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ossFit Games는 2011년부터 Reebok의 후원을 받게 되면서 이름이 Reebok CrossFit Games로 바뀌게 되었다. 크로스핏 게임즈는 크로스핏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운동선수를 뽑는 대회이자, 모든 크로스핏터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구현하는 장이기도 하다.

특정 영역의 ‘스페셜리스트’를 부정하는 독특한 종목, 크로스핏

크로스핏에서 생각하는 최고의 신체능력이란, ‘그 어떤 시간과 거리의 영역이라도’(그게 마라톤이든 100m달리기든), ‘그 어떤 무게라도’(가벼운 무게로 많은 반복을 하거나, 무거운 무게로 적게 반복 하거나), ‘그 어떤 종류의 운동이라도’(수영, 싸이클, 역도, 체조, 던지기 등등 신체 능력을 평가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원초적인 동작들) 이 ‘모든 것을 골고루 해 낼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크로스핏 창시한 그레그 글래스만(Greg Glassman)은 최고의 신체능력을 가진 선수(The Fittest)란, 그 어떤 종류의 과제라도 모두 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바로 이 최고의 신체 능력으로 어떤 과제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가리기 위해서 2007년 CrossFit Games가 시작되었다.


2012년 하이라이트

세상의 모든 운동선수들은 자신이 개발해야 할 특정한 분야의 신체능력들이 있다. 역도선수에게는 파워와 스트랭스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마라토너에게는 지구력과 스테미너가 특별히 개발해야할 신체능력들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은 특정 영역의 능력에서 특화된 선수들을 부정하는 ‘독특한’ 스포츠이다. 한마디로, 100m 달리기 1등이 마라톤에서도 1등이 되기를 요구하며, 역도 선수가 체조 경기에서도 우승하라는 것이다. 얼핏,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해가 거듭될수록 크로스핏 게임즈 선수들은 점점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크로스핏의 철학과 목표를 증명해가고 있는 중이다.

▲ Chad Mackay. 2012년 CrossFit Games 첫 번째 종목이었던 바다수영 700m, 산악자전거 8km, 산악 달리기 11km를 이어서 하는 일명 스프린트 트라이애슬론 이라고 불렸던 종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종목은 덩치가 작고 체중이 덜 나가는 마라토너형 선수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하지만 Chad Mackay의 신체사이즈는 182cm/101kg이며, Snatch 기록은 무려 290파운드에 육박한다.


2007년 최초의 CrossFit Games, 볼을 들고 설명하는 사람은 현재 CrossFit Games의 총 감독 Dave Castro이다.

이번 주, 드디어 시작되는 2013 Reebok CrossFit Games 결승!

2007년 첫 대회 이후 불과 한 해만에 CrossFit Games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고, 두 번째 대회에서는 무려 300명의 선수와 800명의 관중이 캘리포니아에 모여들었다. CrossFit Games 두 번째 대회는 특히, 전 세계 피트니스계를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충격은 우승자 때문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완전히 무명이었던 제이슨 칼리파(Jason Khalipa)가 우승을 차지하며 크로스핏계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그리고 또한 당시에는 운동 관련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크로스핏을 하면 (근육의)사이즈가 작아진다’, ‘스트랭스가 줄어 든다’ 같은 주제의 토론과 논쟁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회의 우승자였던 칼리파는 매우 큰 덩치로 이 공격들을 일거에 뒤집었다. 칼리파로 인해 크로스핏에 대한 공격은 일순간에 혼란을 맞이했다. 사실, 크로스핏의 운동 철학에선 근육의 사이즈와 운동 능력에 별다른 연관성을 두지 않는다. 단지 ‘기능’적인 부분만이 개발해야 할 중요한 영역일 뿐이다.

▲ Jason Khalipa, 180cm/95kg, 미국 여성 크로스핏터들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


2008 CrossFit Games 하이라이트

크로스핏은 미국에서 건너왔고, 아직 국내의 대중화 속도가 더뎌 대부분의 행사나 뉴스들 이 아직은 대체로 영어로 공유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크로스핏 박스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대다수는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잘 모르고 있다. 두서없이 크로스핏 게임즈에 대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마침 이번 주가 크로스핏 게임즈 대회 주간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즈와 팀 게임은 이미 시작했고, 개인전 역시 두 종목은 끝난 상태이다.

