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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활동가, 종교인이 ‘기자’를 대신했던 시대[4대강 사업, 죽은 것은 강만이 아니다 ①]
김수정 기자 | 승인 2013.07.22 11:22

(편집자주) '광기의 시대'. MB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4대강 사업이 한국사회에 남긴 상흔은 뚜렷하다. '한국형 뉴딜사업'으로 일컬어졌던 4대강 사업이 불과 몇년만에 '위장 대운하 사업'이었으며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게 드러났으나 적극적인 왜곡 혹은 자발적인 침묵으로 4대강 사업을 도왔던 언론들은 아무런 자성도 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이 감사원 감사결과로 드러난 지금, 미디어스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언론이 보였던 행태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언론이 부재했던 암흑의 시기"를 기억하고자 한다. 기획은 교수/활동가/종교인이 '기자 역할'을 대신했던 시대에 대한 조명, 방송사 불방일지 정리, 언론계 안팎 인사 인터뷰, 현직 언론인 기고를 거쳐 우리에게 4대강 사업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대담으로 마무리된다.

사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했던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언론인들의 자성은 이 기획을 읽는 언론인 당신 스스로의 몫이다. 


올해 1월 17일,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 사업인 ‘4대강 사업’을 두고 ‘총체적 부실’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달 10일 2차 발표 자리에서 “낙동강 최소 수심을 2.5m로 잡았다가 이후 대운하 설계 당시 수심인 6.1m로 변경하는 등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고려해 추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4대강사업 감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원의 감사결과 22조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 주장하며 사업 검증을 촉구했다. ⓒ뉴스1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새로운 것일까. 환경단체, 종교인, 학자들은 사업 초기부터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현장 탐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파헤쳤다. ‘총체적 부실’, ‘대운하 사업 닮은꼴’ 등 최근 발표된 ‘4대강 사업의 민낯’은 이미 그들이 지겹도록 이야기해 온 대목이다.

하지만 언론은 국민의 혈세 22조원이 투입되는 거대 국책 사업에 대해 충분한 견제와 감시를 하지 않았다. 신문은 4대강 사업이 가져다 줄 ‘기약할 수 없는’ 희망을 부풀려 정부에 적극적으로 동조했고, 방송은 침묵을 지켰다. 이에, 한 언론인은 “언론이 부재했던 암흑의 시기”라고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디어스>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던 시기, 직접 현장을 찾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던 ‘기자 아닌 기자들’의 활약상을 되짚어 보았다.

◇ ‘4대강 비리수첩’, 4대강 경축행사 폭로 

환경운동연합, 운하반대교수모임 등 6개 단체는 2011년 6월 23일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이하 4대강 비리수첩)’을 발족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4대강 비리수첩은 단체 발족 1주일도 안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완료 기념 개방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장마로 왜관철교 및 상주댐 제방이 붕괴돼 4대강 공사 현장의 홍수 피해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았는데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4대강 경축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4대강 비리수첩의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는 1, 2차에 걸쳐 발표한 4대강 찬동인사 명단이다. 2011년 9월에는 4대강 찬동인사 정치인 리스트를, 같은 해 10월에는 전문가 및 사회인사 리스트를 발표했다. 4대강 비리수첩은 2007년 8월 1일부터 2011년 9월 5일까지 4년 여 동안의 발언 및 언론 기고를 분석했고, 발언 강도와 회수, 영향력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찬동인사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노골적으로 찬양한 A등급, 사실에 기초하더라도 의도적인 부분 왜곡이 있거나 찬양한 경우인 B등급으로 나뉘었다. 이명박 대통령,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 이만의·이병욱 환경부 장·차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곽승준 고려대 교수, 김형섭 한강유역환경청장,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등이 A등급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 지난 2011년 6월 4대강 사업으로 100년을 버텨오던 왜관철교(호국의 다리)가 붕괴했다. 하지만 언론은 왜관철교 붕괴를 폭우로 인한 사건사고의 하나로 보도하며, 4대강 사업을 언급하지 않았다.

◇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문제제기도 환경단체가 먼저

4대강 사업은 국민의 세금 수십조를 투입한 거대 국책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환경영향평가 등 중간 절차를 졸속 추진해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의 많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기 전부터 이를 비판했다.

