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회를 남기고 민준국이 체포되고, 수하와 혜성이 위기를 벗어나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까지 보면 해피엔딩입니다. 문제는 아직 마지막 회가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시점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혜성이라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민준국을 무장해제 시켜버린 수하와 혜성의 믿음;
혜성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결국 마지막 회를 예상하게 한다

수하를 몰락시키기 위해 혜성을 납치한 준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아픈 상처를 그저 단순히 수하의 아버지와 의사의 탓으로 돌리고, 잔인하게 살인을 한 준국은 그 모든 것이 수하의 아버지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고만 믿을 뿐이었습니다.

준국은 감방 동기를 이용해 수하의 휴대폰을 손에 쥡니다. 이를 통해 혜성을 납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하와 혜성이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고 있고, 그런 관계 속에서 그 둘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끄는 것은 너무나 쉬웠기 때문입니다.

수하의 휴대폰을 이용해 혜성에게 전화를 하고, 자신이 수하를 인질로 붙잡고 있으니 혼자 빨리 오라는 준국의 발언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잔인한 살인자가 전화를 걸어 홀로 낯선 곳으로 오라는 말에 주저 없이 달려오는 혜성은 대단했습니다. 국선변호사로서 자신의 임무인 변호도 망각하고,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잊은 채 오직 수하를 구하겠다는 의지만 가득한 혜성은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살인자인 민준국마저 놀랄 정도로 혜성의 담대함은 사랑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혜성으로 인해 수하와 관우 그리고 그들을 밀착 미행하던 형사들까지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법정에 서야 했던 혜성이 말 그대로 증발을 해버린 상황에서 모두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수하는 관우가 자신의 아버지와 준국의 관계를 혜성에게 말해서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실망하고 사라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만큼 수하는 여전히 어린 아이였습니다. 혜성의 본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혜성이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수하는 어리기만 해 보였습니다. 공중전화를 통해 어렵게 혜성의 전화기로 통화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수하는 오직 그 부분만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혜성만 무사하기를 바라며 두려움 속에서도 홀로 준국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수하는 현장에 도착해 관우에게 연락을 합니다. 자신은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다는 말로 도움을 요청하고 준국 앞에 나섭니다. 준국과 다시 마주한 수하는 스페너에 묻은 피와 혜성을 죽였다는 그의 발언에 분노하고 맙니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혜성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분노하는 수하는 준국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잔인한 준국은 이 모든 상황을 휴대 전화를 통해 혜성에게 모두 전달되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혜성에게 모든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자신과 같은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수하이고, 그가 자신을 죽이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음이 증명된다는 점에서 준국에게는 자신이 수하에게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결말이었습니다.

혜성을 사랑하는 만큼 그녀의 당부를 지키려는 수하는 준국을 이겨냈습니다. 극심한 분노 속에서도 수하는 "아무리 미워도 죽여서는 안 된다. 죽이는 순간 모든 이유가 사라지니까"라는 혜성의 이야기를 되 뇌이며 준국에 대한 분노를 멈춥니다.

이성이 마비되었던 시간을 겨우 잡아준 혜성으로 인해 수하는 현재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혜성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준국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이유도 이상하기만 합니다. 상대의 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수하로서는 혜성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신합니다. 이런 수하의 공격에 준국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방식이 더는 통할 수 없음을 확신한 준국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 합니다. 그리고 벗어 던진 선글라스 안에서 드러난 민준국의 슬픈 현실은 수하를 아프게 했습니다.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하루를 48시간으로 살아왔던 준국. 힘겹게 수술비를 마련해 수술을 앞둔 상황에 수하의 아버지로 인해 부인은 죽고 맙니다.

수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수하 아버지의 행동은 결국 준국의 부인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비합리함에 분노한 준국은 담당 의사와 수하 아버지를 죽임으로서 정당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혜성의 개입으로 자신이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남겨진 아들과 노모는 거리에서 굶어 죽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상황에서 준국에게 남겨진 것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난간 위에서 자살을 하려는 준국을 붙잡은 수하와 그런 상황을 모두 바라보던 혜성. 함께 죽자며 수하와 함께 건물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기절해버리는 혜성. 관우의 연락으로 특공대와 함께 에어매트까지 준비해 준국의 선택은 다시 실패하고 맙니다.

혜성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고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한 수하는 어쩔 줄 몰라 하고 병원에서 재회한 수하와 혜성은 서로를 껴안으며 살아있음에 행복해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렇게 끝나도 좋았을 겁니다. 마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듯한 17회는 그저 마무리로 써도 좋은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 18회 한 회가 더 남아있는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준국이 잡힌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의 과거가 드러나며 수하의 과거 역시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발언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준국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혜성의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수하가 "장혜성! 내 목소리 들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은 혜성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제목의 주인공은 장혜성이고, 그 너라는 존재는 박수하라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확실한 구분 뒤에 남겨진 한 회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느냐는 점일 겁니다. 차 변호사는 다시 한 번 민준국의 국선변호사로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민준국이라는 인물이 잘못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사회 시스템의 잘못이 이런 흉악한 범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변호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수하와 준국의 차이를 이야기하던 차 변호사의 발언에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으니 말입니다.

민준국에 의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수하의 과거가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는 없습니다. 수하의 목소리를 통해 그 사실이 중요하게 등장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트릭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하와 혜성이 헤어지고 어느 날 수하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혜성의 모습으로 열린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조금은 힘겨움이 그들을 옥죄기도 하겠지만, 이를 이겨내고 행복한 연인의 관계가 지속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한 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수하의 목소리를 듣는 혜성과 함께 잔인한 살인마였던 준국의 목소리를 듣는 유일한 존재인 관우 역시 중요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결국 진실의 목소리를 듣는 이야기였음이 마지막 회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 차 변호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이 드라마의 주제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