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 하는’이란 부제로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4화는 진실을 알리는 것이 두려워진 박수하(이종석 분)와 서도연(이다희 분)에게 진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갈등하는 장혜성 변호사(이보영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억이 돌아오면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다시 발동한 수하. 하지만 예전과 달리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까지 낱낱이 들춰보는 자신의 남다른 능력이 무섭게 느껴진다. 때문에 수하는 눈앞에 펼쳐진 진실 앞에서 눈을 감아버린다.
26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황달중의 변호를 맡게 된 장 변호사는 황달중 사건 변호에 핵심인물인 서도연에게 진실을 알려야 하는지 고민한다. 자신의 인생에 최악의 라이벌 도연이지만, 타고난 핏줄도 스펙이라고 믿고 잘 살아왔던 그녀를 혼란에 빠트리고 싶진 않다. 또한 황달중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황달중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주범 서대석(정동환 분)을 처벌할 길은 없다.
달달한 로맨스를 내세우면서도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답게 법정 드라마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황달중 사건’을 통해 오판을 내렸음에도 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 수 없는 현실을 꼬집는다.
한편 '짱변' 혜성과 수하의 달콤한 키스, 김민종과 엄기준 등 적재적소 초특급 카메오 활용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어지럽고 산만하기보다 안정감 있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지난 18일에 방영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4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짱변과 수하의 달달 키스였다.
“수하야, 널 좋아해. 동생으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널 좋아한 다음부터 니 능력이 싫고 무서워.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많아져서 불안해. 그런 생각들을 들킬 때마다 네가 원망스러워질 것 같아. 그 원망들이 널 다치게 할 걸 생각하면 끔찍해. 그것 말고도 우린 안 되는 이유가 아주 많아. 언젠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도 좋아해. 많이. 그러니까 끝을 생각하면서 이 시간을 어정쩡하게 보내지 말자. 얼굴보고 웃을 거 웃고 얘기할 거 솔직히 얘기하고 그렇게 지내자.”
행여 수하가 자신 때문에 상처받을까봐 애써 수하를 멀리하면서도, 그럼에도 수하를 향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짱변의 고백은 포용력을 가진 누나만이 보일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이었다. 그렇다면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가사 중 “너라고 부를게”를 몸소 실행 중인 요즘 대세 이종석의 박진감 넘치는 애정 표현은 또 어떤가.
작년 인기리에 방영한 <신사의 품격> 최윤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따온 김민종의 깜짝 출연과, 쪼잔한(?) 변호사로 분한 엄기준의 카메오 등장도 <너목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 14화에는 이보영-이종석의 키스, 김민종과 엄기준만 존재하지 않았다. ‘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 하는’이란 부제 아래 장변과 수하는 ‘진실’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거기에 수하의 아버지와 민준국 간의 얽힌 진실을 알고 있는 차관우 변호사(윤상현 분)는 때로는 세상에 알릴 필요가 없는 진실이 있다고 수하에게 충고를 건넨다.
수하의 독백처럼 진실을 알리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괴롭다. 때로는 눈앞의 진실을 외면하고 선의라는 거짓말을 택하는 것이 세상의 갈등을 잠시 봉합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을 알리려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떠난 아픔이 있는 혜성과 수하인터라, 그 말 못할 고통은 민준국의 살벌한 추격보다도 그들 스스로를 옭죈다.
그러나 진실을 볼 수 있는 수하가 잠시 타인의 목소리를 회피하려던 찰나 수하의 ‘짱다르크’ 혜성은 진실을 쫓고 있었다. 혜성 스스로 그 진실의 문을 열기까지, 많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진실의 1%을 쫓다가 언제나 그 결정을 후회했다는 혜성. 허나 혜성은 그 반대의 결정을 했다면 더 후회했을 1%를 생각하고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
잘못을 했다면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 눈앞의 뻔히 보이는 진실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거짓’으로 둔갑되거나 외면당하는 일이 빈번한 요즘, 달달한 연상연하 로맨스 속에 숨겨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진짜 마음이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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