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한국사회만큼 몸에 대한 관심과 다이어트에 대한 열기가 전 사회적인 나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헬스, 수영, 요가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지배하는 국내 운동 시장은 매번 트렌드를 달리하며 과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왜 운동을 하는 것이고 또 정확한 운동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소개는 희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 곳곳에 헬스장이 늘어서 있고, 마라톤 대회 참가 사이트가 폭주하는 등 매 시기마다 특정 운동의 유행 주기가 교차해가지만 그래서 운동 본연의 가치와 목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역시 부재하다고 해도 좋은 수준이다.

여기,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흡사 런닝머신과 복근이 없었던 시절의 운동은 무엇이었냐고 묻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크로스핏이야말로 오늘 날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 너머의 운동, 태초의 운동을 향한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보여주기 위한 몸’과 ‘목적을 위한 운동’에 관한 충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미디어스>가 매주 1회 ‘이근형의 크로스핏 다이어리’ 연재를 시작한다. 이근형 트레이너는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아시아에 3명 밖에 없는 국내 유일의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이근형 트레이너의 안내에 따라 ‘강건한 몸’과 ‘기능에 충실한 운동’을 이해하고 늘 ‘실패하는 운동’이 아닌 ‘진정한 운동’을 실천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크로스핏(crossfit)을 아시나요?

당신 주변에 혹시 누군가 크로스핏(crossfit)을 하는 사람이 있거나, 혹시 본인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든 걸 왜 하느냐고. 다친다고. 하지 말라고. 행여, 당신이 크로스핏에 대해 들어봤으면서도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그 이유 역시 하나일 것이다. 너무 힘들어 보인다. 나 같은 사람은 아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누가 어떻게 생각하건, 당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건 크로스핏은 이미 굳건한 흐름에 올랐다. 차라리 이제 당신은 크로스핏은 무엇인지, 왜 크로스핏을 해야 하는지, 과연 이 운동이 나에게 무엇을 가능케 해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 크로스핏을 창시한 그레그 글레스만(Greg Glassman)은 어느 잡지 인텨뷰에서 크로스핏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다양하게’ ‘고강도로’ ‘기능적인 동작을’ 한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맞다. 크로스핏을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그것도 시작 하고 나서 그만두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주일 안에 나온다. 그렇다. 힘드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는 늘어진 자신의 뱃살을 만지며 살 빼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혹은 TV나 잡지에 나오는 몸매 좋은 사람들을 보며 저렇게 되고 싶다고 늘 꿈꾼다. 하지만 실제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해 왔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건 없고,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특히 운동은 정확히 그렇다.

‘끊임없이 다양하게’ ‘고강도로’ ‘기능적인 동작’을 하는 것

크로스핏을 창시한 그레그 글레스만(Greg Glassman)은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크로스핏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다양하게’ ‘고강도로’ ‘기능적인 동작을’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말처럼 크로스핏은 완벽하게 ‘실제주의’를 가진 철학이다. 크로스핏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작을 훈련하고, 더 빠르게 외부의 물체를 이동시키며, 오랫동안 지치지 않는 에너지 시스템을 가지고자 운동한다. 이것이 크로스핏의 목적이고 지향이다. 크로스핏은 스포츠와 일상생활에서 직접 적용되는 모든 영역의 신체능력이 모두 발달한 초인의 육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일반인인 당신이 운동선수인 양 이렇게 운동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당신을 미친 사람 취급할지도 모른다. 운동에 대한 우리의 오랜 고정관념은 누구나 건강한 체력을 가지고 싶어 하면서도 신체능력을 발달시키는 훈련은 운동선수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가대표 합숙소의 훈련을 보고 있자면 그들은 정말 구토가 나오도록 힘들게 운동하고 있다. 이런 장면을 보면 ‘저런 강도의 운동은 선수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도 아니고, 특수부대원도 아닌 당신이 왜 크로스핏을 해야 하는가? 헬스장 가서 자전거 좀 타다가, 덤벨 몇 번 들고 복근운동 좀 해주고, ‘야, 오늘 운동 잘했다’며 자신을 토닥거리며 개운하게 샤워하고 집에 가면 그만일 텐데. 왜 프로 운동선수도 아닌, 의사가, 회사원이, 웹디자이너가, 학교 선생님이 지하 격투장 같은 크로스핏 박스(BOX, 체육관)에 와서 웃통을 벗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소리 지르면서 마치 자신을 학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일까.

크로스피터는 누구든 어쨌든 WOD를 한다!

