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3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뉴스1)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3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갈등의 치유, 소통이 시작입니다’ 섹션에서 이루어졌다.

샌델 교수는 “최근 시장의 역할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는 하나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냉전을 잘못 읽고 ‘자본주의 내에서도 시장경제 이외의 어떤 대안도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도시 내에서도 시장과 시장 관계가 운영되고 이것이 사회, 문화적 규범, 도덕적 원칙 등에 다양한 형태로 작용된다”며 “시장경제라는 도구의 이점을 사용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규정하지는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또한 “지적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가 단순하고 이런 하나의 시스템, 체제가 사회에서 똑같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동의했다.

박 시장은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생태계의 거대한 체인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사회도 마찬가지”라며 “수많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생각, 사회적 실천 방식이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으므로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처럼 다양한 생각이 새 창조와 대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론 수단의 발전에 따라 (사회가) 하나의 보편적인 생각으로 통일되어 가는 어찌 보면 위험한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며 “우리 역사 속에는 다양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생각들이 전개되어 왔는데 그야말로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만이 유일하게 사회를 지배해 버리면 여러 문제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다행스럽게도 세상에 많은 사회에서 하나의 톤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 그것을 실천하는 흐름과 사람을 많이 발견했다”며 한국의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재단, 영국 런던의 영 파운데이션 등을 예로 들었다.

샌델 교수는 “한국의 인상 깊은 점은 (다양한 흐름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의와 경제민주화, 평등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정계와 여러 분야에서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샌델 교수는 “여러 국가를 다녀 봐도 정의에 대한 개념, 시장의 도덕적 한계, 개인 생활과 공공생활의 한계와 같은 거대한 과제와 질문을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엄청난 경제성장기를 거치고 거대한 과제를 공론화하는 만큼 논의를 통해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한편 박 시장은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서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서울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답을 주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서울의 명예시민이 되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서울에 올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며 “서울의 친한 친구로 남고 싶다”고 화답했다.

샌델 교수와 박 시장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로, 사회적 정의의 실현에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이 지속적인 만남의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샌델 교수는 지난해 6월 박 시장과 함께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함께 찾아 쌍용차 사태 이후 사망한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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