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지난 대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이었고, 대선 이후부터는 민주당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연일 '폭로' 수위를 높여 갔다. 국정원에서 요주의 인물로 감시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나온다. 민주당 안행위 소속 비례대표 진선미 의원을 만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최근의 심경과 초선의원으로서의 소회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5월 30일에 진선미 의원실에서 이루어졌다.

▲ "시간을 되돌려 지금 나온 증거를 그 때 확보할 수 있었다면 역사는 뒤바뀌지 않았을까?" ⓒ미디어스

미디어스(이하 ‘미’): 대선 전 국정원 직원의 선거 개입 문제를 이슈로 만들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해 본다면?

진선미(이하 ‘진’): 제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기억을 되살려 보면 윤 목사 사건이나 다른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선관위도 그런 걸 받겠지만 당에도 이러저러한 의혹들이 있을 때 제보가 들어온다. 그런 걸 받을 때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특히 선거법위반 사건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정 기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을 테고, 그 이후 문제의 그 날 문제의 현장을 전격적으로 급습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쪽에서 증거를 다 정리해 버리면 발견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5~6개월 지난 지금 시점에서 그 시간을 되돌려보면 지금 나온 것만도 그 때 확보할 수 있었다면 역사는 뒤바뀌지 않았을까?
: 그런데 민주당이 추가 제시할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오피스텔로 급습을 해서 대선에 더 도움이 안 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경찰도 개입사실이 없다는 수사결과를 긴급 발표하지 않았나? 그래서 민주당이 확보한 증거란 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다들 궁금해 한다. 어느 정도 증거를 잡고 문제제기에 나선 상황이었나?
: 당시 내 역할이 후보님을 수행하는 대변인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상황을 정확히는 몰랐다. 아주 예민한 문제라 몇 사람 정도만 알았던 건이다. 다만 현장에서 증거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그 날 현장에서 제대로 안 되어 아쉽다. 현장에서 증거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국정원 직원이 문을 닫고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증거를 인멸했던 것이다. 그래서 연쇄적으로 밝힐 수 있었던 것을 못 밝혔다. 증거가 없던 것은 아니고 그날 현장에서 증거가 확보가 안 되는 바람에 국면이 뒤바뀌면서 가졌던 것이 제대로 못 쓰였을 뿐이라 생각한다.
: 하지만 국정원 직원의 입장에서야 임무 수행을 하다가 증거 인멸을 하는 매뉴얼이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이해가 안 가는 건 경찰 측의 행동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 봐도 업무로 댓글을 단 것 자체는 팩트이고 이 정도를 밝히는 건 어렵지 않았을 텐데 다른 말을 했다.
: 최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혐의가 새롭다고 하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두 가지가 맥락이었다. 애초 국정원에서 심각한 선거개입이 있었는데 그걸 밝힐 의무가 있는 경찰이 나흘 만에, 그러니까 16일 일요일 밤 열한 시에 검색어 달랑 네 개를 분석하고 의혹이 없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중요한 17일에서 19일까지 사흘 동안 민주당이 구태스러운 정치공작을 했고 인권변호사 출신인 후보가 인권을 침해하고 유린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그 때부터 무려 육개월 동안 내내 국회 안에서 문제제기를 했는데 정말 경찰이 사람을 바보를 만든 상황이 아닌가.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김용판 청장은 너무나 단순하게 답변했다. 경찰의 행위는 전혀 문제 없었다고 말하고 내부적으로 감찰할 생각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4개월 내내 그랬다. 그런데 검찰로 사건이 가자마자 다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의 어려움이 결국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거라 그 과정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 우리 입장에선 알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선 다만 사태를 추측하거나 언론에 비추어지는 것 등을 통해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김용판이 개입한 상황이 너무나 엄청나다. 그런데 김용판 청장은 나나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은 수서경찰서의 담당 조사관에게 단 한 번의 외압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간수사 발표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지금 나온 걸 보면 분석관에 압력을 행사했고 검색어도 열 시간이 걸려야 분석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수십개 검색어를 서너개로 줄인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을 몇 개를 추려내서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기관이 어쩌면 이렇게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가운데)과 김현(오른쪽), 진선미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성한 경찰청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뉴스1)
: 상황이 그렇다면 국회에서 명백하게 위증을 한 상황이 아닌가.
: 물론이다. 그래서 자료를 다 모으고 있다. 위증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황당한 상황이 있었다. 김용판이 경찰청장이고 내가 안행위 소속이라 전화번호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게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 오라고 문자가 왔다. 문자를 보고 열받더라 (웃음). 기념회가 완전히 성황을 이루었다 한다. 그 자리에서도 기자가 그 사건에 대해 물으니 자기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공식 석상에서 매번 그런 식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그들에게 수사를 맡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검찰 조사 두 번만에 고스란히 나오는 상황을 부인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게 발각되는 게 무서워 한 사이버팀장이 자신의 노트북을 지우는 상황이 말이 되는가.
