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시청률 추이가 심상치 않다. <여왕의 교실>이 시작되면서 시청률이 감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왕의 교실>이 생각보다 폭발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천명>이 <여왕의 교실>의 영향을 받으며 시청률이 소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사극 <천명>의 시청층과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인 <여왕의 교실>의 시청층이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여왕의 교실>의 시청층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시청층이 사극을 좋아하는 시청층과 겹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보영과 이종석이 주인공으로 두 가지 배경에서 펼쳐진다. 주로 이보영의 직장인 법원에서 상황이 펼쳐지긴 하지만, 이종석이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종석이 고등학교에 친구들과 있을 때는 ‘학교2013’의 고남순과 오버랩되기도 하는데 이는 중고등학생 시청층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보영과 윤상현은 20~30대 시청층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기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최대 약점은 사건들의 임펙트가 약하다는 것이다. 왕따사건과 쌍둥이 사건, 무가지 절도 사건은 너무 일반적이거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다. 쌍둥이 사건은 이미 잘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를 말하기 위해 설정된 상황이었고, 다른 사건들도 가해자도 실은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다는 메시지를 담았을 뿐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최대 장점인 "초능력"이 부각되진 못했다. 물론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심리극으로까지 펼쳐지지 못하고 단서를 잡을 때만 사용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가지고 있는 무기는 박격포인데 잡는 것은 토끼들인 느낌이 드는 것이 현재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에피소드들이다.
하지만 토끼를 잡은 것은 연습이거나 다음 거대한 목표물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가장 큰 줄기이자 거대한 목표물은 바로 민준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7회가 진행 중이고, 앞으로 9회가 더 남았음을 생각해볼 때 벌써 민준국 건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민준국 사건에서부터 심리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정웅인은 신의 한 수였다. 민준국을 연기하는 정웅인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배우인 정웅인은 민준국의 치밀한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장혜성 엄마의 치킨집에 알바로 취직하여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세운 민준국은 장혜성이 오기 하루 전날 장혜성 엄마 어춘심을 폭행, 감금, 협박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셈이다. 박수하 역시 휴대폰 추척을 통해 민준국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게 되고, 장혜성 또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장혜성과 박수하, 차관우의 러브라인 잡기와 국선변호사로서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루즈한 시간이 흘렀다면 민준국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피치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예고에서 민준국은 자신의 변호사로 차관우를 선택하며 심리전에 들어간다. 민준국은 장혜성 외에 유일하게 박수하의 초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박수하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은 상대방이 모를 때는 강력한 힘을 갖지만 상대방이 알면 상황을 역이용당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민준국은 박수하가 독심술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한 차례 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간 적이 있다.
민준국 사건만 다루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시청률은 고공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민준국이 박수하의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막바지에 그 이유가 밝혀질 것이고, 민준국에게 살인을 지시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선 현재까지의 에피소드들을 보았을 때 가해자에도 사연이 있다는 것을 강조해왔고, 이는 민준국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선과 악이 불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인본주의 또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박수하가 민준국에게 복수를 하거나 자신의 어머니를 위협한 장혜성이 복수를 한다면, 그 또한 박수하와 장혜성이 가해자가 되고 이는 가해자의 사연을 말해주는 드라마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민준국 사건으로 포커싱이 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본격적인 심리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박수하의 독심술과 이를 알고 있는 민준국의 심리전을 작가가 얼마나 잘 요리하느냐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시청률이 달려있다. 현재까지는 충분히 20% 이상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보인다. <천명>의 후속인 <칼과 꽃>은 또 다시 사극으로 엄태웅, 최민수, 김영철이 출연한다. 사극에서 다시 사극이기에 시청층의 별다른 이동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드라마는 항상 새로운 시청층을 형성하기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앞으로 3회에서 승부를 본다면 기록적인 시청률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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