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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최대 반전, 이요원 고수에게 분노의 청혼[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3.08.07 10:22
역시 눈물 연기는 이요원이 참 잘한다. 김미숙의 정체를 알고 나서 흘리는 분노와 혐오의 눈물연기는 소름끼칠 정도로 치밀하고 섬세했다. 27년 동안 엄마라 믿고 따랐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알게 됐을 때의 상황은 누구라도 큰 사고를 칠 정도의 분노와 혐오에 휩싸일 것이다. 마침내 이요원은 가족회의를 통해 새엄마 김미숙의 정체를 의심하게 됐다. 그러나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이라 이요원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죽은 최 회장의 오랜 심복이었던 계열사사장을 만난 결과를 통해 차명주식의 존재를 확신하고 전화상으로 성진그룹 지주회사 변경을 지시하자 김미숙은 그런 이요원을 만류하고 나섰다. 이제 누가 차명주식을 이용해 성진그룹을 먹으려드는지 분명해졌다. 배신감과 충격에 치떨리는 순간이었지만 이요원은 매순간 죽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김미숙 또한 죽은 최 회장을 들먹이며 성진시멘트를 지주회사로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럴수록 이요원이 느끼는 배신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끝까지 자상한 엄마인 양 다가와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에 이요원은 분노와 혐오를 느꼈으나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을 눈물 연기 하나로 모두 표현해냈다. 그러나 인간인지라 그 감정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해 작게 김미숙의 손길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미세한 표현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이요원이 느꼈던 그 감정은 한참 뒤 고수와 결혼을 결심하는 장면에 말로 표현됐다. 
 
이요원은 그 끔찍한 순간을 견딜 만큼 김미숙에 대한 치밀하고도 잔혹한 복수를 구상한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고수와 만나는 자리에 김미숙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로 속이고 속아주는 척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고수는 10억 달러와 성진그룹 절반을 바꾸자고 하고, 김미숙이 그 제안을 수용하는 과정이었다. 김미숙에게는 그룹을 지키는 것보다는 성진그룹을 와해시키고, 이요원을 망치는 것이 더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요원은 그러지 못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처럼 아기를 반으로 나누라고 했을 때 진짜 부모가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김미숙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이요원으로서도 반격할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유산상속소송을 통해 분배를 하자면 김미숙에게 돌아갈 것은 매우 적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오빠와 언니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요원 앞에서는 김미숙의 행위에 치를 떠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각자의 계산과 욕심에 끌려 결국 또 다시 동생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런 형제의 모습에 이요원은 박전무에게 뼈저린 감상을 말한다. 
설득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힘으로 해야 된다.
맞는 말이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에게 논리와 진심은 설득의 소재가 되지 못한 지 오래다. 힘을 가진 자에게 착한 사람이란 복종하고 침묵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이요원은 그 힘을 가지기 위해서 절대 마시고 싶지 않은 독배를 스스로 마시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고수와 만난다. 이미 김미숙의 손길마저 참아낸 그 감정으로 결심한 이요원의 마지막 카드는 결혼이었다. 이요원은 피를 나눈 형제에게 전혀 의지도, 신뢰도 할 수 없는 처절한 위기 속에 적과의 동침이라는 반전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런 것을 분노의 청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미숙만 아니었어도, 오빠, 언니가 등을 돌리지만 않았어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파란만장한 이요원의 결혼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요원의 청혼은 고수가 제안한 성진그룹 반 혹은 그 이상을 의미할 수도 있다. 물론 이요원은 전략적인 의미를 분명히 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일단 둘이 합쳐서 김미숙과 손현주를 쳐낸 후에 모두를 걸고 둘이 싸우자는 의미의 결혼제안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바로 전에 오래 미뤄왔던 장신영과의 결혼약속을 하고 온 고수였다. 드라마틱이란 말은 바로 이 순간에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드라마 프롤로그에서 피 묻은 손에 반지를 끼워주던 이요원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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