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5·6월 통합 미디어진상’에 조중동이 선정됐습니다.

먼저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그동안 <미디어스> 내외부적인 일 때문에 미디어진상 수상자 선정이 늦어졌습니다. 지난 3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YTN 돌발영상 파문 공로(?)로 3월의 미디어진상에 선정된 이후 4월과 5월 두 달 연속 수상자 선정을 못했습니다. 미디어진상 수상을 위해 ‘노력하신’ 많은 언론계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지난 3개월을 종합하는 미디어진상이지만 수상자 선정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촛불시위가 50여 일이 넘어서면서 현재 한국 사회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 언론사를 수상자로 정하자는 데 미디어진상 선정위원들(?)이 모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 공공의 적이 되이 있는 언론사가 누구냐구요? 하하. 누구겠습니까. 조중동이죠.

보수우파? NO! ‘찌질이 신문’ 조중동

조중동이 ‘4·5·6월 통합 미디어진상’에 선정된 데에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이들 신문의 왜곡보도는 뭐 사실 뉴스가 아니죠. 촛불집회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왜곡보도를 종합하면 아마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때도 그랬고, 1987년 6월항쟁 때도 그랬습니다. 촛불집회는 조중동이 저질러 온 수많은 왜곡보도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 조선일보 6월9일자 8면.
왜곡보도 말고 특별한 이유가 뭐냐구요. 일관성 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찌질댄다’고나 할까요. 아니 품격이 좀 떨어진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사실 조중동이 지금껏 정통 보수우파다운 면모를 일관성 있게 유지했다면 나름 ‘좋은 신문’이 됐을 겁니다. 우리 사회는 합리적 우파세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죠. (거칠게 말하면 해방 직후 친일세력이 친미반공주의로 이어지면서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했지요. 문제는 이들이 해방 이후 한국의 기득권세력을 장악하면서 마치 보수를 대변하는 것처럼 자임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통 우파하면 외세를 배격하는 민족주의 노선이 통상적인데, 한국의 보수우파라고 자임하는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미국을 좋아합니다)

만약 이들 신문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몰상식한 우파세력과 일대 ‘전쟁’을 치른다면 한국 사회가 그래도 조금은 진전됐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조중동은 정통 보수우파의 길이 아니라 기회주의적이면서도 권력 영합적인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기회주의적인가. 그건 이번 촛불정국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습니다.

조중동의 기회주의가 한국 보수와 언론을 망친다

지난 6월9일자 조중동의 지면이 대표적입니다. 아마 촛불집회에 대한 조중동의 초기 논조를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상당히 부정적이었고, 배후론이니 반미니 하면서 색깔공세로 촛불집회의 의미를 깎아내리기 바빴죠. 하지만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늘고, 여론의 향방이 조중동에 대한 비판으로 흐르자 이들은 6·10 민중항쟁 21주년을 하루 앞두고 태도를 ‘돌변’합니다. 잠깐 보시죠.

▲ 중앙일보 6월9일자 3면.
<노래·춤 어우러진 ‘축제분위기’ … 심야 시위엔 일부 폭력도> (조선일보 6월9일자 8면)
<쇠파이프(시위대) 휘두르고 방패(경찰)로 찍고 … 80년대로 돌아간 광화문> (중앙일보 같은 날짜 3면)
<평화집회 ‘축제’ 쇠파이프 ‘폭력’ / ‘촛불’의 두 얼굴> (동아일보 같은 날짜 10면)

“사탄의 무리가 판치는” 촛불시위에 조중동이 양비론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축제분위기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 보세요. 독자부수 떨어져 나가고 네티즌들이 광고압박 운동을 벌이니까 ‘놀래서’ 방향을 틀어버립니다.

이후 조중동이 보여준 태도는, 참 뭐라고 할까요 큰 언론사답지 않게 상당히 ‘찌질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광고주 압박운동을 펼치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 운운하질 않나, 자신들의 건물이 시위대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경찰이 청와대만 지키고 있으니 1면에다 대고 ‘왜 청와대만 지키냐’고 항의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1면에서 ‘지른다고’ 바로 당일 경찰버스가 동아와 조선일보를 에워싸는 건 또 뭔가요. 이러니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로부터 ‘대한민국 경찰이 조중동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을 받지요.)

▲ 동아일보 6월9일자 10면.
지금 조중동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열심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라고 윽박지릅니다. 정부와 경찰을 향해서 말이죠. 아미 이 같은 태도 이면에는 시간이 지나면 촛불은 자동 꺼진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확신감과 자신감이 좀 부럽긴 합니다만, ‘길고 짧은 건’ 지나봐야 압니다. 지금 촛불시위대는 특히 그렇습니다.

50여일이 넘게 이렇게 ‘평화적으로’ 촛불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는 그런 사례가 있을까요. 혹 있을지 몰라도 지금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촛불이 세계사적으로 이례적인 건 분명합니다. 단정을 피하고 좀더 차분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확신에 차 있는 듯한 조중동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어쩌면 조중동의 ‘찌질대는 모습’을 앞으로 여러 번 목격할 지도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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