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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이 위법?일부 심의위원 의견 침소봉대…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만 보도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7.02 16:29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은 위법"(조선일보)
"신문광고 중단 압박은 위법"(중앙일보)
광고주 협박 글 무더기 "위법"(동아일보)

2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의 1면 기사 제목들이다. 과연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이 위법인가? 위 신문들에 따르면 '그렇다'.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위법 판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조중동이 서로 앞질러 해버린 셈이다.

조중동은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월권' 논란에는 침묵하고,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광고불매 행위와 이를 촉구하는 글을 쓴 행위를 동일시하고 있다. 심의위가 1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일부를 삭제하라는 시정 요구를 내리자 조중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2일자 신문에서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자체가 위법인 것처럼 대대적인 포장에 나섰다. 광고 불매를 다룬 인터넷 게시글이 광고 불매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중동은 '일부 게시글 삭제 조치'를 '광고 불매운동 위법'으로 손쉽게 정리해버린 것이다. 

   
  ▲ 조선일보 7월 2일자 1면  
 
조선일보는 2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부터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은 위법">이라고 뽑은 뒤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사의 광고주 리스트를 인터넷에 올려 항의전화를 조장하는 이른바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에 대해 위법 판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일부 게시글에 대한 심의위의 삭제 조치를 곧바로 광고 불매운동 전체에 대한 위법 판정으로 정리한 것이다.

   
  ▲ 동아일보 7월 2일자 3면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2일자 <"광고주 이름-연락처 올려 불매운동 주장은 위법"> 기사에서 "특정 기업의 이름과 연락처만 올린 글에 대해서도 삭제 결정을 내려 '광고주 협박을 통한 광고 중단 운동' 자체가 위법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광고 불매운동, 소수가 다수 의견으로 둔갑한 여론 왜곡"> 기사에서 "광고주 압박을 독려하는 글 이외에 특정 신문 광고주 리스트와 연락처를 나열하는 행위도 위법의 범주에 포함시켰다"며 "'광고 불매운동'의 본질적 부분에 대해 모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는 몇가지 중요한 쟁점과 논란을 누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보도' 내지 '사실보도'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원이 아닌 행정조직이다. 따라서 이번 게시물 삭제 결정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란을 빚으며 "권한을 넘어선 판단"이라는 법조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중앙일보 7월 2일자 1면  
 
송호창 변호사는 "위법 행위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심지어 방통심의위원 9명 가운데 법률쪽 전문가는 1명 뿐이다. 위법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는 조직이 월권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2일자 사설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따른, 여론 형성을 위한 인터넷 게시글을) 행정적 규제와 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온당치 않다"며 "행정조직인 심의위가 헌법상의 권리에 제한을 가하거나 위법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의 판단 근거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도 문제다. 여러가지 심의규정 가운데 '기타' 조항을 내세웠다는 점부터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심의위는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해 법질서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이거나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을 삭제 조치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이 있느냐도 문제지만 특정 신문에 광고한 기업 목록을 단순 정리한 글까지도 삭제 대상으로 삼은 것은 과도하다는 반대 여론이 비등하다. 구시대적인 '여론 통제' 발상이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가 권한 남용과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위헌 논란까지 무릎쓰고 게시글 일부에 대해 삭제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정치적 판단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한겨레 7월 2일자 사설  
 
그러나 조중동은 이러한 사회적 논란과 쟁점은 철저히 무시한 채 심의위의 결정을 대대적으로 받아쓰기만 했다. 오히려 포털 사이트에 명예훼손, 협박 글 삭제 요청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을 지면에 온통 할애했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결정이 나오자 이를 확대 해석하면서 "당연한 결정" "기업들의 권리도 중요" 등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언론의 자유,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보다 기업이 광고할 매체를 선택할 권리에 무게를 실은 전형적인 '기업 프렌들리'에 입각한 보도"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1차 보이콧 대상인 '조중동'에 대한 비판 글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2차 보이콧 대상인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 촉구 글은 불법"이라는 일부 심의위원의 의견을 침소봉대해 "게시글 위법"이 곧바로 "광고 불매운동 위법"인 것처럼 단정해 보도한 것은 심각한 오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가 권한을 넘어선 행위를 했다는 문제제기가 많은데 조중동은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만 보도하고 있다"고 평가한 송호창 변호사는 "조중동은 게시글도 광고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나 이것 역시 법률적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며 "불매행위와 이를 촉구하는 글을 쓴 행위는 전혀 다른데도 조중동은 이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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