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검찰에 전화 한 통했다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 훼손'이라며 따지고 들자, 결국 대통령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이제는 막가자는 거지요’ 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게 했던 2003년의 그 젊고 당돌한 검사들. 그들이 사라졌다. 대통령이 고졸출신이라서, 법무장관이 여자여서 만만하게 봤던 것일까? 아니면 그 때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절박했으나 지금은 ‘정치적 종속’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이 바뀌었을까?

한국 검찰이 지난 몇 년 동안 피해갈 수 있었던 오명, 권력의 주구.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이리 뛰고 저리 날뛰는 ‘개’라는 의미의 ‘주구’를 선언했다. 그 주인은 당연히 '이명박-김경한-임채진' 라인업이다. 이들 라인업이 검사들을 자신들의 주구로 전락시키고, 주구로 전락한 검사들은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이라도 올라왔고, 이런 글이 외부에 보도라도 되더니 아예 최근 일련의 ‘주구꼴값’에 대해서 평검사마저 침묵하는 건 아닌가 생각돼 심히 걱정스럽다.

▲ 한겨레 7월4일자 10면.
지난 대통령 선거 시기에 이미 예상하지 못한바 아니나, 역대 어느 검찰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정권의 개’ 중에서도 지금 시기의 검찰은 수식어 하나를 덧붙여야 될 것 같다. ‘충직한 정권의 개’로 표현하는 것이 ‘법무장관 김경한과 검찰총장 임채진’이 조직을 팔아먹고 개인적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축사’가 될 터. 김경한과 임채진의 충직한 개들로서 검사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김경한과 임채진은 행복하겠다.

문제는 김경한과 임채진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과 찬사를 들으며 즐기겠지만, 국민들은 역사의 수렛바퀴가 뒤로 되날아가는 현장을 목도하며 그 심경이 참담하다는 점이다.

촛불문화제 배후 세력 끝까지 추적 운운할 때,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하던 ‘아프리카’ 대표를 통상 불구속기소 관행을 뭉개고 구속할 때, 불법폭력시위에 엄중한 법 적용을 운운하며 국민들을 협박할 때, KBS사장 정연주를 겨냥하며 소환통보를 계속 강행할 때, 주인을 위해 달리는 법무장관 김경한이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법무장관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PD수첩을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진짜로 수사하는 꼴을 보면서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법무장관도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해서는 안 된다고 남겨두었던' 영역, 즉 개별 프로그램 제작과정 수사라는 ‘해외토픽감’을 감행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허위정보와 허위사실에 기초한 조작이고 왜곡이어서 수사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 중 아주 일부, 사소한 표현 한 두 마디를 두고 수사를 강행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시절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매일같이 검찰수사를 받을 뻔 했다.

7월2일. 검찰이 취재자료를 넘겨달라고 MBC에 요구했다. 취재자료는 870분 분량의 영어촬영분에 외국인 등장인물이 수도 없이 많다. 또한 국내 취재 분량도 엄청나다. 검찰도 알고 있듯이, 이런 자료를 검찰에게 넘겨주려면, 취재에 응한 이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생활 침해와 악용의 우려로 인해 오히려 MBC가 소송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이 막무가내로 취재자료를 요구하며, 넘겨주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

▲ 미디어행동은 지난 1일 오후 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 PD수첩>에 대한 공정한 심의를 촉구했다. ⓒ정은경
해외토픽감? 맞다!

민주사회 선진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후진국에서 벌어질 때 미국이나 유럽 언론에서 전 세계에 뿌리는 ‘해괴한 사건기사’가 해외토픽감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검찰을 정권의 몇몇 주구들이 해외토픽감으로 만들고, 해외토픽감으로 자신의 조직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검사들. 원래 그랬던 검사들이 아니라 노무현 시절에는 당당했던 그들인데...

오늘 지금 그들은 가당찮은 법 적용 운운하며 스스로 조롱거리를 국민들에게 전 세계인들에게 제공한다. 한데 '검찰의 법'이라는 것이 상식선에서 볼 때, 헌법보다 더 높은 것일까? 헌법 제21조는 ‘언론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들의 법은 헌법보다 훨씬 더 높은 ‘정권의 주구 법’을 만들어 둔 것일까? ‘헌법 위에 대통령님께서 계신다’고 판단하는 걸까?

'국가의 정체성'을 이명박정권이 운운했는데, 국가의 정체성을 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헌법 아니었나?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부인하며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주인이고 검찰이 주구’라고 차라리 바꾸고 지금처럼 해대면, 그래서 ‘법의 테두리 안’이라는 주장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개헌절차도 거치지 않은 걸로 알고있는데...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는 듯이 헌법을 짓뭉개고 날뛰는 김경한 임채진을 이제 국민들의 손으로 수사해야 하고 이들을 공권력의 사유화 및 출세수단화 그리고 반헌법적 언론탄압의 죄목으로 구속시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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