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던 IPTV(인터넷과 TV기능이 통합된 방송) 시행령이 통과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대기업의 방송진출 확대'를 뼈대로 하는 IPTV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제 3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의 자산을 보유한 코오롱, 이랜드, 현대백화점, GM대우 등 36개의 재벌급 대기업들도 IPTV 보도채널 등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번주 많은 언론들은 "이르면 9월부터 방송이 가능하다"면서 IPTV 시행령 통과 이후에 대한 전망과 반응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 파이낸셜 6월 30일자 27면
파이낸셜뉴스는 6월 30일자 사설 <진입장벽 낮춘 'IPTV시행령안'>에서 방통위가 현행 방송법 시행령이 정한 자산규모 3조원 이상 기준을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한 것에 대해 "'자본력 있는' 사업자의 방송산업 진출길을 열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파이낸셜뉴스는 "그렇다고 해서 방송산업 진출에 큰 관심을 가진 CJ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자산규모가 이미 10조원을 훌쩍 넘는 마당에 '이번 결정을 놓고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어떻게 하기 위해 방송산업 활성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일각의 우려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진입장벽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일부 대기업의 입장을 전했다.

파이낸셜 뉴스는 "앞으로 IP기반의 멀티미디어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더 푸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대기업 진출에 따른 여론지배력 강화나 광고시장 왜곡 우려는 그것대로 대비책을 마련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이낸셜 뉴스의 "CJ가 10조원을 훌쩍 넘는 마당"이라는 분석은 다소 과장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CJ의 경우는 자산총액이 10조4천억원이다. 이 때문에 이미 케이블TV 망과 tvN 등 케이블 채널방송 사업을 하고 있는 CJ가 조만간 CJ 투자증권을 매각해 IPTV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보도가 나오기도 했다.(경향신문 7월 2일자 23면<IPTV '자산 10조원 미만 기업까지' 진출 - CBS CJ "관심" 지상파 "우려">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지난 1일자 24면 <IPTV 시행령에 업계반응 제각각>에서 "IPTV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에 대한 대기업 진입 제한을 자산규모 '10조원 미만'으로 의결한 것에 전경련 등은 '더욱 완화'를 주장한 반면, 언론시민단체와 통합민주당 등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7월 1일자 24면

이날 서울신문은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해 10조원 이상 기업의 진출도 열려있는 상태에서 굳이 대기업에 종합편성보도채널 진입을 풀어주는 것은 방송에서의 여론을 정권친화적으로 장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도 지난 2일자 15면 <IPTV 대기업 진출 활짝 … 재벌방송 양산될라>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말을 인용,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지상파 민영방송 소유를 제한한 방송법 시행령도 (자산 제한 액수를) 현행 3조원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할 게 뻔하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7월2일자 15면

방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IPTV 종합편성, 보도전문 콘텐츠 사업의 겸영 또는 주식이나 지분의 소유가 금지되는 대기업의 기준에 대해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부터 50조원 이상까지 다수의 대안에 대한 논의 끝에 당초안 대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큰 결정 사항에 대해 왜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결정이 난 것인지, 그 논의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어 논란이 제기됐다.

그리고 지난 2일 방통위는 '최시중'호 출범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주요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핵심은 "각종규제를 시장친화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 머니투데이 7월3일자 12면

이날 공개된 문건 '하반기 주요 정책 방향'에는 스카이라이프 등 위성방송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지상파 DMB의 1인 소유지분 제한도 모두 완화시켜 신규 자본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공기업 민영화 계획도 있다. 방송광고판매를 전담하는 공기업인 한국방송광고공사도 사영화 시켜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방통위가 이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언론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가 방송시장에 대거 투입시키려는 신규자본은 결국 대기업과 재벌 자본"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신문방송 겸영 허용'도 결국 '조중동 방송 혹은 재벌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거대 자본의 방송 진출이 소비자 입장에서 불리할 것이란 우려는 이미 전국적인 케이블TV의 요금인상 횡포 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통위가 내놓은 IPTV 시행령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현재 케이블TV의 경우도 대기업들의 사업 진출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시청료 대폭인상 등 독점횡포가 상당하다"며 "지난달 27일 방통위의 결정으로 재벌들이 IPTV를 통해 보도·종합편성채널까지 소유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또다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통위가 시장친화적인 규제완화쪽으로 방향을 튼 것에 대한 평가는 미뤄두자. 현재 '최시중호 방통위' 100일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의 존립에 대해 각종 우려와 불신이 가득한 상황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규제완화로 인한 대기업 진출에 따른 여론지배력 강화 혹은 광고시장 왜곡 우려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든 마련해보겠다"는 멘트 정도는 ‘소통의 기본’이 아닐까. 취임 100일만에 사표 내라는 여론을 계속 "무시하고 가겠다"면 방통위의 ‘내일’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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