대회들은 이번 주말, 온라인에서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는데 http://games.crossfit.com/series-live에서 보거나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와 대회 상세 스케줄은 http://games.crossfit.com/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한국시간으로 토요일 새벽1시에 첫 번째 경기인 팀 경기가 시작되고, 남자부 첫 번째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는 토요일 아침 6시에 예정되어 있다. 보다 즐거운 관람을 위해 잠시 크로스핏 게임즈를 소개해보면, 총 세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다. 예심, 지역별 예선, 본선 정도로 이해하면 될 텐데,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 Chris spealler, 165cm/68kg, 2013년을 빼고 전 대회 결승 진출한 유일한 선수이며, 작은 사이즈 임에도 불구하고 ‘헐크’들 틈에서 홀로 대단한 성적을 내어 왔다. 올해는 아쉽게 결승 진출을 못했지만 아직 그는 small guy들의 희망이다.

게임즈가 어떤 방법으로 치러지는지를 보여주는 영상. 극한의 과제와 도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신체적 능력을 보는 박진감이 끝내준다.

올해의 크로스핏 게임즈는 남녀 개인전의 경우 지난 수요일에 두 개의 이벤트를 했고, 여기에 더해서 이번주 금토일 3일 동안 8개의 이벤트를 더해 각 이벤트별 순위를 토대로 포인트 합산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남자 46명, 여자44명이 결승에 진출 하였고, 팀은 44팀이 출전했는데, 대회 상금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란 점이다.

▲ 2011년과 2012년 우승자 리치 프로닝(Rich Froning Jr.) 크로스핏 역사상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챔피언인데, 과연 올해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재 확인 가능한 개인전 대회 이벤트.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벤트들이 많다.

크로스핏 대회의 의의와 운동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

크로스핏 게임은 지구에서 가장 체력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경기이다. 물론, ‘가장 체력이 좋다’라는 그 기준은 크로스핏에서 정한 것이고, 이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크로스핏 게임을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크로스핏의 운동 기준은 어느 특정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의 신체능력을 포함하는 것인데, 이는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특정 종목의 ‘스페셜리스트’는 결국 탈락 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현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와도 크로스핏 게임 에서는 지역 예선조차 통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심지어 필자가 아는 격투기 선수들도 처음 크로스핏을 접했을 때, 대회는커녕 WOD조차 다 끝내지도 못했다.

▲ Christmas Abbott, Regional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CrossFit HQ의 세미나 스텝이자 CrossFit Invoke 박스의 오너이다. 하지만 Hot한 여성 크로스핏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결론은 이렇다. 크로스핏 게임즈는 신체능력이 좋은 사람을 뽑는 다기 보다는 크로스핏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경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신체능력이 좋은 사람이 곧 크로스핏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등식이 맞다면 어떨까? 그리고 올해 크로스핏 게임즈처럼 더 다양한 방법으로 신체적 능력을 테스트해 가장 이상적인 운동 능력을 가진 이를 배출하게 된다면 말이다. 크로스핏 게임즈의 선수들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이상적인 가장 궁극적인 Fittest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 2013년 결승에 진출한 여성 탑 크로스핏터 Rebecca Voight(하늘색), Camile leblanc(핑크색)

많은 크로스핏터들에게 크로스핏이 그 자체로 마치 신앙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단 몇 개월만이라도 크로스핏을 해봤다면, 스스로 건강해 짐을 느끼고, 앞으로 최고의 체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크로스핏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크로스핏터는 가장 체력이 좋은 사람’이란 등식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크로스핏 게임즈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이 대회는 여전히 단지 ‘크로스핏을 하는 사람들만의 잔치’라고 생각되어지고 있다. 최고의 신체적 능력을 가리는 대회이고, 세계적 규모의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 특히 스포츠 미디어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야구는 야구를 실제 할 줄 몰라도 누구나 즐겁게 보는 스포츠이고 그래서 스프츠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스포츠지만 크로스핏은 그렇지 않다. 그포스핏 대회는 크로스핏터가 아니라면 뭐가 대단한 건지 뭐가 재미난 건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가 무엇인지를 되묻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종합적 신체능력을 겨루는 대회가 궁극의 운동성을 가늠하는 스포츠일 수 있단 점에서 크로스핏 게임즈는 새롭게 사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운동의 목표는 어찌되었건, 최고 수준의 Fitness를 가지는 것이고, 크로스핏은 이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 목표에 가장 치열하고 충실하게 접근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크로스핏의 탑 클래스 선수들은 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것이다. 100m 신기록이 점점 단축되어 지듯 말이다. 예컨대, 올 해 크로스핏 게임즈의 두 번째 이벤트는 Row 2000m에 이어서 21,097m(하프 마라톤 거리)를 완주하는 것이었다. 이 WOD는 단순한 지구력 운동이 아니라, 무산소 시스템 능력과 지구력 두 가지를 한 번에 테스트 하는 과제였다. 서로 다른 신체능력을 요하고 운동능력에 있어서는 상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단거리와 장거리 종목에서 동시에 1위 할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칼리파(Jason Khalipa)는 보란 듯이 모두 1위를 해 버렸다. 단거리와 장거리 로잉을 석권한 그는 ‘두고 봐라, 내가 다시 챔피언이 되겠다’ 멋진 인터뷰를 남겼다.

