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준호는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의 집요한 악수는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선정적 방송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종편 프로에 출연해 폐지키로 결정된 연예병사제도에 대한 정준호의 생각은 왜 그가 정치를 꿈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고작 16명이 60만 대군의 사기를 떨어뜨린 복마전 같은 연예병사에 대해 한 번의 실수라는 온정적인 단어로 현안을 흐렸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업소 출입마저도 옹호하는 무개념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치인의 수준은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정치 지망생일 때는 다들 상식과 도덕을 숭상하는 모습으로 비치려고 한다. 그러나 종편에 출연한 정준호의 생각에는 그 상식과 도덕이 대단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우려를 남겼다. 아무리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수준이 바닥이라지만 정치인 지망생의 이런 모습은 개탄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정준호의 발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한 번의 실수에 너무 가혹한 처우를 했다는 것이다. 문득, 이번 연예병사 보도를 대충 보고는 다짜고짜 육두문자를 날렸다가 곧바로 납작 엎드렸던 최필립이 떠올랐다. 경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준호가 한 번의 실수 운운한 것은 SBS 보도만을 놓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이렇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발언하려고 나간 사람이 최소한의 공부조차 하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이, 그리고 대한민국 병사들이 연예병사 문제로 분노하는 것은 비단 이번 안마방 사건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은 뉴스를 보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최근 사건으로는 마지막 연예병사로 무사히 제대한 가수 비(정지훈)를 들 수 있다. 군복무 중에 자유로운 복장으로 연애를 위해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에 얼마나 많은 현역군인들이 상대적 박탈과 분노를 겪어야 했는지 알고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 번의 실수 운운하는 것은 정준호의 무지와 경솔함의 탓으로 돌리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뒤이어 안마방 출입에 대해서 젊은 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면서 자신도 그랬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한 점은 심각한 문제다. 이미 정준호가 경솔하다는 점은 눈치 챘지만 이 발언은 경솔함을 넘어 오만함이 엿보였다. 연예인이, 스타가 하면 성매매도 미화될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준호의 위험한 발상 두 번째이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분명 한국에는 성매매업소가 즐비하다. 또한 혈기왕성한 나이의 군인들을 상대로 한 업소 역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인지도 높은 연예인이, 그것도 정치인을 꿈꾼다는 사람이 방송에 출연해 현행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정준호의 정치적, 도덕적 수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닌 것처럼 정준호가 자신의 군시절의 성매매 경험을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국군병사들이 성매매업소를 출입하는 것은 아니다. 정준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홀로 아니라는 신념을 밝히기 전에 자신의 도덕적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우리사회에서 공인이라 일컫는 스타로서 불법인 성매매를 공공연하게 조장한 잘못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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