크로스피터는 누구든 어쨌든 WOD(Workout Of Day, 그날의 운동)를 한다. 그 훈련이 얼마나 힘들든지 간에, 크로스핏 본부에서 제공하는 와드를 접한 크로스피터들은 ‘아 겁나 힘들겠지? 하지만 재밌겠지!’라고 반응한다. 크로스피터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걸 보면, 참 별나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누구나 처음 크로스핏을 시작하면 무섭고 힘들 것 같고, 이걸 과연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비루했던 몸이 변하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고, 풀업 바에 매달리면 한 번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했던 내가 스무 번을 당겨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은 바뀐다. 끝낼 수 있을까 하던 생각은 이제 ‘오늘의 WOD는 얼마나 걸릴까’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크로스핏은 이처럼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며 WOD를 통해 매일 매일 승리감을 맛본다면, 이것보다 더 가슴 뛰는 취미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멋진 몸매와 지치지 않는 신체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크로스핏의 궁극적 목표는 ‘초 건강상태’이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이유들은 뻔하다. ‘식스팩’을 가지고 싶다거나, 날씬해져서 예쁜 옷을 입고 싶다거나. 대체로 ‘디자인’에 관련된 욕구들이다. 물론, 내 몸의 ‘디자인’에 대한 가치관은 매우 중요하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고, 남자들은 더 아름다운 몸매의 여성을 선호하며, 여자들은 배나온 남자를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은 디자인이 아닌, ‘성능’우선주의의 운동이다. 성능의 필요성을 알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아직 자신의 몸이 얼마나 쓸모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겪어보지 못했을 확률이 크다. 운동선수들은 당연히 좋은 성능이 필요하며, 그들은 좋은 디자인의 몸을 가지기 위해 훈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운동선수의 그것보다 훨씬 예측불가능 하며, 또 다이내믹하다.(옆집 할머니에게도 스피드와 민첩성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크로스핏은 노인들과 임산부, 운동선수, 특수부대원을 똑같은 방법으로 훈련시킨다. 운동선수가 필요한 성능과 우리 할머니가 필요한 성능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절대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크로스핏이 지닌 ‘실제주의’ 철학의 결론이다.

예컨대, 당신이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재빨리 주변의 사물에 의지하며 중심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러한 동작은 민첩하고 빠른 동작이다. 하지만 헬스클럽에서는 민첩성을 가르치는 대신, 허벅지 앞쪽 근육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운동을 가르친다. 이게 도움이 될까? 크로스핏은 할머니에게 덤벨 스내치를 훈련시킨다. 덤벨 스내치 동작을 익힌 할머니는 더 이상 길을 걷다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가 스태미너와 지구력이 개선된다면 더 오랫동안 손자들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서 놀아줄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분명 할머니의 인생을 훨씬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성능 우선주의 운동’이 당신에게 선사할 ‘초 건강상태’

어느 날 박스에 자신을 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며 크로스핏을 시작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왜 시작하느냐고 물었더니, 학교 주차장에서 못된 짓을 하는 학생들을 잡으려고 쫒아갔는데, 숨이 차서 한 명도 못 잡겠더라, 그래서 왔다고 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자기 몸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삶속에서 얼마나 심각한지 알았기 때문에 크로스핏을 시작하려고 한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육체적으로 극복해야 할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갑자기 이삿짐을 날라야 한다거나, 무거운 짐을 자동차에 싣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거나. 혹은 급한 비즈니스로 갑자기 수백 미터를 전력으로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크로스핏의 목적은 당신을 운동선수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안고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근력. 약간 무겁더라도 혼자서 옮길 수 있고, 짧은 거리지만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정도의 지구력을 갖는 것을 위함이다.

우리가 건강해 진다는 것은 더 많은 육체적 우발상황에 노출되어도 극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이것은 언젠가 당신의 인생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하다면, 어느 순간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에 맞서기 위해, 바로 지금 시작하라!

▲ 크로스핏은 어렵다? 맞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임산부도 할 수 있다.

크로스핏은 이러한 삶속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을 바탕으로,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훈련 프로그램을 바꾸며, 우리 몸을 더 개선시키기 위해 고강도로 운동 한다. 나는 못할 것 같다고? 아니다. 할 수 있다. 누구든지 바로 지금 크로스핏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 크로스핏을 시작한 사람을 죽어나가도록 훈련시키는 박스는 없다. 훈련 프로그램은 잘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나 같은 운동을 하지만, 그 ‘정도’의 다름을 나눌 수 있도록 축소해 모두가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크로스핏이다.(그래서 임산부들도 하고 있다!)

건강함이란 디지인이 좋은 몸을 갖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신체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더 건강해진다는 것은 더 오랫동안 더 빨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복한 삶의 바탕이 되는 건강함은 바로 이것이다. 3, 2, 1, go! 크로스핏 다이어리를 시작한다.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투혼’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한 그를 국내 크로스피터들은 '조상님' 혹은 '두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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