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실존 여부' 등 기독교를 본격 조명한 SBS 다큐멘터리 <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언론회 등 일부 기독교 단체는 '종교자유 침해' '기독교 폄하' 등을 이유로 이 프로그램에 반발하고 있으나,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방송 내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 홈페이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달 27일 서울 목동 SBS 사옥을 방문해 "해당 프로그램은 종교자유의 본질을 침해한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방송을 강행한다면 방송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귀사와 모 기업 그룹 전체 경영진에 있다"고 방송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기독교에 대한 전면적 전쟁" VS "객관적 접근이 어떻게 신앙에 대한 도전인가"

한국교회언론회도 같은날 "SBS 방송은 철저히 기독교를 음해하고 말살하려는 의도"라며 "방송을 예정대로 내보낼 경우에는 기독교에 대한 전면적인 전쟁으로 간주해 전 기독교계가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SBS 제작진은 "역사적인 예수에 대해 탐구하고, 기존의 예수에 대한 관점과 다른 시각에서 예수를 바라보자는 것이 어떻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신앙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지난달 29일 제1부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를 내보냈으며 후속 방송도 예정대로 방영하기로 했다. 서유정 책임프로듀서(CP)는 "상식적인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 정도의 반발이 있을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기독교 단체와의 대립으로 비쳐지고 있는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기총은 오는 4일 임원회의를 통해 '후속 방송 중단 요청', 'SBS 안보기 운동' 등 구체적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학문적 접근에 그런 식으로 반응하나" "별 다른 내용도 아니다"

그러나 교계 안에서는 한기총의 주장과 달리 "SBS 방송 내용이 기독교를 폄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연구소 김균우 박사는 "SBS가 아주 중요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듣지 못하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학자들의 연구를 (일부 기독교단체가) '종교 자유침해' '기독교 폄하'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 교회에 그만큼 근본주의, 문자주의가 팽배해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진보 기독교 진영의 연구단체인 제3그리스도교연구소 고상균 연구원도 "성서 이야기는 적극적으로 해석돼야 한다. 토론의 통로를 막아 권위를 세우려는 것은 우매한 처사"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한기총은 신앙을 공격적이고 근본적으로만 이해하려 한다"며 "학문적 접근을 한 방송 프로그램에 기독교가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기독교는 가장 밑바닥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종교인데 마치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SBS 방송에 대해 "성서 비평에 대한 기초적 내용만 알고 있다면 별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방송 내용에 이견이 있긴 하지만 결코 기독교를 폄하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독교도 학문적 접근의 대상 될 수 있어"

서울 명동의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도 "기독교는 얼마든지 학문적 접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 SBS 방송은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고, 해남 사정교회 김영일 목사 역시 "그 정도의 방송 내용은 다른 나라에선 상식에 불과한 내용이다.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한기총"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는 다음 카페 '불거토피아'(http://cafe.daum.net/bgtopia)에서도 SBS 방송 내용을 두고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닉네임 'BigMouth'는 "방송 내용은 이곳에 꾸준히 출석하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뻔한 수준의 내용"이라고 주장했고, 닉네임 '글 도둑놈'은 "방송사가 방영을 하기도 전에 항의 방문하는 성직자들은 사랑, 박애, 너그러운 포용정신을 어디다 둔 것이냐. 방송 내용에 왜곡이 많다면 순리적으로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한기총이 전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것 아니다" "객관적 접근 돋보여"

<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 시청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3일 오후 3시 현재 시청자 의견이 53페이지를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찬반 토론이 활발한 가운데 일부 기독교 단체가 해당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전에 방송 중단을 요청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 글도 올라오고 있다.

▲ <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형석(delfinia)씨는 "한기총의 작태를 보면서 느낀 건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수천년을 이어온 절대 유일신의 종교가 불과 4시간 남짓한 다큐 프로그램에 종교의 뿌리마저 뒤흔들릴 정도로 연약한 종교였는지 자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이원중(42u)씨도 "이젠 기독교도 비난을 두려워하고 감추려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 전진을 위한 회개의 시간이 필요한 때"라며 "나도 장로교소속 교회에 다니지만 한기총이 전 기독교인을 대표해서 운운하면 정말 화가 난다. SBS는 한기총 등 예수님을 욕되게 하는 기독교단체에 절대 굴복하지 말고 나머지 방송도 잘 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서영(white019)씨는 "나도 크리스천이지만 예수와 기독교에 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프로그램보다 백배는 더 나은 프로그램 같다.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있어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 ⓒSBS
<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 4부작 시리즈는 앞으로 '무함마드, 예수를 만나다'(7월 6일 방영), '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7월 13일 방영), '길 위의 인간'(7월 20일 방영) 등 3부작을 차례로 방영할 계획이다. 남은 방송도 '폭력을 정당화하는 종교' '한국 교회의 지나친 선교'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과 토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