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효리 사태가 떠오른다. 당시 이효리는 자기 앨범은 스스로 프로듀싱했다는 사실을 홍보의 축으로 삼았다. 그러나 곧바로 표절시비에 오르면서 이효리는 한동안 두문불출하게 되는 신세가 됐다. 이효리가 누군가. 천하무적 이효리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가졌지만 표절은 그 이효리를 단숨에 쓰러뜨렸다. 당시 표절도 표절이었지만 대중으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실은 프로듀싱했다는 말조차 믿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표절작곡자가 처벌받고 마무리됐지만 이효리는 대중의 신망을 거의 잃게 됐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로이킴은 어떤가. 이효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신인에 불과하다. 슈퍼스타K 우승자로 일약 주목을 받으며 데뷔하고, 잘생긴 외모 덕에 많은 여성팬들을 모았다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병아리가수일 뿐이다. 그런데 표절논란에다가, 같은 슈퍼스타K 출신인 장범준에 대한 태도논란까지 구설수가 쌍으로 겹쳤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일단 사실여부를 떠나 신인에게 이처럼 구설수가 몰린다는 사실은 결코 좋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마녀사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수활동을 십수년 한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일 년차인 로이킴에게 이처럼 논란이 불어나는 것은 가수 본인의 처신과 마인드에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표절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인정하거나 혹은 법정에서 가려지기까지는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가 표절이 아니라면 세상 어떤 것도 표절이 될 수 없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에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디씬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ON과 로이킴의 봄봄을 나란히 듣는다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표절논란이 이상한 방향으로 둔갑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갑자기 공동작곡자가 언급된 것이다. 이런 내용이다. 로이킴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인 ‘봄봄봄’이 표절논란이 커지자 공동작곡자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공동작곡자가 있다면 그 곡의 표절논란에 대해서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지금까지 로이킴은 싱어송라이터라고 홍보했으며 공동작곡자에 대한 부분은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지니 이제사 공동작곡자를 언급하는 것은 아무래도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의 탈출구를 모색한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잠시 봄봄봄의 곡 설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로이킴만의 감성을 담은 컨템포러리 컨트리 장르의 곡이다. 로이킴의 작사 작곡, ‘나는 가수다’의 음악감독을 맡아온 뮤지션 정지찬의 편곡, 국내 정상급 기타리스트 홍준호의 연주, 에이미 와인하우스, 나카시마 미카 등 해외 인기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온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Stuart Hawkes의 마스터링으로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화려한 세션에 대한 자랑까지 겸한 곡 설명 어디에도 공동작곡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물론 인터뷰에도 공동작곡자를 말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봄봄봄’이 로이킴의 순수창작이라는 점을 어필하려고 한 의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절논란이 생기자 공동작곡자와 협의를 해야 할 정도로 로이킴의 작곡 공헌도가 작다는 뉘앙스를 던지고 있다.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와서 책임을 공동작곡자에게 떠넘기는 형식이 된다면 치사하고 지저분한 모습이다. 이래서는 겨우 20살의 신인가수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로이킴이 아니 로이킴 소속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꼬리자르기가 아니라 솔직해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태도만이 이 위기를 지나갈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아직 미래가 창창한 첫발을 내딛은 신인다운 겸손함과 진실성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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