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도 동아일보 받지 말자."

얼마 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이 한 말이다. "편파보도를 일삼는 신문을 돈 주고 보긴 아깝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동생의 발언이었지만, 최근 들어 불거진 광우병 보도 논란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며 시작된 촛불시위는, 그간 수많은 사회적 이슈를 조명해 왔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편파보도 문제도 촛불시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또 다른 의제였다. 그 요지는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그들의 잘못된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 중 시민들 사이에선 조중동 신문을 절독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있어왔다 .

그렇다면 과연 '절독'이 '조중동'의 잘못된 행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일시적 위협(위협이 될지도 미지수지만)이 될 순 있을지라도 근본적이면서 최선의 해결방법은 되지 못할 것이다.

▲ 6월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 시사회. 김은경 감독(가운데)이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 있다. ⓒ송선영
김은경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을 보는 동안,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동아일보를 받지 말자"던 동생의 말에 어머니께선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그럴 경우 결국 피해보는 건 애꿎은 신문사 지국들"이라고 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다 어렵게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계약한 1년까지만 그냥 받자"고 덧붙이셨다. 사실 그 '계약한 1년'이란 기간도 지국 측에서 경품을 주며 제안했던 '무료구독 3개월'을 제외한 기간이었다.

김 감독은 신문사 지국장들의 입장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 비유했다. 일반 신문사간 구독률 경쟁에서 피해를 보는 건 엉뚱한 지국장들이란 것이다. 한 지국장은 "신문의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이 광고비는 구독률에 따라 책정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각 지국사에선 온갖 고생을 다 하는데 결국 광고수입은 본사에서 나눠먹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서 말하는 '온갖 고생'이란 현금지급 등을 포함한 경품 이벤트, 무료구독권 등을 가리킨다.

이러한 신문판촉 활동은 엄연한 불법행위이므로 법에 저촉될 경우 그 책임은 신문사 지국에게 돌아간다. 본사는 "그러한 불법판촉행위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본사는, 지국에서 확장을 못해 판매부수를 떨어트리거나, 미납금이 밀리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선례로 보여 지국장들에게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할 뿐이다.

김 감독이 시사회에서도 밝혔듯 이 영화는 한국 신문시장의 구조적 문제 자체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진 않다. 그는 신문유통과정의 기형적 구조를 꼬집는 대신 신문사 지국장들의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로선 신문 본사와 지국간 거래를 위한 표준약관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호소할 근거도 없다고 한다. 지국장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 계약 해지가 비일비재했으며, 일방적 해지시 판촉비에 준하는 금액조차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문사 지국장들은 판매부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본사로부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고장, 최고장을 차례로 받고 일방적 해지를 당한다. 2006년 자살한 어느 신문사 지국장의 자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가 그동안 공정거래를 위해 싸워 온 신문사 지국장들의 노력과 함께 거대 족벌언론사들에게 '최소한' 경고장이라도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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