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금까지 해온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경우 방통위가 내린 결정의 정당성 자체가 확보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일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주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방향에 대한 진단 -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과 공공성 확보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시장친화적인 방송정책을 추진하겠다, 5공 잔재이기 때문에 MBC를 민영화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을 총괄할 방통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 권력과 자본권력의 자율성 두 가지가 동시에 확보되지 않으면 방통위의 결정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하지만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치적 행보를 해왔다”면서 “이는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교수 “현재 방통위 구조, 방송영역의 특성 무력화되기 쉽다”

▲ 지난 1일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주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방향에 대한 진단 -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과 공공성 확보 방안> 토론회 ⓒ민임동기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 기조가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통신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방송이 통신과 융합하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방송은 방송영역이고 통신은 통신영역”이라면서 “지금 방통위 구조로는 방송이 갖고 있는 특성이 무력화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방통위는 방송만을 관장하는 데가 아니다”면서 “인적구성 등을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이전 방송위에 비해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의 발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언론재단이 후원했으며 변상욱 기자(CBS 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 황근 선문대 교수 : 먼저 현재의 방송시스템이 잘못돼 있다는 것, 그래서 바꿔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인위적이고 이념적이 틀이나 체계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고 발언을 하겠다.

실제적으로 민영화를 끌어가고 방송체제를 끌어가는 핵심의 틀은 KBS 사장을 바꾸고 MBC를 민영화하는 산발적인 게 아니다. 규제체제를 개편해 나가는 게 민영화의 핵심이다. 이른바 수평적 규제체계는 특정한 방송사와 특정한 통신사간의 간격을 허물어버리겠다는 것이다. MBC나 KBS나 공영이든 아니든 동등하게 콘텐츠를 접근하게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황근 교수 “규제체제를 개편해 나가는 게 민영화의 핵심”

우리나라의 공영적 방송 틀 안에 있는 방송사를 보면 대개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나타난다. 정부 틀 안에 한다리씩 걸쳐 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공적영역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른바 공공적 채널의 근본적 특징은 정부부처, 정부기관과 모두 한다리 걸쳐 있다는 것이다. 방송발전기금에서 제작비까지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리랑TV, 국회방송 100% 가져간다. 이 채널을 공익적 채널로 다 의무전송 시키고 있다. 공정영역이 존재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부부처와 거기에 존속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이다. 30개나 넘는 채널이 이런 채널이다. 이런 상태로 돼서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시장경쟁 체제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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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 한겨레 기자 : 현업 언론인으로서 방통위를 출입하고 있다. 방통위 정책방향이 과연 어떤 것인가. 청와대 정책방향과 너무 일치한다. 독립적 성격기구임에도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 지난주 방통위 통과한 IPTV 시행령 제정안은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 등 대기업의 여론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 규제 완화했다. 23개 기업을 제외하고 다 허용이 되는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도 고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민영방송에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기업의 자본과 결탁해서 민영방송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MBC 민영화 등과 같은 작업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김동훈 기자 “이명박 정부, 공영방송 장악 위해 전방위적 압박”

현재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3가지를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인사권 장악, 법 개정 장악, 감사원 국세청 등 공권력 동원. 백번을 양보한다 해도 KBS 외주사에 대해 세무조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국세청 표창까지 받은 기업도 지금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방위적 압박이다. 동의대 신태섭 교수 같은 경우 동의대 총장이 신 교수를 나가라고 했다. 그 이유가 교육부에서 동의대를 감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가 5공식이라고 하는데 5공식과 6공식의 복합이다. 간접통제를 적절히 섞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 손관수 KBS 기자 : 중요한 것은 민영화와 규제체계 논의 등이 공개적이고 절차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투명절차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영방송과 사장을 교체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정당한 절차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

며칠 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하니까 ‘정치적 독립성은 그들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렇게 말했다. 이 말 자체가 모순이다. 자기들을 도와주고 전문성 있는 사람 (방송사 사장에) 갖다 놓을 테니까 독립성은 스스로 찾으라니? 정권을 잡은 사람들 이전의 얘기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 한학수 MBC PD협회 사무국장 : 현재 <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최근 촛불정국의 계기를 제공해준 < PD수첩>에 대해서 표적 수사를 하는 것이다. 정치검찰의 모습이 아닌가 우려된다. 검찰이 870분의 촬영원본 내용을 공개하라는 건 수용하기 쉽지 않다.언론이 자기가 취재한 내용에 대해 검찰 형사부 검사에게 넘겨준다는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없다. 우리를 믿고 광우병에 대해 위험성을 얘기했던 사람들은 대체 뭐가 되는 것인가. 언론의 자유에 엄청난 제약을 가할 것이다.

원본공개하고 PD가 조사를 받을 경우, 어떤 PD가 나서서 국가권력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것인가. 누가 감히 나서겠는가. 이것이 단지 < PD수첩>이 검찰수사를 받고 진위를 규명하는 사실 문제를 떠나서, 명백한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이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지난 수십년 간의 우리의 길과 전망, 토대를 일시에 허무를 수 있다. 우려된다.

한학수 PD “검찰 ‘PD수첩’ 수사, 명백한 언론탄압”

네티즌들의 광고주 압박 운동, 생각만 해도 무섭다. (웃음) 황우석 파문 당시 네티즌들의 광고압박 운동이 전개됐을 때 < PD수첩>은 따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현재 조선이나 동아가 하는 것처럼 공문을 보내서 협박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시 MBC의 대응이 맞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이미 제4의 권력이다. 사회적 파장력과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신의 보도에 이견을 제기하고 이러는 것까지 법적 대응 운운하는 건 문제다. 조선 동아의 광고주 압박운동에 대한 대응은 규모에 걸맞지 않는 행동이고 품위없는 행동이다. 물론 광고주 압박운동 하는 네티즌들이 욕을 한다거나 이런 것까지 양해되는 것은 아니다. 전화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쌍욕을 해서는 안된다. (웃음) 소비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위는 갖추어야 한다.

▷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 : 다공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이런 문제들을 개선해서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논의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와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민영화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재원이 중요하다. MBC에게 공영과 민영 선택을 강요하면서 재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부분은 이렇게 하는데 유료방송 시장에선 방통위가 제대로 하고 있느냐. 유료방송 시장 역사를 보면 케이블에 치우친 방송이었다.

공영방송에 대해 전면적 쓰나미가 오는데 다 지킬 수는 없다. 기존의 의무송신 개념을 바꿔야 한다. 의무제공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유료방송시장에 진출해 있는 지상파의 계열 PP들도 축소를 해야 한다. 이것은 정리될 필요가 있다.지상파 내부에서도 이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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