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8회를 끝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가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훈훈한 해피엔딩이었다. 민준국(정웅인 분)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박수하(이종석 분)는 경찰대학에 합격했으며, 장혜성(이보영 분)과 박수하의 사랑은 달달하게 맺어졌다. ‘혹시 누군가가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것 아니야?’ 라는 불길함에 해당되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가? 그건 또 아니라고 본다. 장혜성을 향한 차관우(윤상현 분)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질 못했고, 서도연(이다희 분)은 황달중 사건의 공소취소로 징계를 받게 되었으며, 서대석(정동환 분)의 잘못에 대한 처벌은 마지막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시청자들은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불완전한 해피엔딩에 대해서 토를 달지도, 불만을 제기하지도 않는다. 설사 차관우의 표정이 외롭고 처량해 보이고, 집을 나서는 서도연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해도 말이다. 이유는 하나다. 그 동안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가 시청자들에게 ’그럴 수도 있겠다’ 는 납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다치지 않고 하하호호로 마무리 되는 억지스러운 해피엔딩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지어 보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마무리한다. 박수하와 장혜성의 사랑이 이루어짐으로써 철저하게 솔로가 돼버린 차관우는 은근슬쩍 서도연과 엮이게 된다. 일로든 뭐든 서로 티격태격하든가, 아니면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든가 해서 또 한 쌍의 커플이 탄생된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을 위해서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써먹는 전형적인 짝짓기. 우리는 이런 마무리를 숱하게 봐 왔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는 러브라인에 있어서 그 어떤 과장이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물론 차관우와 서도연이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드라마는 애써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으려 하는 것보다,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리 쉽사리 변하고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욱 치중을 했다. 그 점이 여느 드라마와 비교되는 커다란 차이점이다.

박수하와 장혜성의 사랑에 대한 엔딩도 다르다. 여전히 어색한 연상연하 커플. 그 어색함을 그냥 그대로 남겨두고 끝을 냈다. 억지로 어울리게 그려내지도 않았고, 그들의 사랑을 확증하게 하는 그 어떤 장면도 보여주지 않았다. 장혜성은 박수하를 보면서 언젠가는 끝을 내야 한다고 다짐하며, 그에게 의지를 해서는 안 된다는 혼잣말을 여전히 되뇌고 있다. 박수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고 하루하루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속에서 살아간다. 완벽하지 않다. 불안한 가운데 진행되는 그들의 사랑이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 는 이것이야말로 현실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리의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임을 말해주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 생각났다. 외모도 꽝, 몸매도 꽝, 학벌도 꽝인 여자와 외모는 훈남, 몸매는 모델, 학벌에 재력까지 갖춘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는 남산공원 계단에서의 키스로 끝이 났었다. 그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지도 않았고, 민망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결말을 내지도 않았다. 예전처럼 똑같이 만나고 똑같이 싸우고 똑같이 연애하면서 지낸다는 김삼순(김선아 분)의 독백이 마지막에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둘 중 누군가가 죽거나 오글거릴 정도로 닭살스런 연애행각으로 끝을 내던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리, 이들의 끝을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무척이나 생경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신선한 자극이었다. 찜찜하기는커녕, ‘그래! 바로 이런 결말을 기다렸어!’ 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가 그러하다. 이 드라마가 선사한 열린 결말은 이번에도 역시 비범하고 탁월하기만 했다.

여러 모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의 결말은 남달랐다. 민준국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박수하의 영웅심을 부추기지도 않았고, 드라마틱한 설정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도 않았으며,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도착해서 뒷북을 쳐대는 경찰이 아닌, 스마트하고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현장을 정리하는 경찰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냈다. 달라도 한참 다른 사건 해결 방법이었다.

뻔하지 않은 설정이어야 하고, ‘저건 너무 억지스러운 걸’ 하며 혀를 차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 달라야 하되 공감은 있어야 한다는 의지에 기인하여 ‘너의 목소리가 들려’ 는 만들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해피엔딩을 피하고 대신 비범한 열린 결말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드라마들이 한 번쯤은 눈여겨봐야 할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극단적인 결말에 시청자들은 이미 지쳐있다는 것을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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