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태에 대한)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와 조직적인 비호, 사실관계의 왜곡과 축소 등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 언론인들은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분노의 촛불은 더 뜨거워지고 있지만 언론인은 침묵하거나 왜곡보도의 첨병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다…."

8일, 언론인 1954명이 발표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주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 가운데 일부 대목이다. 이날 언론인 1954명은 이번 시국선언을 계기로 "보도통제에 맞서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8일 언론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는 MBC를 제외한 KBS, SBS 취재진만이 보였다. ⓒ미디어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SBS 카메라 취재진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정작 방송3사 메인뉴스 가운데 KBS에서만 겨우 단신으로 보도되는 데 그쳤다.

8일 KBS는 <뉴스9> '간추린 단신' 말미에 "전국 언론노동조합과 언론 시민단체들은 오늘 현직 언론인 천 9백여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가 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국정원의 개혁을 촉구했다"는 한 문장을 내보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나 언론의 책임과 관련된 대목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KBS에서는 단일 언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인 545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 언론인 1954명의 시국선언이 있었던 8일, 방송3사 메인뉴스 가운데 KBS만 이를 단신으로 보도했다.

한 문장이라도 방송된 KBS와 달리 MBC와 SBS 메인뉴스에서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32명의 언론인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MBC의 경우,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카메라 취재진이 기자회견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SBS에서는 71명의 언론인이 시국선언에 참여했으나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이번 시국선언을 주도한 단체 가운데 하나인 언론노조의 강성남 위원장은 "지난해 MBC 파업에 대한 원로 언론인-시민사회의 시국선언과 달리 이번에는 대규모 현업 언론인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며 "스스로를 비판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이 내용을 보도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자체가 현재 국내 방송사 보도 시스템의 한계이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비단 언론인들의 시국선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는데, 이같은 사회적 시대적 흐름에 대해 외면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