국민행동은 2011년 11월 9일 성명을 내어 “환경부는 1999년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4대강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수년에 걸쳐 이해 당사자, 지역 주민,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법률을 제정했는데, 이번에 정부는 자연을 대상으로 22조~30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하며 만 5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불과 몇 달 만에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고 지적했다.

국민행동은 또한 △금강 환경영향평가의 ‘저감률 90%’ 과도 산정 △금강 탁수영향 예측 부실 실시 △국민 의견 수렴 부족 △낙동강 환경영향평가서 중 맹꽁이 등 보호종 관련 대책 없음 △좋은 물 달성률 계획 부재 등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14가지를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 녹조라떼·MB야가라·MB캐년을 아시나요?

4대강 사업의 ‘실패’를 국민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녹조라떼’의 존재를 드러낸 것도 환경단체였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8월 11일 “이포보 우안의 고정 보와 콘크리트로 조성된 수주광장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로 대량의 녹조류가 발생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녹색연합은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습지와 모래톱이 사라져 자연적인 정화 기능이 상실되고, 보로 인해 물이 정체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포보 하류의 팔당식수원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녹색연합의 발표 이후 이 같은 녹조 현상이 ‘녹조라떼’라는 이름을 얻어 여러 차례 보도됐고, 이를 통해 ‘수질 개선’을 목표로 한 4대강 사업의 허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 2011년 7월, 최병성 목사가 담은 ‘MB캐년’의 모습 (사진=오마이뉴스 최병성)

최병성 목사는 2011년 7월, 아예 지역투어를 다니며 시민기자로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상세히 보도했다. 최병성 목사는 4대강으로 유입되는 지천 곳곳을 흐르는 거센 계곡물을 ‘MB야가라 폭포’라고 이름 붙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토개조를 통해 4대강 곳곳에 그랜드캐년을 빼닮은 기암절벽을 만들어 놓았다”며 변해버린 용호천을 ‘MB캐년’이라고 소개했다.

최병성 목사는 ‘MB캐년’에 대해 “4대강 공사를 하며 강의 모래를 깊이 파내 낙동강에 연결된 본류와 지천 사이에 큰 낙차가 발생했고, 자연스러운 하천 경사가 갑자기 단절됐다”며 “하천 준설 탓에 지천의 바닥과 제방이 무너지는 ‘역행침식’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대강 국토 개조로 인해 붕괴되기 시작한 지천의 모습. 역행침식이 일어나 바닥이 유실되기 시작하자, 강둑 위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무너졌다. (사진=오마이뉴스 최병성)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 생태보존국장 역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4대강 사업 현장을 방문해, 낙동강 지천에서 발생한 역행침식과 제방 붕괴 현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2011년 8월, 정수근 국장은 “4대강에 16개 보를 건설하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를 단 2년 만에 마치려다 보니 보 누수현상, 보 수문 바로 아래 하천바닥의 세굴 현상, 역행침식 등 여러 문제들이 나타났다”며 최병성 목사가 한 달 여 전 소개한 ‘MB캐년’이 재림했다고 알렸다.

“언론이 아무것도 안하니 우리라도…”

대규모 국책 사업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 편에서 기약 없는 희망을 선전하며 4대강 사업에 찬동한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현장을 직접 찾아 4대강 공사가 자연을 얼마나 망가뜨려 놓았는지 알리고…. 4대강 사업의 ‘민낯’은 이렇듯 기자 아닌 이들로부터 밝혀졌다.

이철재 4대강 범대위 사무국장은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을 발족하고, 팀블로그 ‘강의 친구들’, 카페 ‘4대강 사생결당’ 등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정보를 알렸던 것은 워낙 언론들이 아무것도 안하니 우리들이라도 나서자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오히려 시민기자들이 더 기자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의 활동방식은 주로 보도자료나 성명을 내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저희가 보도자료를 뿌려도 거의 보도가 안 됐다”며 “그래서 저 역시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직접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숙영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또한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은 기존 미디어들이 1인 미디어, 대안 미디어의 성장을 도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 지상파 언론인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활동가들이 기자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기자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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