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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김미숙의 정체 반전과 신파의 쌍곡선[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3.07.16 11:14

황금의 제국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돈 앞에 장사 없다’일 것이다. 물론 이 말을 한쪽으로만 간단히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돈의 전지전능을 말하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몰락해가는 다른 한쪽의 모습, 다시 말해서 황금의 제국의 허망함을 말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당연한 공식인 착한 주인공이 없다. 그것이 황금의 제국의 멋이자 약점이다.

다만 시청률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일반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마땅한 대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흔히 재벌에 대한 로망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황금의 제국이 다루는 것은 돈의 화려함이 아니라 돈의 추악한 면을 쫓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마음 붙이기 쉽지 않은 드라마다. 손현주가 재기를 위해 병든 아내를 버리고 정략 결혼하는 장면까지 보였어도 시청자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황금의 제국이 갖는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간간히 비치던 김미숙의 본색도 속도감 있게 공개했다. 김미숙은 박근형 때문에 죽은 과거 건설회사 사장의 부인이었다. 박근형은 중앙정보부의 힘을 빌려 잘못을 김미숙 남편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 결과 남편은 고문 후유증으로 곧바로 죽고 말았다. 일말의 가책을 느낀 박근형이 조문을 가서 싸늘한 방에서 울고 있는 김미숙에게 연민을 느꼈고, 김미숙 역시 자발적으로 박근형에게 안겼다는 사연이다. 복수를 위해서.

   
 
김미숙은 박근형의 제국 성진그룹을 자기 아들에게 줌으로써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다. 박근형과 결합할 당시 뱃속에는 이미 전남편의 아기가 자라고 있었으나 숨겼다. 후처에 전남편의 애를 낳는다면 아무래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식구들 모르게 그 아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주지시키고, 언젠가 성진그룹을 손아귀에 넣기 위한 준비를 해온 것이다.

놀라운 반전이기는 하지만 뭔가 신파조의 강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살짝 실망스럽다. 그래도 박근형이 그 사실을 모두 짐작하고 이요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장면으로 그 신파의 냄새를 중화시켜주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근형은 김미숙에게 완벽하게 속아온 것이다. 오히려 이요원에게 자기 죽은 후에도 김미숙을 잘 보살펴달라는 당부를 할 뿐이었다. 어쩌면 알고도 속아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면 신파가 아니라 막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어쨌든 김미숙의 사연은 이요원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

아버지도 몰랐던 김미숙의 낌새를 미리 알아채고 황금의 제국을 지켜낸다는 전개를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은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근거가 있다. 이요원마저 김미숙을 믿었다면 박근형의 병을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 작은아버지와 사촌오빠는 그렇다 치더라도 친오빠마저 단숨에 처내는 솜씨로 봐서 이요원은 더 냉철하고 강하게 그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요원을 마지막에 가서 가장 힘들게 할 존재라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지금 상태에서 다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 김미숙과 달리 아들은 황금의 제국의 권력다툼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떻게 되든 앞으로의 전개는 예상과 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지만 김미숙의 비밀에는 어쩐지 개연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원한이 아니라 자기 친자식에게 그룹을 물려받게 하고 싶어 하는 동기였다면 통속적이고 식상할 수는 있겠지만 황금의 제국의 커다란 청사진과는 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한편 이요원은 장신영과 류승수의 심복을 만나 회유를 한 결과 장신영은 놓쳤어도 류승수의 부하를 통해 조합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이요원이 점차 무서워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여자가 무서워지고 있다. 바로 손현주와 정략 결혼한 진서연이다. 분량은 아직 미미하지만 느껴지는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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