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본인확인제 확대, 임시삭제 조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시행령 개정안이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개정의 근거로 내세운 미국의 '통신품위법' 가운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조항만을 취사선택해 이 법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전규찬)는 19일 주간정책브리핑 9호를 발표해 "방통위가 인터넷 통제와 표현의 자유 제한을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을 욕되게 한 옛 정보통신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며 "본인확인제 확대는 필연적으로 '사적 검열'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옛 정통부는 1996년 2월 제정된 미국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제230조의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을 근거로 들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사이버 명예훼손, 언어폭력 등에 대한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통신품위법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중립적 전달자' 지위를 보장하고 있는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통신품위법의 '중립적 전달자'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그 이용자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는 콘텐츠의 생산이나 발전 과정에 직접 개입돼 있거나, 자신의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위반 등에 대해 명확한 통지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등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그 이용자들을 광범위한 사적 검열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규정인 셈이다.

연구소는 "옛 정통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중립적 전달자 지위 보장'을 누락시키고 '선의에 의한 자발적 접근 및 이용 제한'만을 특권화시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광범위한 사적 검열을 부추기는 쪽으로 망법을 개악하는 데 이용한 것"이라며 "이는 의도적인 '왜곡'이자 '꼼수'이고, 맥락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거의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망법은 옛 정통부가 180도 뒤집어버린 맥락을 바로잡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중립적 전달자 지위를 부여하고, 이 지위에 해당하는 요건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래야 포털을 매개로 인터넷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광범위한 사적 검열을 부추겨 사이버 공간을 식민화하는 현 정권의 정책에 제대로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주간브리핑 >
9호 (2008.8.19) -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비극’과 ‘희극’"
8호 (2008.7.24) - "방통위는 케이블방송 친화적인 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것인가?'"
7호 (2008.7.04) - "방송통신위원회의‘하반기 주요 정책 방향'(2008년 7월2일)에 부쳐"
6호 (2008.6.24) - "공공미디어연구소 현안 조사"
5호 (2008.6.18) -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과 정보 접근 및 표현의 자유"
4호 (2008.6.10) - "케이블 디지털 전환과 SO 채널 정책의 정치경제학"
3호 (2008.6.03) - "미디어 소유 대기업 상한선 10조 안 된다!"
2호 (2008.5.27) - "유료매체 콘텐츠 진흥에 대한 균형적 접근을 위해"
1호 (2008.5.21) - "PAR(프로그램 액세스 룰)과 지상파 재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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