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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위법성 판단기준 '애매모호'[해설] 네티즌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규정 위반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정은경 기자 | 승인 2008.07.02 00:40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

1일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관련 일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삭제를 결정한 근거다. 방통심의위는 80건 중 58건을 위와 같은 이유로 '삭제' 결정하고 19건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보고 '해당없음' 결정을 내렸다.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을 진행 중인 여러 유형의 인터넷 게시물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법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이고 또 어떤 것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것일까. 1일 방통심의위의 삭제 결정은 그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5가지 유형 분류 논의…소수의견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 6월25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정영은  
 
이날 방통심의위는 80건의 게시물을 A, B, C, D, E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심의를 진행했다. 광고주 리스트와 함께 적극적 불매운동을 권유하는 글에서부터 단순히 조중동에 비판적 입장을 표시한 글까지 주제별로 유형을 분류해 논의한 것이다.

4시간 가까이 회의를 거쳐 58건은 삭제하기로 최종 의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윤덕, 백미숙, 엄주웅 위원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극히 사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삭제해서는 안된다는 소수의견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적극적' 기준 뭔가…방통심의위 "단편적 언급 부적절"

방통심의위 최옥술 홍보협력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 기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광고 담당자의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주소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적극적'의 기준은 무엇인지 사례로 설명해달라는 요구에는 "단편적으로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표현의 자유' 범위에 속하는 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불매운동과 관련이 없는 글"이라면서도 "불매운동과 관련이 있어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설명해 혼란을 부추겼다.

네티즌들로선 글을 어떻게 써야 심의규정을 위배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여성민우회 강혜란 소장 "형평성에 맞는 결정인지 의문"

이날 방통심의위 회의를 방청한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단순한 광고주 리스트를 게시했다는 이유로 삭제해야 한다면 거꾸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정보는 인터넷 상에 엄청 많다"며 "형평성에 맞는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심의위원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애매한 사안에 대해 비상 시기라는 이유로 이런 방식으로 제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행동 "삭제 명령 땐 위헌소송 나설 것"

한편, 48개 언론 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이날 "불법정보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삭제 요구는 위헌적"이라며 위헌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의 삭제 요구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지만 사업자 또는 운영자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방통심의위가 방통위에 삭제 명령 발동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삭제명령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가 삭제명령을 내렸을 때 사업자 또는 운영자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강제장치가 발동된다.

   
  ▲ 미디어행동은 지난 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심의를 중단할 것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촉구했다. ⓒ정은경  
 
미디어행동은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방통심의위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이 처벌규정 때문에 방통위원회의 삭제명령권과 결합된 방통심의위의 '불법정보'에 관한 삭제 요구는 사실상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의 강제처분을 배경으로 한 삭제요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9명의 명단이다.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위원장
박정호 고려대 전기전자전파 공학부 교수
박천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이상 청와대 추천)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엄주웅 전 스카이라이프 상무(이상 국회의장 추천)
김규칠 전 불교방송 사장(방통특위 추천·한나라당)
이윤덕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방통특위 추천·민주당)
백미숙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계약교수(방통특위 추천·민주당).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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