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개 시민사회 단체는 KBS, MBC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 편파·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며 길환영 KBS 사장과 김종국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288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국정원 시국회의)는 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와 MBC가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했다"며 두 방송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 288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와 MBC가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했다"며 두 방송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미디어스

국정원 시국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많은 민주시민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해낸 민주주의가 이토록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는데도, '권력의 주구방송' 행태만 보이고 있는 KBS와 MBC의 편파ㆍ왜곡 보도는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며 "국정원이 선거공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행태를 확인하고도 그 책임을 묻지 않으며, 사실상 공범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MBC 구성원을 향해서도 "정권친위대 방송, 충성경쟁 방송을 즉각 중단하라"며 "양심이 살아있는 내부 구성원들은 더 이상 '허위와 어둠의 세력'에 굴종하지 말고 국민들을 믿고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보도투쟁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어, "만일 지금이라도 저항하지 않고 계속 침묵하게 된다면, 이는 '권력의 주구방송'의 방조자 또는 공범자가 되어 역사 앞에 부끄러운 언론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국정원 시국회의는 기자회견문 낭독 직후 KBS, MBC, YTN 이름이 적힌 TV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미디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는 단지 우리가 주최한 행사를 KBS, MBC가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떼쓰는 게 아니다"라며 "촛불로 표현되는 민심, 나날이 숫자가 불어나는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를 KBS,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들이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박근용 처장은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권력이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파헤쳐서 사회 주요 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KBS, MBC가 국정원의 정치공작, 개입 사건과 관련해 단 한번이라도 의제설정기능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방송사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KBS노조를 향해 "KBS의 국영화를 방조한 게 바로 당신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팀장, 부장의 자리에서 (간부들과 함께) KBS의 거대한 암덩어리가 된 당신들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며 "역사가 이미 당신들의 행위에 대해 기록했음을 명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재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보도하지 않는 방송사를 과연 국가기간방송, 국가재난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KBS, MBC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없다. 저널리즘, 언론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정원 시국회의는 길환영 KBS 사장, 김종국 MBC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KBS는 '면담 불가'를 통보했으며 MBC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기자회견 이후 길환영 사장 대신 보도국 실무 부장들과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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