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청계광장은 시민들이 든 촛불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정치권에게도 “국정원 국정조사 똑바로 하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등 2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범국민 촛불집회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열렸다.

▲ 제5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던 3일 오후 청계광장의 모습 ⓒ미디어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피해를 본 것은 문재인 후보가 아니다.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진다는 믿음으로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한 시민들 모두가 피해자다. … 오늘의 촛불은 진보의 촛불, 야당의 촛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되찾는 국민의 촛불”이라는 인사말로 촛불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국정원 국정조사 태만한 ‘새누리당’ 비판 빗발쳐

이날 촛불집회에는 각 당의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이 발언대에 올라 국정원 국정조사에 성실히 나서지 않는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지난 1일부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운동에 돌입, 서울광장으로 나온 민주당에서는 국정원 국조 특위위원장을 맡은 신경민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경민 의원은 “국정조사가 잘 될 것 같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시간이라도 하루라도 더 하려고 발버둥쳤다. 그마저도 오만방자한 증인들 앞세우고 딱 이틀 했다”면서 “그런데 새누리당은 오늘(3일)만 지나면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국정조사 일정을 미룬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검찰 조사를 수사 방해로 막고, 촛불과 시국선언을 NLL로 막고 국정조사를 헛바퀴로 막았다”며 “민주당의 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증인 출석 요구가 무리한 것인가. 무리가 아니라 당연한 것인데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영상을 공개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활동유형을 밝힌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휴가도 못 가고 깜깜한 방에서 동영상 보고 녹취록 푸느라 창백해진 이상규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상규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는 딱 한 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이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새누리당은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태만히 하지 말고, 비협조적으로 하지 말고 당장 국정조사 제대로 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이 함께 투쟁하고 있다. 모든 야권이 똘똘 뭉쳐 국정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와의 연계 의혹을 반드시 밝혀내겠다.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새누리당은 야당들이 민심의 현장에 함께하는 것을 두고 의회 정치를 파괴한다, 민생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떠들고 있다. 저희가 나온 것은,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대선 불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인정하는 것과 국정원과 국정원에 결탁한 세력들의 불법, 부정을 인정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박원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백성들과 동떨어진 구중궁궐에 고립돼 있는 이상한 나라의 여왕 같다”며 “박 대통령은 지금처럼 입을 다물고 국민의 민심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반납하고 청계광장 밝힌 3만 촛불들

“원세훈 김용판 증인채택 동행명령 국정조사 살려내라!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국정원 전면 개혁하라!
국정조사 방해하는 새누리 특위위원 전원 교체하라!
국정조사 한 것 없다 조사기간 연장하고 제대로 조사하라!”

어느덧 5번째를 맞은 이날 범국민 촛불집회에는 3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4,000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름휴가를 명목으로 국정원 국정조사 재개 시점을 늦췄지만,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와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것이다.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시민 3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4,000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시민들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정치권에 '국정원 국정조사를 똑바로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아예 국정원 앞으로 휴가를 떠난 시민도 있었다. 국정원 국민감시단의 김효준 단장은 “국정원은 국민들의 주권을 훼손했는데 국회의원들은 휴가 간다고 국정조사도 안 하고, 공영방송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이들을 대신해 국정원을 감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국정원 앞으로 휴가를 떠났다”며 “경찰과 국정원의 감시와 탄압이 있지만 국정원을 감시하며 야영을 즐겨보려고 한다”는 김효준 단장에게 시민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국정원 국민감시단은 14일까지 국정원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이와 함께 청계광장을 찾은 가족,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친구와 함께 참석한 대학생 등 성별, 나이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나 ‘국정원 규탄’과 ‘철저한 국정원 국정조사 요구’를 향한 마음만은 같았다. 시민들은 손팻말을 흔들고, 목 높여 구호를 외치고, 발언대에 오른 이들의 발언에 환호와 함성을 보내며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풍문으로 들었소’를 패러디해 열창한 류앤탁의 공연 때는 시민들이 노랫말을 같이 따라부르기도 했다. “풍문으로 들었소 원세훈이 대선에 개입했단 그 말을 / 풍문으로 들었소 김용판이 수사를 왜곡했단 그 말을 / 풍문으로 들었소 박근혜의 당선이 이상하단 그 말을 / 풍문으로 들었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단 그 말을”

“다음주(10일)에는 전국 10만 가능하겠죠?”라는 장대현 집행위원장의 말에 시민들은 “네!”라는 힘찬 외침으로 화답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9시 즈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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