엘리트 스포츠로서 크로스핏의 가능성과 한국인의 도전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도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층이 두껍지 못하고, 필자를 포함해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은 이미 나이가 들어 버렸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많은 종목에서 세계를 재패한 국제적 스포츠 강국이다. 또한 체력과 근성, 집중력으로 승부하는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대체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만큼, 크로스핏에서도 한국인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몇 년 전 크로스핏이 겨우 알려지기 시작할 때, 우리가 보고 따라 했던 영상은 모두 서양인들, 특히 백인들이 하고 있는 크로스핏이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던지라, 따라 한들 도무지 이길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덩치가 다른데 서양인들 어떻게 이겨’ ‘먹는게 다른데..’ ‘유전자가 다른데..’ 까지 다양한 얘기들을 했다. 하지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로스핏에 ‘강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필자는 심지어 세계 챔피언인 리치 프로닝(Rich Froning)을 이긴 적도 있다!)

지금까지 Asia Regional 예선을 통과한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다. 하지만 2014년, 2015년에는 뭔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필자를 포함하여 한국에도 2014년 CrossFit Games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몇 년 안에, Asia 예선에서 한국인이 1위를 하고 결승으로 가는 모습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엘리트 스포츠로서 크로스핏의 가능성과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셈인데, CrossFit이 곧 최고 수준의 Fitness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선수로서 매우 높은 강도의 훈련을 견뎌내고 있는 이들을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당신이 그렇게 훈련할 필요는 없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진 이들이 운동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당신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와 긴장이 발생할 것이고, 하루에 하나의 훈련을 하고 잘 쉬기만 한다면 당신은 분명 조금씩 더 건강해질 것이다. 관심이 있다면 우선은 이번 주말, 2013년 Reebok CrossFit Games를 감상해 보자. 그리고 세계 최고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인 크로스핏 선수들도 알아 두자. 3, 2, 1 go~!

▲ 고성현(k특공) 대한민국 1세대 크로스핏터이다. Reebok CrossFit Sentinel Downtown 헤드코치. 최고 성적은 2011년 Asia 5위.Athlete Profile http://games.crossfit.com/athlete/16905
▲ 김영준 현재 한국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 최고 성적은 2013년 Asia 7위Athlete Profile http://games.crossfit.com/athlete/3021
▲ 김유식 Reebok CrossFit 투혼 출신으로 CrossFit G-zone의 헤드코치(대전). 강한 정신력으로 유명한 선수. 최고 성적은 2013년 Asia 8위 Athlete Profile http://games.crossfit.com/athlete/41896
▲ 최설민 Reebok CrossFit Super strength 소속으로, 아직 어리지만 가능성 있는 선수이며, 현재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파워와 스트랭스가 좋은 선수로 평가 받는다. 최고 성적은 2013년 Asia 14위Athlete Profile http://games.crossfit.com/athlete/34149
▲ 손형일(Eric Son) Reebok CrossFit 투혼 출신으로, 지금은 천안에 자신의 체육관을 오픈 준비 중인 선수. 역시 대한민국 1세대 크로스핏터이다. 최고 성적은 2013년 Asia 15위Athlete Profile http://games.crossfit.com/athlete/45577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투혼’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한 그를 국내 크로스피터들은 '조상님' 혹은 '두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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