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9일 긴급 의총을 소집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를 성토했다는 소식이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더욱 강경한 태도로 투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는 보도도 있다.

설훈 의원은 “협상국면이 아니라 싸워야 할 국면”이라며 “전부 다 들고 일어나 국정원 문제로 싸워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희 의원은 “투쟁 자체를 원내에 국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17일 신경민 최고위원은 “국정조사를 파탄 내는 것은 국민과 당을 거리로 몰아내는 조치”라며 장외투쟁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쟁취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 총력을 집중 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외투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애매하다. 글자 그대로를 해석하면 ‘장외’는 ‘원외’일 것이다. 국회 밖의 투쟁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등원거부’이다. 가진 것 없는 야당이 그냥 국회에 안 가버리면 아무리 수적으로 우세한 여당이라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국회 말고 다른 데서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 등원거부의 핵심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말하는 장외투쟁이 등원거부인 것 같지는 않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제한적 장외투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장외투쟁의 의미가 등원거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보인다. 보다 정확한 의중은 의원총회 전날인 1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내놓은 발언으로 파악할 수 있다.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난 3월 17일 여야 원내대표 국회운영 합의사항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를 팽개치는 것이 선명하다는 프레임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을 지키기’로 요약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처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의 추경 예산안심의 거부는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카드가 됐지만, 6월 국회의 경제민주화 법안은 우리가 통과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압박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고 전해진다. 경제민주화 법안 관련 급한 것은 민주당이지 새누리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한길 대표 역시 비슷한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 자리에서 “경제민주화, 민생, 정치쇄신 관련 법안의 6월 처리와 국정원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숙제”라며 “두 가지 숙제 중에서 어느 것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등원거부’가 아닌 장외투쟁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 김현미 의원의 주장을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김현미 의원은 “전국 지역위원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전국 지역에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게시했으면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카드는 국회 내에 거는 것이 아니라 국회 밖에 거는 것이니 그것도 장외투쟁이라면 장외투쟁이다. 그 외에도 선전물을 제작한다거나 순회 연설회를 한다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국회 앞의 유명한 식당인 ‘양지탕’에서 회식을 해보는 것도 장외투쟁이라면 장외투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상적인 정당 활동의 수준에서 진행할 만한 것이지 중요한 시기 투쟁의 수단으로써 비상하게 제안될 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19일 긴급 의총은 오히려 화가 나지만 대응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슬픈 자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어떤 묘수를 찾아올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느낌을 굳이 표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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