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소설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했듯이 드라마 역시 그렇다. 새로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는 일단 재미있다. 그런데 감동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좋은 드라마를 만날 때 느끼는 작은 흥분이 느껴지게 한다. 한국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의료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소아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굿닥터는 또 역시 흔치 않은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원의 성장드라마라 할 수 있다. 서번트 증후군 혹은 자폐증에 관한 영화 몇 편이 먼저 떠오른다. 더스틴 호프만의 레인맨, 실제 인물을 영화한 샤인 그리고 한국영화로서는 말아톤이 있다.
모두가 배우들의 명연기로 호평 받은 영화들이다. 그래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주원의 서번트 증후군 연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 평가가 이르기는 하지만 연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여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갈수록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제작여건상 영화처럼 매 장면에 완벽한 연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대신 익숙해진다는 장점으로 커버할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주원이 가진 약간 어눌한 느낌이 딱히 연기를 하지 않아도 자폐를 표현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이야기는 박시온(주원)의 어린 시절로 시작된다. 쇠락해가는 탄광촌에서 태어난 시온에게는 형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할 때마다 구해주고,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로부터 엄마와 시온을 감싸주던 믿음직한 형이었다. 그러나 그 형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위험한 폐광에 들어갔다가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형의 죽음은 어린 시온에게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아버지보다 더 의지를 했던 형은 떠났지만 시온에게는 동네 보건소에 근무하던 의사 최우석(천호진)이 있었다. 시온의 남다른 능력을 발견한 최우석은 시온을 지원하여 어느덧 의대를 마치고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채용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어디나 그렇듯이 전문직종의 사회는 매우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 자폐를 갖고 있는 시온을 순순히 받아줄 리가 없다. 게다가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했다가 자폐 병력을 이유로 취소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온의 채용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반대로 일단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침 면접을 위해 병원으로 가던 중 역에 발생한 사고가 시온에게 결정적 반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자폐자들은 일정이나 목적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기도 한데, 사고로 다친 환자가 어린이였기에 시온은 면접을 뒤로 미루고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시온의 정확한 진단과 처치로 인해 무사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병원으로 이송도중 다시 환자에게 위험한 상태가 찾아온다. 매우 유능한 의사도 각종 검사와 실제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는 진단을 시온은 금세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서 이 드라마의 독특한 기법이 소개된다. 시온이 머릿속에 담겨진 의학지식들을 입체적으로 결합시켜 진단에 이르는 과정을 독백처럼 보여주는데, 그것은 시온의 천재성과 자폐라는 장애를 신비하게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병원 밖에서 펼친 시온의 활약은 한 시민의 찍은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거절당했던 채용 문제를 되돌릴 수 있게 했다. 다만, 채용 후 6개월 내에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추천을 한 병원장 최우석이 사퇴하겠다는 단서가 달렸다. 당연히 원장 반대파들의 끈질긴 훼방과 비방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며 결국 그것까지 모두 극복해내는 것이 시온의 임무라 할 것이다. 물론 반대판 만큼이나 시온의 우군도 만만치 않다. 우선 소아과 열혈 펠로우 차윤서(문채원)이다. 차윤서가 시온을 도우면서 차차 사랑에 빠지게 될 거란 점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일단 빠르게 주원의 히스토리를 전달한 첫 회라 다른 캐릭터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한 소개만 됐을 뿐이다. 그렇지만 아주 짧고 강한 한 문장의 대사로 문채원은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주상욱과 통화를 하다가 화를 내면서 욕설을 하는 장면인데, 실제 육두문자를 한 것 이상으로 아주 차진 욕설의 맛을 살려냈다. 게다가 술에 취해 숙소로 돌아와 주원이 보는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는 과감한 모습까지 문채원은 전보다 더 연기에 독한 욕심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팬티바람으로 양치질을 하는 주원을 보고 놀라는 장면은 주원과 문채원의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의 서곡으로 아주 적절했다. 주원의 서번트 증후군 연기나 문채원의 까칠 연기가 잘 어울릴 거란 예감이 든다. 동정과 연민이 아닌 동질감과 공감의 동행을 말하고자 하는 굿닥터는 이대로만 간다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소외가 없는 사회를 향한 희망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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