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이 넘도록 꺼지지 않고 시청광장에서 연일 타오르고 있는 촛불의 동력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 나오고 있다고들 한다.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집회에서 비폭력을 외치는 것도, 이른바 '오늘의 숙제'라는 이름의 광고주 불매운동 또한 바로 이 '아고라'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그 아고라를 찾던 네티즌들이 지금 '망명길'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탄압을 피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외국 사이트로 말이다.
'아고라'는 미수입 쇠고기에 논란에 관한한 말뜻 그대로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시민들의공론장 못지않게 2008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하는 토론의 광장 역할을 해냈다. '아고라'가 21세기에 인터넷을 만나 디지털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세력들이 인터넷의 역기능만을 부각시켜 '아고라'를 탄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함께 정부와 조중동에게 눈엣가시로 비친 '아고라'에 이들의 공세가 집중된 꼴이다. '아고라'를 통해 소통하면서 담론을 형성해 나가던 시민들은 이들의 총 공세를 피해 구글과 같은 해외 사이트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고 있다.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은 정부의 압박으로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업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시민의 공론장이 되어야 할 '아고라'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제되면서 시민들의 공론장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공론장 '아고라'로부터 촉발된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과거 독재정권을 경험해 왔던 시민들은 조중동과 같은 언론들이 전해주는 일방적 흐름의 정보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정보의 일방적 수용자에서 인터넷을 통해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스스로 학습해 진화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각계각층의 전문가인 네티즌 한명 한명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수많은 전문가 집단을 이루고 있는 방사형 구조로 짜여있다. 이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것이 공론의 장 '아고라'다.
또한 '아고라'를 통해 촛불정국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시민들은 어느 누군가로부터 통제받거나 지시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은 지금 그들이 마음 놓고 토론하고 담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로운 광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압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생방송 플랫폼 아프리카의 운영회사인 '나우콤'이나 '다음'과 같은 기업이 소유한 공간이 아닌 그야말로 시민들이 소유한 진정한 '아고라'를 원하고 있다.
이제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아고라'를 시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17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대안일 수 있다. 시민들의 대표성을 가진 협의체에서 '아고라'를 만들어 제대로 운영함으로써 누구나 인정하는 인터넷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도록 해야한다. 지금 촛불을 들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은 공론장 '아고라'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바로 21세기 참여 민주주의의는 실현될 수 있다. 그래야만 탄압을 피해 사이버 망명길에 오른 시민들이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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