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폐쇄 6일째인 20일, 한국일보 1면에 바이라인(기자 이름)이 없는 정체불명의 기사가 등장했다.

편집국 폐쇄 이후, 한국일보 지면에서는 연합뉴스 기사와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의 비중이 급증하긴 했으나 신문의 얼굴인 1면에까지 정체불명의 기사가 등장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 20일자 한국일보 1면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기사

편집국 폐쇄 6일째인 20일, 한국일보 지면은 총 24면으로 발행됐다. 18일 하루 28면이 발행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24면으로 축소발행되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1면에 바이라인이 없는 정체불명의 기사까지 등장했다. <MB정부 때 공공부문 부채 배로 늘었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한국은행을 출처로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거의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바이라인이 달리지 않았다.

게다가 2면의 <'렌트 푸어' 수도권에만 19만 가구> 기사는 희한하게도 작성자가 '박진용 기자 연합뉴스'인 것으로 표기돼 있다. 박진용 기자는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장이다.

이밖에도 6면(종합면), 8~10면(사회면), 11면(국제면), 12면(경제면), 17면(문화면)에도 연합뉴스 기사, 정체불명의 기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12면(경제면)은 한국일보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전혀 없으며, 연합뉴스-정체불명의 기사들로만 채워졌다.

한국일보의 자매지인 서울경제가 '짝퉁 한국일보' 제작에 도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경제 노조는 '한국일보 파행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내어 "서울경제 제작 이후부터 밤 9시까지 2~3시간 동안 한국일보 신문제작에 투입되고 있는 서울경제 신문 편집부 간부 2명과 계약직 직원 2명의 차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일보 사측은 19일 사설 집필을 거부한 정병진 주필의 보직을 해임하고 평 논설위원으로 강등했다. 대신 지난해 정년퇴임한 강병태 전 논설위원실장을 주필에 임명했으며,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 캠프 대변인 행정실장을 지낸 허영섭씨와 백상경제연구원 부원장 안순권씨를 논설위원에 임명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는 19일 저녁 성명을 통해 "신문사의 논조를 책임지는 주필이 보복 차원에서 논설위원으로 강등된 것은 한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정 주필 보직 해임은 장재구 회장의 보복인사 폭거"라며 "불의에 눈 감지 않고 옳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최고 원로에게마저 졸렬한 보복 인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편집국 폐쇄 조치 이후 논설위원들이 사설 게재를 거부하자 연합시론 등을 그대로 옮긴 사설을 게재해, '사실상 표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