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백악관이, 미국 대통령이 곤욕을 겪는 이야기가 담긴 버디무비다. 대통령 경호원을 지원하지만 탈락하고 빈손으로 귀가해야 하는 존 케일(채닝 테이텀 분)이 때마침 테러리스트에게 공략당하는 백악관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존마저 없었다면 대통령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직면하고 말았을 것이다.
존 케일은 ‘소모품’이다. 한때는 미국을 위해 전쟁에도 참여한 파병군인이자 은성훈장까지 받은 혁혁한 공로를 자랑하는 전직 군인이만, 지금은 대통령을 경호하는 자격에도 못 미쳐 집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인 소모품 말이다.
소모품이 위기에 빠진 백악관과 대통령을 구한다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설정은 마치 <007 스카이폴>에서 MI6에게 소모품 취급당하던 제임스 본드가 상관 M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등공신이 되는 아이러니와 일맥상통한다. 소모품 취급당하던 주인공이 알고 보면 상관이나 중요 인물을 구한다는 ‘미운 오리새끼’적인 발상은 요즘 영화에서 애용되는 설정 가운데 하나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에어 포스 원>을 변용한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에어 포스 원>이 카우보이 대통령의 원맨쇼라면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주인공 존 케일과 대통령이 함께 테러리스트에 맞서는 아날로그 방식의 버디무비다. 백인과 흑인의 버디무비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리썰 웨폰> 시리즈처럼 흑백 콤비의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롤랜드 에머리히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인지라 볼거리 하나는 화면 가득하다. 영화 초반에는 서먹서먹하던 딸과의 관계가 부녀간의 정으로 가득 찬다는 설정은 할리우드가 내세우는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설정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 유명한 액션영화의 교과서 격인 <다이하드>와 기시감을 갖게 만드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다이하드>는 테러리스트에게 둘러싸인 고립된 공간에서 실마리를 찾아가고 사건을 해결하는 플롯의 액션물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역시 테러리스트에게 둘러싸인 백악관이라는 폐쇄 공간 가운데서 대통령을 구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다이하드> 속 존 맥클레인은 테러범에게 인질로 붙잡힌 아내를 무사히 구해야 하는 남편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존 케일 역시 테러범에게 인질이 된 딸을 무사히 구해야 하는 아버지다. 하나 더, 버디무비의 측면으로 보면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과 알 포웰 경찰은 백인과 흑인이 정서를 교감하는 버디무비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주인공과 대통령 역시 백인과 흑인이라는 버디무비가 성립한다.
<다이 하드>와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주인공이 똑같이 ‘런닝구’ 휘날리며 테러리스트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설정도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다이 하드> 속 테러리스트들이 바주카포로 장갑차를 공략하듯 <화이트 하우스 다운> 역시 백악관 옥상에서 바주카포로 공격한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메가폰을 잡은 역대 작품들 가운데서 창의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의 작품이 <화이트 하우스 다운>인 듯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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