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사기극'과 조중동 ①에 이어

조중동에 보내는 충고1 - 감사원 감사결과를 스스로 검증해보라

감사원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토해양부에 수심 6미터를 강요했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압박했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12월 2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최소수심 5-6미터로 하라'고 지시했으며, 2009년 2월 9일에는 대통령실에서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또한 대운하를 추진하면서 만들어 둔 설계자료들을 4대강 사업 설계에 활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청와대의 이러한 지시는 당시 만들어진 국토해양부의 여러 문서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러니 감사원 발표가 의심스럽다면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을 취재해 감사원이 제시하는 증거가 맞는지 검증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이 지시했고 대통령실이 주문했다는 것인데, 아니라면 MB측에서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 아닌가? 조중동 기자들이야 MB정권 4대강 사업 추진세력과 절친이니 하려고만 들면 금방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그런 구체적인 검증을 한 기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조중동에 보내는 충고2 - 검증이 어려우면 PD수첩과 뉴스타파를 보라

직접 검증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황우석 사태 당시 PD수첩이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진실을 밝히자 조중동은 '언론이 검증할 영역이 아닌데 주제 넘은 짓을 했다'며 난리를 쳤다.

조중동은 '과학계에서 검증해야 할 문제'라고 하더니 서울대 조사 결과가 나오자 그제서야 그 동안의 잘못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기사를 쏟아 부었다. 이번에도 총리실에서 추진한다는 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같은 자세를 취할 것인가? 두 번씩이나 그러는 것은 언론으로서 너무 굴욕적이지 않을까?

▲ "4대강 수심 6m,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 최승호 PD의 질문은 지난 5년 동안 어떤 언론들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오마이뉴스)

만약 그렇게 스스로 검증하는 게 힘에 부친다고 생각한다면 PD수첩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2010), 그리고 뉴스타파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2'(2013)를 참고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 두 프로그램에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나오는 대운하 추진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감사원 감사는 이 두 프로그램에서 제기한 의혹을 국토해양부 공무원들 컴퓨터 안에 있던 문서로 입증한 것이다.

누가 알겠나. 학위논문을 쓸 때도 선행 연구를 참고한다.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앞서간 사람의 연구를 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것이다. PD수첩과 뉴스타파를 보면서 대운하사기극을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꼭 생각해주기 바란다.

진실을 알고 있었던 조선일보

물론 충고2는 농담이었다. 대한민국의 1등 언론임을 서로 자랑하는 조중동이 취재 능력이 부족해서 대운하 사기극을 못 밝힐 리야 없다.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는 다 알고 있다'며 그 내공을 슬쩍 보여준 적도 있다. 올 해 4월 22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MB의 대운하, 박근혜 정부 끝난 뒤 차기 정부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환경분야를 10년째 담당해왔다는 박은호 기자는 "MB가 1월 4일 MB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같이 한 자리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썼다. 그 자리에서 MB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4대강에 설치된 보 바깥 쪽(하천변)으로 (선박이 머물 수 있는) 계류장을 설치하고 (배를 들었다 내렸다하는) 크레인을 달면 4대강은 대운하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아니더라도)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 그 다음 정부 때는 (대운하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는 강한 팩트를 담고 있다. MB 스스로 대운하를 만들려고 4대강 사업을 했다는데 무슨 다른 첨언이 필요한가.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중요한 기사를 본지에 싣지 않았다. 인터넷판에 실어 슬쩍 보여주고 만 것이다.

▲ 올해 4월 22일 조선닷컴 기사

인터넷 판이건 본지건 이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감사원 발표 이후 조선일보는 아까 언급한 것처럼 사설에서 전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감사원 발표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이다.('대운하 전 단계로 4대강 팠다' 감사결과 사실인가 7.11) 조선일보에서 4대강 문제를 가장 전문적으로 취재한 기자가 '4대강은 대운하'라는 걸 몇 달 전 에 확인했는데, 그 기사를 싣는 과정에서 조선일보의 모든 편집진이 그 사실을 전달받았을 터인데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선일보의 전략적 판단이 읽힌다. 대운하사기극이 사실이지만 인정하지 않고 계속 모호성을 유지겠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대운하사기극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깊게 발을 담구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나는 다른 언론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났으리라 생각한다.

조중동을 위해 부산시민들은 나쁜 물을 계속 먹어야 하나?

4대강 사업이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실현한 MB의 대표 사업이라는 점에서, 또 그 사업의 혜택을 볼 대형 건설사들이 주는 광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중동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수는 없었을 테고, 점점 깊이 발을 담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운하 사기극이 밝혀진 지금까지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렵다.

조중동의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 4대강 문제를 정리하는데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보 철거 운운 경솔하다'고 했듯이 이들 신문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계속 유지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중동의 입장에서는 이미 4대강 사업에 깊이 발을 담근 입장이니까 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계속 야기될 논란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를 철거하지 않는다면 그 막대한 유지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수질 악화는 무엇으로 감당하나. 낙동강 하구의 부산 시민들은 MB와 조중동을 위해 계속 나쁜 물을 먹으라는 것인가? 참, 걱정이다.

▲ 낙동강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가 지난 6월 촬영한 박진교 일대 모습. 단체는 "박진교 교각에 물길이 부딪히면서 녹조가 분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동강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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