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는 8일 검찰의 < PD수첩> '표적수사'를 규탄하며 긴급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MBC본부가 전국적으로 일반 조합원들까지 참여하는 총회를 연 것은 지난 99년 방송법 투쟁 이후 9년만의 일이다.

MBC본부 19개 지부 조합원 4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남문광장에 모여 투쟁을 결의했다.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남문광장에서 MBC본부 전국 조합원 긴급 총회가 열렸다. ⓒ정은경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시작하려는 싸움은 부당한 검열과 방송탄압을 자행하는 검찰과의 싸움일 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를 짓밟는 세력과의 싸움"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방송장악 세력에 선전 포고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MBC 노동자들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이 싸움의 맨 앞에 설 것"이라며 "우리는 머지않아 총파업 깃발을 들고 이 자리에 다시 모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본부 이영훈 수석부위원장은 "< PD수첩>은 PD들만의 프로그램도 아니고 MBC만의 프로그램도 아니다. < PD수첩>이 무너지면 한국 언론이 다 무너지는 것"이라며 "군홧발이 < PD수첩>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 MBC본부 19개지부 위원장들이 무대에 올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제 MBC본부 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이영훈 MBC본부 수석부위원장. ⓒ정은경
제주MBC 김훈범 PD는 이날 자유발언에서 "< PD수첩>은 20년 동안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온 프로그램"이라며 "100일도 되지 않아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모두 잃어버린 이명박 정권이 < PD수첩>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광주MBC지부 황성철 위원장은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조합원 여러분들이 답을 좀 해달라"며 운을 뗐다. 그는 "< PD수첩>이 잘못 보도했다면 왜 미국 정부나 미국 축산업체가 나서지 않고 한국 검찰이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한국 검찰은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이냐"고 물었다.

황 위원장은 "네티즌들이 광고중단 운동을 했다고 검찰이 수사를 하겠다는데 황우석 사태 때는 왜 가만히 있었느냐"며 "그때는 왜 수사를 안했는지 동지들은 아시냐"고 검찰의 행태를 비꼬았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은경
MBC 시사교양국 오동운 PD는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PD수첩은 지금 많이 두렵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PD수첩>은 지금 많이 힘듭니다. 두렵습니다. 검찰 수사 때문도 아니고 수구언론의 공격 때문도 아닙니다. 여기서 더 밀리면 < PD수첩>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이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취재수첩을 다 내놔야 할까봐,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권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달해야 할까봐, 시대의 진실을 외면하고 정권의 요구에 충실해야 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러나 < PD수첩>은 앞으로도 시대의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송을 만들어가겠습니다."

MBC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총회 결의문에서 "정권의 앞잡이로 전락한 검찰의 표적수사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 PD수첩 수사> 중단 △낙하산 인사 철회 △공영방송 장악 음모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총회는 파업가를 부르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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