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전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다 해고된 동아투위 해직 언론인을 비롯한 원로 언론인들이 '편집국 폐쇄'로 길거리에 내몰린 한국일보 기자들을 찾았다.

▲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사진은 지난 5일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린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언론인 한마당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민중의 소리-이승빈 기자)
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폐쇄 7일째인 21일 오전 11시30분, 동아투위 해직 언론인을 비롯한 원로 언론인들은 한국일보 기자들을 방문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편집국 폐쇄로 인해, 선후배 기자들의 만남은 서울 중구 한진빌딩 신관 1층 로비에서 이뤄졌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로비에 앉은 기자들을 향해 "한국일보 사태를 보면서, 오늘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종철 위원장은 "1975년 3월 저희가 동아일보에서 쫓겨났을 당시, 박정희 정권-김상만 동아일보 사장이 야합해서 100여명의 용역을 동원해 망치-전기톱으로 편집국 등을 부쉈다"고 회고하며, "비록, 저희들은 그날 이후 38년 동안 동아일보로 돌아갈 수 없었지만 저희와 달리 여러분들의 싸움은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위원장은 "저희가 쫓겨났던 75년 당시에는 (쫓겨났다는 사실 자체가) 언론에서 단 한줄도 보도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언론들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전혀 다른 양상이지 않느냐"며 "(기자들을 쫓아내고) 신문을 만드는 부장 등 10여명은 결국 여러분들의 대의에 굴복하게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김종철 위원장은 "10여명으로 만든 신문이 과연 언제까지 지탱될 수 있겠느냐"며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일보는 내년 창간 60주년을 맞기 전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성유보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도 한국일보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운동은 사회 변화, 민주화, 표현의 자유 쟁취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초조해 하지 말고, 빛과 소금이 되어달라"고 밝혔다.

성유보 전 위원은 "언론자유는 여러분만의 자유가 아니다. 한 사회 구성원들의 영혼의 자유"라며 "앞장서 싸우고 있는 여러분들의 투쟁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은 "제가 근무할 당시 한국일보는 텃세가 없고 개방적인 신문이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어울려서 토론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였다"며 "여러분의 손으로 꼭 한국일보를 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임재경 전 부사장은 "한국일보는 언론사 노동조합 설립의 선구자로서, 싸움의 전통이 있다"며 "여러분들의 싸움이 좋은 결과를 내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임재경 전 부사장은 1961년 조선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으며, 80년 7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한국일보 논설위원직에서 파면당한 바 있다.

한편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 180여명은 그해 1월 8일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 1,2호로 인해 유신헌법을 반대, 부정, 비방하는 행위를 보도할 수 없게 되자 동아일보 사옥에 모여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자유를 쟁취하자는 내용의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이로써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 광고주들을 압박해 광고를 끊게 했으나, 대신 전국에서 밀려든 유료 격려광고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장기적인 광고 사태와 정부의 탄압으로 결국 1975년 3월 17일 130여명의 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강제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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