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2년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

"저는 꿈을 꿉니다. 희망의 그림을 그립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서울 어디에 살고 있든, 모두 다 정말 특별한 시민이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시정의 모든 역량을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집중하겠습니다”

2006년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출발하였다. 이제 2년이 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묻고 싶다. 과연 오세훈 서울시장이 2년 전 말했던 꿈과 희망의 그림은 지금 진정 서울시민과 함께 하고 있는가? 그리고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는 높아졌는가?

결론부터 말하자. 단연코 아니다. 오늘 우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2년을 축하하기는 커녕, 아직도 2년이나 남아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할 지경이다.

지난 2년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이전의 어떤 시장보다도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하여 이벤트식 전시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였나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를 책임져야할 시장 본연의 역할은 망각하고 “디자인, 문화”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디 이뿐인가? 시정의 모든 역량을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오로지 “1200만 외국인 관광객”에 목을 매고 있다. 서울시민들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를 돌아보자. 서울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대문운동장을 포크레인으로 모조리 부셔버리고, 오늘도 그 공간을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서울시민들을 폭력적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내고 있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디자인 거리 조성에 방해가 된다고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백주대낮에 노점상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리고 도시환경미화와 서울시 이미지를 위해 노숙인을 청소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도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이 모든 것이 “문화도시, 명품도시 서울”을 위해서란다. 그러고는 서울 곳곳을 신개발주의 포크레인으로 공사판을 만들고 있다. 참담하다. 멋부리려는 오세훈 서울시장 덕분에 서울시민들은 얼어 죽고 있다. 궁금하다. 서울시장 선거기간에는 그토록 서울시민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닌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디로 간 것인가?

어디 이뿐인가? 지난 5월 서울시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서울시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았지만 제대로 된 방역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서울시민의 건강권을 지키지 못한 것도 시장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기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데 이보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 와중에 말도 안 되는 “해치”를 서울의 상징물로 결정했다며, 이와 관련된 예산을 5억이나 신규 편성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태이다. 또한 지난 5월 서울시청 앞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시설비리 척결과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해 힘겹게 투쟁하고 있을 때, 이 문제의 해결주체가 되었어야 할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오로지 외면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힘겨운 투쟁이 벌어지는 그 때 그 곳에서 화려하다 못해 너무나 눈부셔 눈을 뜰 수도 없는 현란한 조명과 무대를 시청광장에 세우고 98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하이서울페스티벌을 개최한 것도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이것이 문화라고 한다. 이것이 서울시민들의 문화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한다. 이처럼 서울시민의 삶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문화도시, 명품도시”에만 매달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줘야 하는가!

이 정도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으로 의무와 역할은 포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서울시장 연임을 위한 치적쌓기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장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스스로 보호하기에 바쁘다. 지난 총선기간 동안 뉴타운 지정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애매모호한 발언은 서울시의 부동산가격을 또 다시 치솟게 하였다. 한데 총선이 끝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부동산과 뉴타운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을 내어놓는 등의 시장으로서 보여야 할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명하기 급급했다. 그리고 전임시장이 계획했던 뉴타운에 대한 부담감은 지고 싶지 않으면서, 고작 내 놓은 계획이 재개발 요건을 완화해 재개발지역을 더 늘이겠다는 것이다. 어이없다. 서울 전역을 공사판으로 만들고 서울시민들을 쫓아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도 한 지역의 단체장으로 중앙정부의 일을 말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 같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몸을 사렸다. 한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월 27일 수많은 서울시민들의 소통과 표현의 장이었던 서울광장의 천막을 대낮에 도심한복판에서 공권력과 용역까지 동원하여 철거하는 것에는 앞장을 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서울시민의 생존권과 건강권보다는 서울광장의 잔디와 자본으로 포장한 문화공연행사가 더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명박 정권의 시녀노릇을 하는 것인가? 개탄스럽다.

이제 임기의 절반이 지났고, 그 절반이 남았다. 지난 절반동안 서울시민들은 고통받았다. 삶의 질, 행복지수 따위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맨유에 서울시 홍보영상물을 틀기 위해서 연간 25억원의 돈은 써도, 소외받고 배제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돈은 쓰기 아까운 오세훈 서울시장 덕분이다.

이렇게 지난 절반의 암담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은 절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은 절반을 시작하는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더 이상 서울시민과 그 삶을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욕을 위한 대상으로 보지 말라! 그리고 서울시민과 그 삶을 더 이상 자본의 논리와 이벤트식 전시행정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서울시민과 그 삶이 담보되지 않는 서울에서 문화도시, 명품도시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더 이상 오세훈 서울시장은 본인의 치적쌓기와 정치적 행보를 위해 서울시민을 희생시키지 말라! 서울시민은 그 어느 누구나 평등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권리가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이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남은 절반의 기간 동안 더 이상 서울시장으로서의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것만이 남은 절반의 시간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에서 서울시민과 함께 꿈과 희망의 그림을 그려나갈 유일한 방법이다.

2008년 7월 1일
문화연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