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KBS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 편파ㆍ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아무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KBS는 일방의 의견과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며 현 보도 태도를 계속 고수할 것임을 밝혔다.

임창건 본부장은 12일 보도본부 기자들에게 보낸 장문의 이메일에서 "공영방송 KBS는 중간지대에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사실관계와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구분해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며 "정권의 홍보방송이란 일방적 매도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임창건 본부장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사실은 검찰 조사와 기소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국정원이 특정후보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KBS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소단계에서 선거법 적용 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댓글의 성격과 법적인 의미에 대해선 추후 법원의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듯 국정원의 국기문란이나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직은 성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창건 본부장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파적 이슈를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일까?"라고 물으며 "KBS에 입문한 지 30년이 다돼가는 저도 솔직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실과 주장을 구분해 Fact는 사실대로 충실히, 주장은 균형을 맞춰 보도한다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에 좀 더 가깝다고 해도 일방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의 딜레마이자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눈치보기'다 '물타기'다 '기계적 균형'이다 험한 비난을 듣기 십상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공영방송의 책무와 역할을 쉽게 접을 수는 없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에 휘둘리거나 압력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임창건 본부장은 "이전에도 그렇듯이 저는 앞으로도 정파적 갈등구조에 갇힌 이슈, 특히 국익과 관련된 핵심 사안에 대해선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제가 먼저 마음 문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듣겠다"며 "힘든 과정이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고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 나가면 그만큼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한 뉴스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 288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와 MBC가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했다"며 두 방송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곽상아

"실체적 진실규명 노력은 없고 정쟁으로 축소"

이에 대해 한 KBS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된 댓글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국정원이 여당 후보를 위해 불법선거운동을 한 게 확인된다.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실체적인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은 안하고 마치 정쟁의 대상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는 게 KBS의 문제"라며 "주장과 사실을 구분하고 있다고 하는데, 수사에 불과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주장의 내용을 검증해야 하는데, KBS는 양쪽의 주장을 사실로 둔갑시켜서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규명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는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를 정쟁으로 축소해 피상적인 보도만 하고 있을 뿐 실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늘 (다른 언론사에) 물만 먹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늘 여권 편향적"이라며 "KBS가 재판의 한 당사자를 대변하는 것은 안되지만,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해서 소극적으로 보도할 필요도 없다. 이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사실과 주장을 구분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보도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KBS가 지속적인 모니터를 통한 내외부의 비판을 '일방적 비난'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KBS 보도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이 정도의 판단밖에 할 수 없는지 유감이다. 본부장이야말로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