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박승규)가 새 사장 선임 방안으로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제도' 시안을 내놨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미래와 KBS의 정치적 독립' 토론회에서다.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 목표…추천결과 구속력 보장해야"

KBS본부 박승규 위원장은 이날 발제에서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제 목표 △역대 노조 사추위 투쟁 계승 △후보들에 대한 검증 강화 △TV토론, 여론조사 등 국민 참여 확대를 특징으로 설명했다.

국민 대표, 사원 대표, 이사회 대표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검증기구를 거쳐 KBS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노조 안은 추천 및 검증결과에 대한 구속력을 보장하도록 했다.

▲ 박승규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발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공공미디어연구소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정은경
KBS본부는 검증 능력이 있는 전문가와 사원대표 이사회가 검증기구를 구성하고 검증 과정에 TV토론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KBS본부 박승규 위원장은 "기존 사장추천위원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길을 터주는 데 절차적 정당성만 부여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사회 거부 땐 복안 있나"…박승규 위원장 '긍정적' 전망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실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현실적으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이 안을 받아들이겠느냐는 의문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김승수 교수는 "사장추천위원회가 좋은 의미로 보면 참여이고 나쁜 의미로 보면 이권인데 이사회가 그 막대한 영향력을 사회와 나누려 하겠느냐. 안나눈다고 하면 노조는 복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부산대 조항제 교수도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 이사회에 얼마나 협조를 구하거나 압박할 수 있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 박승규 위원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이사회와도 접촉하고 있고 어느 정도 가능한지 여러 경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렇게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내각 경선과 쇠고기 파동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반대편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며 "대통령이 어느 정도 인사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싸움을 통해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듭된 패널들의 질문에 그는 "사실 과거에는 100퍼센트 낙하산 인사였는데 이번에는 YTN의 경우만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정세 상 정치 독립적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환경이 유리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토론에서 "이사회를 압박하는 한편 법 개정을 통해 사장추천위원회를 제도화하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오늘 시안이 처음 공개됐으니 앞으로 학계와 시민사회, 현업인들이 합의를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주 사장 밀어내기 수단 아니냐"…"어느 정도 그런 의도 있다"

한편 이날 노조의 시안에 대해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노조 안이 정연주 사장 밀어내기 수단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며 "혹시 이 제도가 만들어지고 나면 좋은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정당한 프로세스가 있다는 이유로 조기퇴진 투쟁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승규 위원장은 "사실 어느 정도 그런 의도가 있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과 더불어 KBS의 독립성을 지키고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해야겠지만 지금 정 사장은 구성원 다수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약 5시30분까지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 전북대 김승수 교수가 '공영방송의 위기와 대안'을 주제로, 2부에서 언론연대 양문석 총장이 '지상파 구조개악의 위협 속에서 KBS 사장직의 의미'를 주제로 발제했다. 3부에서 박승규 위원장이 새 사장 선임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패널 전원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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