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임에서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상어'가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해버렸다. "잘 만든 드라마는 재미없어요" 지극히 주관적인 대답이었지만 시청률이 이 아주머니의 대답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쪽대본을 비판하고 드라마 제작 환경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나 쪽대본으로 방금 제작된 드라마들이다.
'상어'는 웰메이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우선 영상미를 강조한 부분은 쪽대본이 없는 것임을 나타내준다. '상어'는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모두 색보정이 들어간 영상이다. 편집은 반나절이면 끝낼 수 있지만, 영상의 색을 보정하는 것은 하루로도 모자라는 작업이기에 '상어'는 사전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또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해외 로케이션까지 있는 '상어'는 영상 편집 및 제작에 들어간 비용이 꽤 많았을 것이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나쁜 남자와 비슷한 구조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부레가 없어서 계속 헤엄을 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어'의 특징을 드라마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복선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한데 특히, 살인자 역을 맡은 이정길, 김규철의 연기는 거의 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왜 '상어'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황금의 제국’의 제작발표회에서 손현주는 4회까지만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추적자팀이 다시 모여 만든 ‘황금의 제국’. 첫 회에 대한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과연 4회 후에는 추적자처럼 푹 빠져들게 만들까? 아니면 웰메이드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게 될 것인가.
웰메이드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제작비도 많이 들이고, 여러 메시지도 담고 있는데 말이다. 아마도 어깨에 들어간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항상 하는 말이 공기 반 소리 반 외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노래하란 것이다. 노래를 잘할지 못할지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결정된다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성대에 힘이 들어가 소리통이 좁아지게 되고 경직된 성대로 인해 발성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어깨에 힘이 빠져 있으면 최고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웰메이드 드라마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드라마를 복잡하게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최근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과 ‘출생의 비밀’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이지만 명쾌하고 발랄한 드라마였다. ‘출생의 비밀’은 제목에 아예 대놓고 막장의 기본 요소인 출생의 비밀을 넣기도 했다. 그럼에도 막장드라마 같지 않다는 호평을 받기까지 했다.
드라마의 첫 회를 보면 시청률이 좋을지 나쁠지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난해하고 복잡하고 어두울수록 시청률은 낮은 경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나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피곤을 풀기 위해 TV를 켰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감이 느껴지는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이수의 안타까운 사연과 복잡한 복수의 과정. 김준의 어두움과 항상 안타까워만 하는 조해우의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쪽대본으로 몇 시간 만에 편집되어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보다 어깨에 힘을 뺀 드라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기 반 소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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