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으로 언론에 알려진 서울 은평구 소재 청구성심병원(원장 소상식, 이하 성심병원)이 자신들의 노사 관계를 보도하며 '식칼테러' '똥물투척'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기사게재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경향은 병원쪽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합의를 진행 중인 반면 한겨레는 병원쪽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끝까지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 청구성심병원이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상대로 제기한 '기사게재금지가처분신청서'
조합원일부, '노조탄압으로 정신질환' 산재인정

사건의 개요는 9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우선 2003년 3월 근로복지공단은 '사측의 노조탄압으로 집단 정신질환에 걸렸다'며 청구성심병원 조합원 8명이 낸 '산재인정 신청'에 대해 조합원 5명의 경우를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산재로 인정했다. 이후 2007년 3월에도 청구성심병원 노조 조합원 3명은 같은 이유로 산재 판정을 받았다. 이보다 앞선 1998년에도 성심병원은 노조 총회에서 노사간 다툼이 벌어져 법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성심병원의 파행적 노사관계는 2003년 8월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청구성심병원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청구성심병원 인권침해 진상조사 발표회'를 열고 "이번 조사에 응한 60명 가운데 35명이 정신질환이 의심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겨레 "성심병원 노조탄압 알려진 것은 '식칼테러' '오물투척' 있었던 1998년"

한겨레는 지난 4월 18일자 <청구성심병원 10년째 '정신 나간 노조탄압'>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청구성심병원의 노조 탄압이 알려진 것은 노조원들을 겨냥한 '식칼 테러'와 '오물 투척' 사건이 있던 1998년이었다. 이후 병원 쪽의 노조 '탄압'으로 노조원들은 우울증 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4월 18일자 14면 청구성심병원 10년째 '정신 나간 노조탄압'
한겨레는 같은날 <청구성심 간호사의 절규 "미안해, 나만 죽으면 해결되겠지">에서 "원장으로부터 '배때기를 쑤셔버려'라는 폭언을 들은 전임 노조간부 이씨의 사례 뿐 아니라 청구성심병원은 노조 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며 "병원 쪽은 지난 98년에도 노조 총회를 방해하려고 노동자들을 '식칼'로 위협하고, 노조원에 '똥물'을 뿌렸다. 이런 사실은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지탄을 받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병원 쪽의 노조에 대한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향닷컴도 지난 3월 20일 <6년 동안 산재판정만 2번 "바뀌지 않는 노조탄압">에서 "청구성심병원은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하며 식칼을 휘두르고 똥물을 뿌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고 보도했다.

성심병원 "노조가 외부세력 끌어들여 폭력사태 유발…'똥물' '식칼' 사실 무근"

하지만 성심병원은 '똥물투척' '식칼테러' 를 비롯한 '노조탄압'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성심병원은 지난 6월 24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서에서 "'1998년 8월 7일 당시 노조가 환자들이 안정을 취해야 할 늦은 밤에 민노총 등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폭력사태를 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이 언론사 기자에게 '병원측이 구사대를 동원해 임금체불에 항의하면서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에게 인분을 퍼붓고 흉기를 휘둘렀다' '오물, 똥물을 퍼부었다' '식칼과 가위를 가지고 폭력이 난무했다'고 말했고 이러한 발언은 아무런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당시 주요 언론에 그대로 기사화됐다"고 주장했다.

성심병원은 "경찰 조사 결과 일부 폭력행위가 발생한 적은 있으나 병원측 직원들이 노조원들에게 식칼을 휘두르거나 똥물을 투척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경향과 한겨레는 성심병원 노조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똥물투척, 식칼테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일반인들로 하여금 성심병원이 과거에 위와 같은 일을 자행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해 병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김성현 성심병원 총무팀장은 "'똥물투척'이나 '식칼테러'와 같이 명백히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소송을 거는 것"이라며 "맨 처음에 기사를 싣고 가장 꾸준히 실었던 두 신문을 선택한 것이다. 노사문제만 터지면 우리를 거론하면서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데 우리는 결코 노조를 탄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심병원 노조 "한겨레의 대응과정에서 증거사진 제출할 것"

그러나 노조 쪽의 입장은 다르다. 최윤경 보건의료노조 청구성심병원 지부장은 "사측이 언론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가지 않았으면 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언론을 통해 사측의 탄압이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으나 노조 탄압은 여전하다. 우울증 때문에 쉬고 있는 지부원들을 회사에서는 무단결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지부장은 "한겨레에 제기된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사측이 식칼을 휘두르고 똥물을 (조합원에게) 던진 사진과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한겨레 사회부 편집장도 "성심병원의 가처분을 받아줄 이유가 없다"며 "증거들이 있으므로 끝까지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 관계자는 "병원쪽과 법정까지 안가는 선으로 합의를 진행 중"이라며 "기사에서 '식칼테러' '오물투척'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98년도 일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다. 향후 성심병원의 노사관계를 기사화할 때 '식칼테러' '오물투척'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보건의료노조 청구성심병원지부가 법원에 제출할 사진자료.
▲ 보건의료노조 청구성심병원지부가 법원에 제출할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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