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악법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

아직도 그들은 거리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주겠다던 비정규직 보호법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그리고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하고 싶다는 그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바람은 여전히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것이 비정규직 보호법 아니 비정규 악법의 현실이다.

1년 전 우리는 이 비정규 악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처참히 짓밟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비정규 악법이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고 고용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념식까지 열고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화자찬하였다.

그 자화자찬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참담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기륭전자, 2006년 KTX·새마을 여승무원, 2007년 뉴코아-이랜드, 코스콤 그리고 수많은 노동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악법 덕분에 보호받기는커녕 오늘도 거리에서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와 자본은 그들의 투쟁을 외면하고 또 다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악법이 2008년 7월 1일이면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적용 될 예정이다. 이에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해고가 또 다시 예고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악법은 노동자의 해고와 비정규직화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밖에는 되지 않는다. '차별시정제도'만 보더라도 이는 명백히 드러난다.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기업이 차별시정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만 준 것에 불과하다.즉 노동현장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신고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고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이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이 모든 법적 장치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거리로 쫓아내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산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이고 있다.

이것이 비정규 악법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그 어느 누가 이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단 말인가! 바로 정부와 자본이다. 이들은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악법을 악용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다. 그러면서도 저임금을 책정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여왔다. 그리고는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마음대로 이용하고 버리고 있다. 한데 이것으로도 정부와 자본의 야욕과 악랄함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나보다. 오늘도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자본을 이용하여 지극히도 기본적인 노동권과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차별과 억압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이제 비정규악법의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다. 이 악법이 시행 된지 고작 1년 만에 한국사회의 노동현장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사회의 사회양극화와 구조적 차별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급속도로 갈 것이다.

그렇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자본은 거리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듣기를 바란다. 이들의 외침은 오로지 단 하나이다. 이들이 일했던 노동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일하는 것이다. 너무도 소박하고 절실한 이들의 외침을 정부와 자본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에 지금 당장 정부는 비정규악법을 폐기해야 한다. 더 이상 자본을 위한 정부 노릇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 노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방기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은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지 말라! 그리고 거리로 내몰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시 노동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의 소모품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현재의 노동현장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08년 7월 1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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