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충남 일대에 250여 만 명의 시청권역을 갖고 있는 JTV 전주방송(사장 신호균)이 유보금 50억 원을 최대 주주의 자회사에서 발행한 전환 사채에 투자해 논란을 빚고 있다.

JTV는 지난 2012년 6월 28일 최대 주주인 일진 홀딩스가 지분의 97.4%를 보유한 알피니언 메디칼시스템(이하 ‘알피니언)이 발행한 50억 규모의 전환 사채를 매입한 것이 확인됐다. 매입 조건은 ’4년 만기 보장 수익률 9%‘의 조건이다.

이 투자를 놓고 “최대 수익을 통한 제작 여건 향상 노력”이라는 사측의 주장과 “방송과 시청자 복지 향상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의 사영화”라는 노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지부장은 한 달여 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JTV전주방송 노동조합은 경영진이 대주주의 계열사 전환사채를 50억 원에 매입한 것을 비판하며 한달 여째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부실한 기업에 정상적 투자? 하필이면 대주주 계열사에…

사측은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자산의 확대가 필요했다”며 “적절한 절차를 밟은 정상적인 투자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JTV 고위 관계자는 전환사채 매입에 대해 “금융자산 성격인 유보금을 최대 수익화하는 방향을 고민하던 중, 산업은행이 알피니언에 100억을 투자한다는 결정을 듣고 투자를 결정한했을 뿐”이라며 “4년 만기 보장 수익률 9%가 확정이며, 매월 2%의 이자까지 받고 있어 괜찮은 투자”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 행위에 대한 의사 결정이 적접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고, 이후 이행도 약속된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의 적합성이나 투자처의 장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부실한 투자, 자칫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험한 ‘도박’

하지만 노조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주방송 지부는 27일 ‘조합원의 땀과 피로 돈 장난 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유보금 50억 원을 전환사채에 투자한 것은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연 9%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계열사간에 채권매입에 동참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에 대해 알피니언이 “2011년 150억 원, 2012년 1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자본위험관리 면에서의 부채비율이 “2011년 145%에서 2012년에는 무려 2644%까지 급상승했다”며 “회사가 문을 닫는 날에는 이자는커녕 원금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이번 투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지난한 회사 사정을 들었다. 노조는 “10만원 짜리 기안 하나 올리기 무섭고, 연차 수당 아까워 억지 휴가 보내는 회사, 6년째 신입사원 한 명 뽑지 않는 회사”라며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부실기업에 무려 5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50억 투자는) 경영진 극소수만 알게 슬그머니 비상식적으로 했다"며 ”알피니언인 (대주주) 일진 소유의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이번 투자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언론사 경영의 대원칙을 창고에 처박은 것"이라며 "경영진이 유보금을 쌈짓돈처럼 생각하며 대주주에게 갖다 바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언론노조 “대주주에 의한 자산침탈 상황...방통위 나서야”

JTV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전주방송의 투자를 ‘일진홀딩스의 자산침탈’로 규정했다. 언론노조는 “전주방송의 유보금 50억원이 낯선 회사로 흘러들어 간 이유는 명확하다”며 “대주주인 일진홀딩스의 지시 혹은 요구로 일말의 관련도 없는 (대주주의)자회사에 돌려막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JTV의 투자 결정이 민영 방송의 일이고, 이사회 의결을 거친 합법적 과정이었다고 해도 지역방송이 지역 사회의 공기로서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언론 기업의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단 지적이 높다.

이에 대해 지역민방노조협의회 김한기 정책실장은 “채권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채권에 기재된 상황은 이행되고 있겠지만, 부실한 회사에 지상파 방송이 임의적으로 투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상황은 결국 지역 민방 사업자들의 지배 구조가 별도의 법적 규제 없이 대주주들의 입맛대로 구성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역 민방은 지분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사실상 대주주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대주주에 맞서 소신을 발휘하기 어렵고, 이사회 역시 대주주가 구성하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JTV의 상황은 다른 지역 민방에서도 재현될 소지가 높다. 서울 지역의 방송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방송들은 현재도 ‘사영 방송’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JTV의 경우처럼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적 책임감’이 훼손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역민방의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JTV의 문제 역시 방통위가 지역민방 사업자의 방송 사영화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다.

가뜩이나 미래부에 밀려 입지가 취약한 방통위가 계열사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주주가 지역 방송을 이용하는 상황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만약 방통위가 지역 방송 사업자의 문제에서조차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식물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언론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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