는 매번 달라지는 금액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도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영란 국장은 "11명이 있는 이사회 안에서도 설득이 안되는데, 어떻게 2500만 가구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내부 구성원들도 설득못하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동안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제도개선 방안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으니, 이에 기반해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신료 인상의 절차 및 인상안의 문제점' 발제를 맡은 박수철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인상안에 대해 △인상액 산출근거의 부재 △KBS가 발표한 '일곱가지 약속'의 문제점 △국민 의견 수렴 미비 △광고물량 이전효과의 불확실함 △EBS의 인상안 소외 등을 문제로 꼽았다.

박수철 연구원은 "이번 수신료 상정은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인상안, 이사회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인상안, 다른 목적을 위한 인상안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적, 운영ㆍ관리, 징수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위원회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3일 KBS 여당 이사들은 KBS이사회의 이름으로 '일부 이사들의 독자적인 수신료 관련 토론회에 대한 입장'을 내어 "일부 이사진이 공식심의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별도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폭넓은 여론수렴의 일환으로 바라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만, 다양한 시각과 입장 차이 속에서도 공영방송의 재정안정화와 재원구조개선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상당부분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KBS의 공적책무 확대, 적정한 수신료 금액 수준 등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속히 모든 이사진이 함께 참여해 수신료 조정안을 충분히 심의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이사들의 공청회는 20일(서울), 22일(대전)로 예정돼 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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