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가 공동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비밀TF'를 운영해왔단 사실이 폭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8VSB', '미디어렙 적용 연기‘, ’케이블 수신료‘ 등 3가지 이슈를 공조 대상으로 삼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신문사 기자들은 물론 사주들까지 동원해 정부와 국회는 물론 CJ 등을 ’총체적으로 공략하자‘고 합의했다.

이들이 주요하게 논의한 안건들은 그러나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것들이다. 매해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며 버티고 있는 종편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문제가 ‘광고’나 ‘프로그램 질’에 관한 것이 아닌 특혜를 이어가기 위한 정책적 이슈, 기술적 배려의 요구라는 점은 그 자체로 현재 종편이 어떻게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종편들이 비밀리에 TF를 구성해 결국 ‘특혜 떼쓰기’를 모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그렇다면 왜 종편이 이런 ‘특혜’에 목메고 있는 것인지를 자세히 살펴봤다.

① 종편, 이중특혜 요구…"우리도 지상파처럼"

② 종편, 오늘의 '부조리' 내일이면 '구조'가 된다

100억 벌기 위해, "CJ 무력으로 진압?"

종편 4사는 비밀TF에서 “경영진에서 종편 4사 공조를 지시하셨으니까 종편 4사가 수신료 협상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며 “100억 원 수준에서 MSO들에게 함께 압박하는 협상을 추진하자”고 합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신료 문제는 종편 자체만으로는 추진이 힘든 상황이므로 CEO, 편집인, 신문기사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함께 했다.

공통된 이해관계 추진을 위한 ‘공조’의 제안에 JTBC는 다소 ‘견해’를 달리한단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홀로보다는 함께가 낫다는 비즈니스적 판단으로 이들은 6월 중에 “발행편집인총괄 4분이 CJ 지주사 대표와 4대 1 담판을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CJ검찰 수사가 시작되었으니 밀어붙일 수 있다”고 ‘희희낙락’했다.

종편의 수신료 요구 ‘공조’에서 생각해볼 문제는 2가지이다. 우선, 첫째는 종편 수신료의 성격과 타당성이다. <케이블 TV 채널 편성을 위한 PP 평가 및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케이블TV가입자의 이용료 가운데 25~28%(디지털전환율에 따른)를 PP에게 배분토록 하고 있다. PP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는 종편채널들은 프로그램 사용료 일부가 자신들에게도 돌아와야 한단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CJ를 비롯한 SO사업자들은 종편이 ‘의무편성’ 채널의 특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배분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영세한 PP사업자들의 현황을 감안했을 때, 종편 4사에게 수신료를 배분할 경우 군소 PP에 대한 배분율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종편들은 다시 또 다른 의무편성 채널인 YTN은 받고 있지 않느냐는 형평성의 논리를 제시하며, 자신들이 의무 편성 채널이어서 안 된다면 보다 좋은 채널을 내놓으란 ‘강짜’를 현상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간단히 말해서 ‘홈쇼핑 채널’을 빼고 종편을 한 군데 몰아서 배정해달란 주장이다. 지금도 ‘유아기적 지원’이란 명분으로 채널 배정 등에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특혜를 받은 종편이다. 종편의 태도는 한 마디로 물에서 구했으면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어깃장’이다.

수신료 논란에서 있어 종편의 이중성은 앞서 지적한 8VSB 논란과 견줘 생각해보면 쉽게 파악된다. 8VSB 입성을 요구하는 종편들의 입장은 한 마디로 ‘지상파처럼’이다. 자신들도 지상파 같은 ‘의무재전송채널’이니 지상파의 방식인 8VSB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 논란에 있어서는 ‘의무재전송’이 아닌 ‘의무편성’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지상파와 자신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편성의 의무만 있을 뿐, 재전송은 아니니 기존 PP와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수신료 논란의 핵심이다.

