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방송3사가 축소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주의 지킴이 대학생 실천단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MBC 사옥 앞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프랑스 르몽드지, 미국 CNN 방송에서조차 수 만명이 거리로 나온 촛불집회 현장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방송3사는 정권의 시녀가 되어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며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어떻게든 축소해 보도하고, 더 나아가 은폐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실을 보고 있는 2013년 7월, 우리 대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3사를 향해 △매일 거리로 나오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당장 보도할 것 △국정원이 지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때 어떤 일을 벌였는지 취재하고 낱낱이 국민 앞에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1세기인 2013년 현재,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도하지 않았던 광주MBC는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제일 먼저 불타올랐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방송3사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및 촛불집회 보도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6월 21일 국정원 대선개입에 항의하는 첫 촛불집회가 개최된 이후 3사가 이를 저녁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경우는 5건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 단신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 연시영씨는 "저의 첫 대선 투표가 여론조작 등 불법으로 얼룩졌음을 알게 된 이후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촛불집회, 서명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왔다. 하지만 제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국정원 사태의 진실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며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시민들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송3사가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달 넘게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으나, 3사에서 단 5밖에 보도되지 못했다. 그조차도 촛불을 든 시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민망한 보도"라며 "현재의 언론 행태는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방송사들은 왜 시민들이 이 더운날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지, 국정원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욱 열심히 행동함으로써, 직접 살아있는 언론이 되어 더 많은 대학생들, 시민들에게 국정원 사태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대학생들은 방송3사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KBSㆍMBC 관계자들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