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의 몸짱들, 누가 어떻게 탄생시켰나?

지닌 2006년 영화 “300”이 빅히트를 기록한 이후 영화 속 ‘스파르탄 전사들이 크로스핏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 세계 크로스핏 박스(box)에는 스파르탄들의 포스터가 줄줄이 붙기 시작 했다.

영화를 본 사람 이라면 누구든 배우들의 몸매에 감탄했을 것이고, 당연히 어떤 트레이닝을 했는지도 궁금해 했을 것이다. 게다가 2006년은 한국 사회의 ‘몸짱’ 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300’의 전사들의 몸이 기존 ‘몸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몸매였으니 관심이 특히 대단했다. 전 세계 트레이너들 사이에서도 그들의 훈련방법을 궁금해 하고 따라해 보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300’의 헐리웃 배우들을 훈련시킨 최신 훈련법은 무엇이며 이를 적용한 트레이너는 또 누구인지는 전 세계 피트니스 종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여간 어떤 방법을 동원했기에 단시간에 배우들을 저런 ‘몸짱’으로 만들었는지는 궁금할 수밖에 없던 문제였다.

크로스핏을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동작과 익숙한 장비들이다. 얼핏 보면 이 배우들은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여기에 등장하는 트레이너인 Mark Twight는 크로스피터 중 한명이었고, 그들이 훈련했던 Gym Jones라는 체육관은 크로스핏 지부에 등록된 박스이다. 이들은 아주 강하고 힘든 훈련을 했으며, 불과 몇 주 만에 빠른 속도로 몸매를 만들었다고 한다.

▲ 빈센트 레건 -영화 '300'에서 아들을 잃고 슬퍼했었던 레오니다스 왕의 300군대 대장.

또 다른 영상을 하나 보자.

이 영화가 한국에서 홍보될 때, ‘영화 300의 배우들을 훈련시켰던 트레이닝 팀이 비를 훈련 시켰다’ 라는 기사들이 났고, 게다가 비가 훈련하는 영상까지 공개 되면서 ‘닌자 어쌔신’의 비 역시 크로스핏 훈련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됐다. (실제 본인도 크로스핏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상속의 비는 크로스핏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최근의 영상을 보도록 하자.

또 다른 영화 ‘맨 오브 스틸’ 이다. 이 영화 역시 개봉 후 슈퍼맨의 몸매가 화제가 되었는데, 감독인 잭 스나이더가 바로 ‘300’의 감독이었고, 감독은 이 영화를 맡은 후 배우들의 피지컬 트레이닝을 위해 또 한 번 Gym Jones의 Mark Twight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역시 크로스핏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슈퍼맨의 몸은 성공적으로 만들어 졌지만, 크로스핏 얘기는 나오지 않는 듯하다. (검색해 보면 간간히 연관 검색에 보이기는 한다.)

▲ 헨리카빌의 변화 과정

그들은 크로스핏의 운동 철학과 방법을 따라했는가?

자, 그럼 전 세계의 주목을 연달아 끌어낸 몸매를 만들어낸 Gym Jones라는 체육관과 Mark Twight이라는 트레이너가 과연 누구인지 한번 알아보자.

▲ Gym Jones 체육관의 트레이너 Mark Twight. 운동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듯하다.

앞서 말했듯, Gym Jones는 체육관 이름이며, 적어도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2005년 까지는 크로스핏 지부의 체육관 중 하나였다. 물론, 오너인 Mark Twight 역시 이름이 꽤 알려져있던 유능한 크로스핏 코치였다. 언급한 영화의 개봉 이후 이 체육관과 트레이너의 이름과 함께 배우들의 훈련영상이 공개 되면서, 사람들은 ‘어? 저거 크로스핏이네?’ 했으나, Mark는 자신의 체육관이 더 이상 크로스핏 박스가 아니며, 자기 자신 역시 더 이상 크로스핏 트레이너가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몸을 부각하는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쳤고, 그렇다 보니 그 몸을 둘러싼 이렇다 저렇다 말들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크로스핏 운동방법과 철학을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Mark Twight가 크로스핏의 지적 자산을 훔쳐갔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운동 커뮤니티의 반응에 Mark는 “나는 크로스핏에서 이미 발을 뺐고, 영화 300배우들을 훈련시킬 땐 완전히 나만의 방식으로 훈련을 시켰다”고 응수했다. Mark는 논란이 계속되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15년간 운동선수로써(그는 등반가였다.) 여러 가지 운동들을 몸으로 체험해 왔고, 나의 여러 스승들을 통해 다양한 운동 방법들을 전수 받았다. 나는 더 이상 학생으로 남지 않고, 나 자신이 또 하나의 스승으로 남는 것으로 이들에게 보답하고자 한다. 그들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나는 나만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다.“

for time of:
15-15-10-10 reps
Burpee Pull-up
Push press (65lb)

Gym Jones의 운동 동영상이다. 이것은 분면 얼핏 크로스핏 WOD(Workout Of the Day)같아 보인다. 하지만 크로스핏 기준에서 보자면, 자세는 정말 형편없어 보인다. 물론, 누가 옳은지를 함부로 판단할 순 없다. 어느 특정한 트레이닝 방법을 통째로가 아닌 약간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함부로 훔쳤다느니 베꼈다느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적절한 비판도 아닐 것이다.