▲ 종편 4사

조변석개하는 종편의 논리, 제 밥그릇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이는 종편의 논리가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한단 것을 잘 보여준다. 철저히 자신들만의 유불리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지상파와의 동등 대우를 말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PP와의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케이블 업체 관계자는 “종편의 수신료 요구는 한 마디로 말도 안 된다. 지상파 전송료에 대한 산출은 그나마 난항이었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업체 모두 방송 산업에 기여해온 결과 값을 토대로 한 논란이었다. 그런데 종편이 각종 특혜를 받고 태어나고도 방송 산업 전반에 어떤 기여를 했기에 이렇게 뻔뻔하게 수신료까지 달라고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케이블 업체 관계자 역시 “종편은 수신료를 받고 싶거든, 의무 편성에서 스스로 나와야 한다. 간단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종편을 정말 편성하고 싶어서 편성한 사업자가 있는가. 그 채널에 종편이 그렇게 자리 잡고 있는 것 자체가 ‘특혜’인데, 여기에 수신료까지 얹어 달라는 건 무슨 염치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케이블 채널 관계자들의 격앙된 반응을 볼 때, 이 문제는 만만치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지만 종편이 수신료 요구를 본격화할 경우 다른 PP들의 반발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은 다소 ‘역설’적이기도 하다. 고작 100억 규모의 문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종편 4사가 공조를 하고 이 공조도 종편만으론 힘드니 CEO, 편집인, 신문기사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은 뭔가 확실히 궁색하다. 그런 공조를 해서 엄청난 반발을 이겨내고 문제를 관철해낸다 해도 종편 4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연간 고작 100억 남짓이다. 한 회사당 25억 안팎이다. 한국 언론시장의 최강 집단 4곳이 이런 수준의 득실을 위해 공조를 하고 합의를 한다는 것은 다소 납득하기 힘든 지점도 있다.

종편이 옹색한 금액에 목숨을 거는 진짜 이유?

종편 수신료의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서 총액 100억 규모이면 종편 1개사에 연간 25억 규모일 뿐이다. 종편사들이 MSO를 압박해 수신료를 따낸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월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2억원 남짓의 돈일 뿐이다. 100억은 종편의 희망사항이니 협상 결과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언론 생태계의 교란자라고 불리는 종편이 취하기에는 다소 옹색한 금액임에 틀림없다.

물론, ‘지속성’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수신료를 받는 것 자체의 ‘상징성’을 무시해선 안 된단 지적이다. 한 번 받기가 어렵지 받기 시작하면 계속 받게 된단 점은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계속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종편사들은 개국 직후 첫 달을 제외하곤 계속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4사 평균 대략 월 25억 안팎의 광고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월 10억 안팎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관적 수치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 돈 1억 원도 작지 않다는 것이 현재 종편이 쳐해 있는 어려움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계산에선 보자면, 연간 25억의 수익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만들겠단 종편의 원래 취지는 그야말로 사라지고 종편 4사가 공히 ‘푼돈’에 의존해 어떻게든 ‘풀칠’이라고 해보려고 하는 절박한 ‘위기 사업자’로 전락했음을 드러낸다.

이 절박함이 폭력으로 변질되어 발현되는 상황이 바로 “CJ를 무력으로 진압하자”는 합의에서 드러난다. 종편 4사들 수신료 협상의 당사자인 CJ 헬로비전이 아닌 지주회사를 직접 공략해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자는 합의를 공유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깡패’의 논리일 뿐이다. 합리와 이성의 상식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CJ 헬로비전을 비롯한 MSO사업자들과 종편의 문제 혹은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언론 기업 간의 문제여야 하는데 종편들은 이를 CJ 이관훈 대표와 직접 ‘딜’을 하는 압박 전술을 도모하자고 합의하고 있다.

위기 사업자로 전락한 종편 개국 1년 6개월의 현실, 모리배적 생존 택하는 그들

CJ 수사 과정에서 종편 소유 매체들이 CJ를 압박한 상황은 따로 서술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CJ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종편들은 미친듯이 단독 경쟁을 벌이며 ‘CJ조지기’로 지면을 점철했다. 이 과정에선 사실이 아닌 것들이 ‘단독’으로 둔갑되기도 했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1면 탑으로 활자화되는 상황들이 번갈아가며 발생했다. 이러한 보도 경향에 대해 한 언론사 중견 기자는 “조중동이 재벌 총수의 그 죄가 미워겠느냐”며 “죄는 미워하지 않되 사람이 기업이 미운 사건에 대한 가장 전형적이고 악랄한 접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편은 ‘에드벌룬’을 띄워놓곤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MSO들에게 ‘수신료’ 문제를 제안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MSO 관계자는 “YTN 수준을 달라는 요구를 건네 듣긴 했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바가 없어 말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 관계자는 다만 “CJ가 부러지면, 그걸 기준으로 나머지에게 받겠다고 했던 전략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CJ가 현재 비자금 수사 중이라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아킬레스건이 있어 덜컥 CJ가 응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곤혹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푼돈, 목돈 가릴 처지가 못 되는 종편이 염치와 체면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막장 짓거리를 하고 있다. 개국 1년 6개월 여 만의 일이다. 종편은 방송 산업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정말 일말의 기여도 하지 못했고,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지칭이 무색할 정도로 콘텐츠의 질이 형편없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이 제공하는 유일한 구경꺼리는 ‘5.18 역사 왜곡’ 등과 같은 사회적 퇴행의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과 언론계 진흙탕 싸움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 주는 것 밖에 없다. 언론 권력을 활용해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모리배적인 생존, 수신료 논란은 말하자면 그런 종편이 살아가는 어둠의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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