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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여의도 표퓰리즘'에 휩쓸린 민주당,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결정비례 확대하자며 정당공천 폐지주장, 모순에 빠져
한윤형 기자 | 승인 2013.07.04 16:55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민주당 정당공천 찬반검토위원회가 시·군·구청장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김태일 위원장이 금일(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지만 당내에서 찬반 논란이 일자 당 지도부는 찬반검토위를 구성해 폐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었다. 

정당공천 폐지, 최선이었을까? 

하지만 위원회가 문제해결을 위한 검토를 제대로 한 것인지 그저 여론에 밀려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에서 지난 4월 29일에 주최한 이 문제에 관련한 토론회의 경우 많은 학자들은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부적절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법학 전공의 토론자 정연주 교수의 경우 헌법 제8조 1항을 근거로 우리 헌법에서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정당을 통해 이루어내도록 보장하고 있기에 기능적 권력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지방자치에서 정당을 통한 정치형성기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정교수는 설령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위헌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까지 설명했다. 또 그는 비례대표 의원의 존재 자체가 정당투표를 통한 정당의 개입을 전제하는데, 정당공천제를 없애면서 어떻게 비례대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논변은 정당공천제 폐지 입장에 선 고경훈 연구원조차 일부 수긍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위력적인 것이었다. 그는  “원래 나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란 제목으로 발제문을 쓰고 싶었는데 우리 헌법에서 정당공천이 생각보다 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문제점’으로 고칠 수밖에 없었다”며, “정 교수의 헌법 8조1항 해석이 조금 과도하다고 여기기는 하지만, 우리 법률 체계에서 정당공천이 기본이라는 전제 하에 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일 민주당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 찬반검토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구도와 정당공천제가 결합한 '싹쓸이 투표현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다"며 "검토위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없애고, 풀뿌리 지방자치의 기본취지를 실현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여론'과 '안철수'  

취재 결과 민주당 내부 사람들도 이러한 문제제기에 동의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한 민주당의 관계자는 “비례대표 의원 확대하자면서 정당공천제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모순이란 사실에 동의한다”면서 “솔직히 내 소신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의 행동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푸념했다.  

그는 “정치엔 상황이 있고 상대방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정당공천제는 폐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반대해도 새누리당이 먼저 말할 것이고 새누리당이 말하지 않는다면 안철수가 말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여론을 보고 끌려가서 거기에 합의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어차피 통과될 일이라면 우리가 먼저 주장하고 나서야 정치적으로 이득인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상황’은 ‘여론’과 ‘안철수’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앞다투어 이런 종류의 약속을 한 이유는 당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중심으로 이해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 담론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올바르지 않은 방향이란 건 알지만 대중이 매우 좋아하는 종류의 담론을 안철수 의원이 던졌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보다는 덜 파괴적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작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최근 정당정치론자로 유명한 최장집 교수를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영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은 국회의원들이 일은 안 하면서 너무 많은 특권을 누리고 돈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들은 정당에 대한 불신이 크고 정당이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것 역시 곱게 보지 않는다.  

'여의도 정치계급'의 문제 

물론 대중들의 반감의 근거를 제공한 것은 한국의 정치권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양당제가 고착된 보수적인 미국의 의회와 비교해서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가장 잘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양당이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의 차이는 적고 실제로는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정치학자들은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여의도 정치계급’이라 칭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가 잘 기능하지 못 한다고 해서 국회의 역할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 독재의 우려도 있고 정치권력이 시장권력을 통제하는 힘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정치학자들은 국회의원의 특권과 역할을 구분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말하자면 국회의원이 누리는 어떤 특권들은 폐지되어야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에게 딸린 인력이나 세비를 줄이는 것은 정치개혁이기는커녕 그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다른 나라의 국회의원보다 적은 인력으로 정책을 생산하기 때문에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인데, 국회의원에게 인력이 주어지는 것을 혐오하는 시선은 국회를 개선하기는커녕 개악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들은 의외로 열심히 일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국회의원들이 대중의 반감만큼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다들 너무나 열심히 일한다. 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의원들의 자기 변명이 아니라, 정치부 기자, 보좌관 및 비서, 국회에서 일하는 공무원 등 그들의 삶을 아는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일관되게 증언하는 사실이다.  

한 당 관계자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노는 의원도 없지는 않다. 아마 300명 중에 서너 명 정도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의원의 삶은 실제로는 한가한 것과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의원들은 ‘일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법안 표결에 출석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 시간에도 마음 편하게 놀러간 것이 아니라 대체로 지역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님’이 행사에 얼굴 한 번 비춰주기를 바라는 지역구 유권자가 대단히 많은 한국 사회에서,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한 국회직원은 “사람들이 (의원들의 세비 낭비라고 대표적으로) 비난하는 해외출장조차도 가서 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정들이 많고 실제로 여기저기 견학을 하고 다닌다”고 설명한다. 한 정치부 기자는 “의원들은 사실 국내에선 사생활이란게 있을 수가 없는 처지라 밖으로 나가야 잠깐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정치적 구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의원들 역시 비슷한 얘기를 한다. 대체로 견학할 것이 있기 때문에 나가는 경우가 많고, 사실 견학할 것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밖으로 나가야 국내 정치의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럴 때라도 문제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문제해결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을 요구해야 우리가 살아 생전에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계급’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맹목적이고 한국 사회의 개혁을 추구하는 제1야당조차 ‘반여의도 포퓰리즘’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시민들이 '반여의도 포퓰리즘'을 넘어서야  

이번 민주당 당론만이 문제가 아니라, 임시국회 기간 동안에 통과된 ‘반여의도 포퓰리즘’ 성향의 법안들도 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전자는 국회 회의장에서 폭력을 행사해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국회의원 보좌진을 당연 퇴직시키고 임용을 제한하는 법안이며, 후자는 의원 연금으로 불리는 헌정회 연로지원금을 19대 국회부터 폐지하는 내용이다. 기존 수급자 중에서도 의원 재직 기간 1년 미만,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이상, 제명 또는 유죄 판결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한 전직 의원들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당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이 연금을 받지 못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의원들 중에 저런 연금이 불필요할 정도로 재산이 많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연금이 없다면 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만 정치를 할 수 있고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정치를 하는게 바보 짓이 되는 세상이 오는게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다른 사회구성원들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야지, 그들의 연금을 폐지하는 것이 이 사회가 나아갈 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사려깊은 시민들이 훌륭한 정치인과 훌륭한 정당을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삶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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