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월 8일자 8면.
<앰네스티, 부상 전경 조사>

오늘자(8일) 조선일보 8면에 실린 사진기사다. 사진 설명은 이렇다.

"인권운동단체인 국제앰네스티 노마강 무이코 조사관(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 시위대에게 머리를 폭행당한 한 전경(오른쪽)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영국 런던의 앰네스티 사무국은 촛불시위 도중 일어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 무이코 조사관을 한국에 파견했다."

이 한 장의 사진과 설명만 놓고 보면 촛불시위 때 폭행당한 전경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앰네스티가 조사관을 파견한 것처럼 보인다. 조사관의 표정도 심상치 않다. 시위대의 전경에 대한 폭력의 심각함에 전폭 공감을 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조선일보의 편향성이 어느 정도로 지독한 지를 드러낸 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무이코 노마 강 조사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4일. 이 사안을 조선일보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5일자에서 연합뉴스 바이라인으로 1단으로 보도한 게 전부다. 같은 날 많은 신문이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보도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이유가 뭘까.

▲ 조선일보 7월5일자 8면.
그건 무이코 노마 강 조사관이 한국을 방문한 목적 자체가 조선일보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연례적인 정기조사 외에 특정 사안에 대한 조사 목적으로 조사관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특히 한국의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무이코 조사관, 한국 땅을 밟으면서 그리고 촛불집회를 참관하면서 이런 얘길 한다.

"개인적으로 촛불집회는 굉장히 평화적인 집회로 보였고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는) 위대한 민중의 힘이다. 굉장히 평화롭고 잘 조직돼 있다. 동아시아 담당관으로 어디에서도 이런 장면은 본 적이 없다."

▲ 한국일보 7월5일자 29면.
과격폭력 시위를 일삼는 촛불시위에 대해 '표현의 자유' '민중의 힘' 운운하는 앰네스티 조사관이 조선일보 눈에 호의적으로 보일 리 없다. 한국 시민단체 관계자라면 대놓고 '까고' 싶은데 국제앰네스티라는, 지명도 높은 국제인권운동단체 소속 조사관인지라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지난 5일자 조선일보 1단 기사에는 이 같은 '정치적 함의'가 녹아 있다.

그런데 '이랬던' 조선일보가 갑자기 오늘자(8일)에선 큼지막한 사진에 친절한 설명까지 붙여가며 비중 있게 다룬다. 조선일보의 마음을 바꾸도록 한 건 다름 아닌 '전경에 대한 폭력조사' 부분이다. 어떤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룰 것인가 - 이건 해당 언론사의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앰네스티의 방문 목적 자체를 '훼손하는' 조선일보식의 보도는 곤란하다.

앰네스티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나올 경우 조선일보가 어떻게 다룰 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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