결국, 본질은 경쟁을 통해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다름 아닌, 한 가지 확실한 문제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영화 ‘300’의 배우들은 크로스핏 스타일 혹은 크로스핏과 비슷한 훈련 방법으로 전에 없던 몸매를 만들었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했느냐가 세계적인 관심꺼리가 되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Mark는 이에 대해 “배우들 끼리 경쟁을 함으로써 운동 강도를 더 높일 수 있게 했다”고 했다. Mark의 운동을 어떻게 정의하건, ‘경쟁’ 요소의 도입은 정확히 크로스핏의 철학과 일치하는 방법론이다.

‘300’의 배우들은 전신을 활용한 Metcon 훈련과 Strength 훈련을 적절히 섞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배우들이 다양한 액션 장면을 연기하기에 적합하도록 좀 더 실질적이고 기능적인 동작들이 전수됐다. 그 결과 바디빌딩 식 훈련만으로 만들어진 몸매와는 확연히 느낌이 다른, 크로스핏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과 매우 비슷한 몸매가 만들어졌다.

‘맨 오브 스틸’에서도 역시 Mark가 훈련을 시켰다. ‘300’과 마찬가지로 케틀벨과 올림픽리프팅, 운동선수들이 훈련하는 듯한 Metcon과 Strength 훈련이 이뤄졌다. 때때로 바디빌딩 식 훈련도 모두 섞은 듯 보인다. 하지만 이때도 마찬가지로 고강도의 운동을 쉬지 않고 몰아붙이는 크로스핏 박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됐다. (참고로, 비의 ‘닌자 어쌔신’은 Gym Jones와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어디에도 Mark가 관여했다는 말은 없다. 다만, 영화 ‘300’의 ‘무술팀’이 트레이닝을 했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크로스핏은 특정 운동을 말하는 것을 넘어선 피트니스를 바라보는 관점

이들 영화배우들이 모두 크로스핏을 했느냐고 필자에게 묻는다면, 과감히 ‘No’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리고 역설적이겠지만 크로스핏은 어떠한 특정 운동들, 또는 운동방법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 피트니스를 바라보는 하나의 철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크로스핏이 지닌 철학의 궁극은 기능적인 모든 것을 균형 있게 갖춘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이다. 크로스핏은 이처럼 뚜렷한 하나의 순수한 목적을 갖는 운동 그 자체이다.

많은 사람들이 ‘300’, ‘맨 오브 스틸’, ‘닌자 어쌔씬’을 보고 그들처럼 되기를 꿈꾸며 운동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했을 것이다. 당신이 크로스핏을 몰랐기 때문에 혹은 크로스핏이 아닌 다른 방법의 운동을 했기 때문에 실패했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 실패는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바로 ‘어떠한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가’의 문제 말이다.

영화배우들의 첫 번째 목적은 아마도 ‘스크린에 어떻게 비춰질까’였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액션 장면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기능을 갖출 수 있을까 였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빨리 지방을 제거하고 순수 근 매스를 얻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크로스핏과는 목적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크로스핏의 WOD를 열심히 하고, 올바르게 먹으며, 충분히 잠을 잔다면 빠른 속도로 지방이 제거되고 근육량이 늘어날 것이다. 크로스핏을 열심히 하면 액션 장면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바디빌더 만큼은 아니지만 스크린에 멋지게 보일 정도의 몸매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이 추구하는 제1목표는 ‘어떠한 육체적 우발상황에도 모두 준비된 기능적인 몸을 만드는 것’이지 ‘남에게 좋게 비춰지는 몸매를 빨리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은 크로스핏의 훈련법을 통해 ‘경쟁’이라는 요소를 개입시켜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왜 운동을 하느냐를 먼저 생각하고, 운동을 택하라

만약, 당신이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크로스핏 WOD인 “Fran”을 한다면 이것은 크로스핏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나의 여러 가지 신체능력 중, 오늘은 Strength를 단련하기 위하여 헬스클럽에 가서 벤치프레스를 했다면 이것은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벤치프레스는 몸을 키우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는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 중 하나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는 운동에 앞서 운동을 하는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덜 기능적이라도, 날씬하고 보기 좋은 몸매, 또는 근육질의 몸매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면 굳이 크로스핏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더 강한 기능과 건강을 가지며, 보여 지는 몸매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 한다면 망설임 없이 크로스핏을 선택하길 권한다.

어떤 운동이 더 효과적이냐 덜 효과적이냐는 더 이상 논쟁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 어떤 운동으로 멋진 몸매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렇게 따라 하는 것 역시 별 의미는 없다. 영화배우들이 크로스핏을 혹은 크로스핏처럼 훈련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더 강도 높은 훈련이며, 더 강도 높은 훈련은 더 빠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합리적인 이치 때문이다. 다시 ‘300’과 같은 몸매를 꿈꾸게 되는 계절이다. 물론, 휴가가기 전에 당신이 ‘300’의 몸매를 갖추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라. 그리고 시작하기에 앞서 ‘왜’ 운동을 하느냐를 생각해 보라. 거기에 맞는 운동을 찾으면 된다. 물론 그 운동이 크로스핏처럼 재미있기까지 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3, 2, 1 go!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투혼’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한 그를 국내 크로스피터들은 '조상님' 혹은 '두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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