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iTV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공익적 민영방송'이라는 기치가 무색하다. 이는 역외재송신 문제, 지지부진한 광고매출 문제, 최대주주의 경영 전횡, 편성철학의 부재, 내부 구성원의 심각한 갈등 등에서 기인했다."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로 미디액트 사무실에서 열린 'OBS 경인TV 반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의 말이다.

▲ 'OBS 경인TV 반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가 서울 세종로 미디액트 사무실에서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열렸다 ⓒ곽상아
2004년 iTV 정파 이후 3년만인 작년 12월에 개국한 OBS 경인TV(사장 주철환)의 개국 6개월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OBS에 대해 열악한 경영상황, 비전 부재, 최대주주의 경영전횡 등을 이유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평가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도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체제와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체제에서 OBS가 가질 수 있는 비전이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기본적으로 iTV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다"며 조 부소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대수 창준위 집행위원장 역시 "OBS의 경영 안팎 여건, 내부 역량 등을 볼 때 지금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적했다.

▷"경영 상황 매우 열악"=지난 4월까지 OBS에 재직했던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발제문 '개국 이후 경영상황과 조직진단'에서 "내년 4월이면 유동성이 바닥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OBS의 경영난은 매우 심각하다"며 "재원과 인적 역량이 모두 미흡한 OBS의 광고 매출은 한달 1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왼쪽)와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곽상아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역시 "지금 OBS에 필요한 것은 투자제작비를 파격적으로 늘려서 프로그램 질을 높이는 것인데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안 만들어져서 광고 매출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는 "이렇듯 열악한 상황에서 OBS가 지역 밀착보다 정치적으로 지금의 권력과 협력하는 게 생존수단이라고 판단할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조준상 부소장은 역시 "OBS가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조중동과의 겸업, 대기업과의 제휴, MB정권과의 관계개선 등을 해법으로 삼는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는 전체 방송계의 흐름과 거꾸로 가는 해법들"이라며 "OBS는 저널리즘을 회복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방송으로 하루빨리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주주의 경영전횡"=조 부소장은 또 "OBS는 옥상옥의 상층 지배구조로, 최대주주가 회사의 모든 주요 경영 관련 결정을 하기 때문에 결과가 잘못되도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며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줄서기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소장은 "최대주주가 방송편성에 직접 개입하진 않으나 회장과 부회장을 통한 개입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보도국에 대한 부회장의 개입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내부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대수 창준위 집행위원장은 "최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책임지지 않는 황제경영에 대해 이사들까지 포함해서 임원진들이 모의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임원들이) 방어선만 편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계획됐던 시도민주 공모라든지 이런 게 모두 공염불이 되는 것"이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유형서 희망조합 사무처장 역시 "지금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파벌이 자꾸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장공모추천제로 뽑힌 주철환 대표이사와 부사장 체제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야 한다. 비전이나 계획은 일원화된 상황에서 제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도민주 공모 안 할거면 기금 반환하라"=OBS의 최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지난해 3월 '시청자의 방송'이 되겠다며, 100억 규모의 시도민주 공모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사측은 법률적 위험성 등을 이유로 이를 답보해놓은 상태다.

'시도민주 공모의 경과와 전망'을 발제한 이상훈 창준위 집행위원은 이에 대해 "OBS 대주주와 경영진은 시도민주 공모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창준위와 OBS는 기금 납입자들에게 사과메일을 보내고 보관중인 기금을 반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수 창준위 집행위원장은 "여러 가지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볼때 사측이 의지가 없는 게 정상적인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언론에 대한 강력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황제경영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재허가를 위한 명분 중 하나였던 시도민주 공모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의 지지자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향후 재허가 국면에서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시청자중심주의, 취지 되살려야"='시청자 참여'를 발제한 손동혁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은 "OBS가 내세우는 ‘시청자중심주의’ 슬로건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있는지 살펴보며 현재로선 매우 공허하다"며 "유일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인 <꿈꾸는 U >마저도 제작방식이나 운영방식에 있어서 KBS <열린채널>같은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Public Access·시청자참여프로그램)만큼이라도 열려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손 소장은 개선방안으로 △시청자 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 구성 △시청자국 신설을 통한 시청자 참여방안 개발·시행 △미디어센터 설립을 위한 TFT구성 △'공익적 민영방송'에 대한 지표설정 및 점검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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