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장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보수세력의 ‘주거니 받거니’다. 지난 7월 20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희망버스 시위대가 용역과의 충돌을 일으키자 21일자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희망버스를 ‘폭력버스’라 보도했다. 신문, 인터넷 언론, 공중파 방송까지 합류한 거대한 ‘연합군’이었다.

그러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폭력시위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에 검찰과 경찰 역시 불법행위자 전원을 사법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호응했다.

대법원에서도 인정받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눈감으며 지지방문 시위 전체를 폭력으로 몰아가는 보도는 23일자에서도 계속되었다. 매일경제 29면, 머니투데이 2면, 서울경제 2면, 한국경제 3면, 파이낸셜뉴스 13면 등 거의 모든 경제신문에 희망버스를 비판하는 기자수첩류 칼럼이나 경제단체 혹은 검경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적는 비판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는 1면에 기사를 썼으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이데일리는 아예 사설에서 희망버스를 비판했다. 다소 중립적인 입장에서 희망버스 폭력사태를 공안몰이에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한 경향신문 사설이 외로워 보일 정도였다.

▲ 금일(23일)자 동아일보 사설

하지만 프레시안 등이 거듭 보도하고 있듯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3천여명 시위대 중 만장으로 들고 간 죽봉을 들고 휘둘렀던 것은 소수라고 증언한다. 다수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투석전을 전개했다는 식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일부 시위대의 ‘폭력’ 내지는 ‘탈선’을 두고 희망버스를 ‘폭력버스’나 ‘절망버스’로 부르는 그 어법을 사용자 측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재벌그롭 총수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가고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졌으며 삼성전자의 불법파견 여부가 재판 중인 상황이다. 그들의 어법대로라면 재벌가 총수들은 범죄자 집단이며 재벌 그룹들은 ‘범죄의 왕국’이며 사용자 단체들은 범죄모의집단 내지는 범법자 동호회가 된다.

▲ 금일(23일)자 중앙일보 사설

신문들에게 이처럼 화끈한 비판씩이나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을 향해 저렇게 말할 용기가 없다면, 다른 한 편의 사람들에게 적어도 ‘막말’은 늘어놓지 않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설령 폭력 사태를 비판하더라도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규명은 해야 한다.

그러나 편향이 너무 일상화되어 염치를 가지기 힘든 세상에서, 신문들은 뻔뻔해져가고 사람들은 설마 사람이 그토록 뻔뻔할까 싶어 그들의 말을 반 정도는 믿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쉽게 시작되었지만 대선 전에 대통령도 약속했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쉽게 망각되는 세상에서 희망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 금일(23일)자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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