: 종합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보면 ‘오늘의 유머’ 사이트만 작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원에서 최소한 한 팀 정도가 그런 식으로 사이트별로 여론 조작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렇다. 그런데 처음에는 의혹만 있었다. 이런 사건은 근본적으로 사실관계의 확인 자체가 어렵다. 국정원의 모든 업무는 기밀사항이다. 인사가 어떻게 됐는지도 얘기를 안 한다. 정보위 소속 의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거개입의 사실관계를 파악해내는 걸 왜 우리가 해야 하나. 검찰과 경찰이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걸 제대로 하지 않고 입법기관이 이러저러한 루트로 뭔가를 간신히 확보해 확인하고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밝히면 겨우 그 정도 상황을 수사로 따라온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 아닌가.
▲ "선거 국면에서 대북심리전담 정보국이 전면에 나서 여권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일들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스
밝혀진 것만 봐도 결국 원세훈 국정원장이 내부 전산망에 매달 부서장회의 하면서 본인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실현하고자 모든 직원들이 보는 게시판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고스란히 요약해서 올려놓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 그대로 직원들이 댓글을 달았다. 그 내용이 확보되면서부터 우리가 모르던 것들이 하나씩 퍼즐이 맞추어져 갔다. 원세훈 원장의 지시사항이 중심이 되어서, 굳이 그림을 그려보자면 댓글뿐만 아니라 원원장은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부 사 년간 지속적으로 정권의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해 홍보하고 나쁜 여론이나 반대되는 것들은 주저앉히고 좋은 것들만 부각시켜서 여론을 왜곡한 것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난 후 결정적으로 대선 정국이 와서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대통령 단임제니까 그만둬야 하는데 그 뒤가 걱정이었던 것 아닌가. 그래서 정권 재창출이 최대의 목표가 되는 상황이 왔다. 그에 맞는 작업이 계속 유지된 것이다. 그런 정황을 원장의 지시 말씀을 통해 우리는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선거 국면에서 대북심리전담 정보국이 전면에 나서 여권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일들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 즉 선거뿐 아니라 정권 내내 이어진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하는 것인가.
: 그렇다. 그런데 수사가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고 밝히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정원이 그런 것들을 자진해서 다 내놓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바깥으로 들리기에 국정원은 사상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고 이미 많은 것들이 확보됐다 그런데도 검찰 측에선 국정원이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당일에 증거인멸하며 시간을 벌었고 4개월 동안 증거인멸이 이루어져 알고 싶은 사실을 알 수 없게 만든 상황이 아닌가.
: 지금은 사라진 부서지만 국정홍보처에서 이런 일을 했어도 창피한 일이다. 직원이 아닌 척 댓글을 쓴 게 아닌가. .
: 국정원 내부 직원들의 자존심 문제도 있다, 훌륭한 인력을 뽑아가 그런 일을 시켰으니 어찌 납득할 수 있나. 우리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듣기론 국정원에서 정원 관리하는 사람도 그런 일이 이루어지는 걸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 대북심리전이라고 변명했지만 사실 제대로 표현하자면 대남심리전이었다.
: 나는 이런 행위야말로 이적행위라 본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가발전을 하며 판단력을 키우고 그에 의거해서 일해야 사회가 제대로 꾸려지고 발전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행위는 사회 구성원들을 바보로 만든 것이 아닌가. 나는 내 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내 머릿속을 계속 조정한 것이다. 이 후보는 나쁜 후보로 만들고, 다른 후보는 좋은 후보로 만들었다, 이 사업은 좋은 것이고 다른 사업은 나쁜 것으로 만들었다, 다 자기들 판단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왔던 것이다. 사회를 허약하게 하는 게 곧 이적행위 아닌가. 건전한 비판이라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중요한 표현이 다 겉돌고 있는 상황이다.
: 이는 국정원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라 사실 새누리당 차원의 인터넷 대응이 모두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윤목사 사건도 있고, 국가기관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인터넷 여론에 대한 대응이 조작이었단 느낌이 있는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나 이런 부분을 밝혔으면 좋겠다는 영역이 있는지.
: 어디에나 경계라는 게 있다. 정치세력의 입장에선 당연히 우리를 홍보해야 하고 인터넷에서 좋은 것을 널리 알리고 부족한 것은 변호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명하고 이런 식의 홍보 활동이 있는데, 그것과 법을 벗어나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사실은 맞물려 있어 어디까지가 범법이고 어디서부터가 합법인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여당 아닌가. 정권이 유지되고 재창출 되지 않았는가. 현재의 여당이 종전 정권에서 있던 일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선을 긋고 자기들은 그 쪽과 무관한 것처럼 말하고, 여론이 불리하다 싶을 때마다 형식적으로 수사 제대로 하라고 촉구하고 외려 이쪽에 대해 인권침해는 어떻게 됐냐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당은 집권세력과 함께 하는 집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입법부이기도 하다. 행정부와의 긴장 관계 또한 사명이다. 새누리당도 마땅히 이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행정부의 주요 정보기관과 사법기관이 이런 식으로 일한 것이 드러나는데 여전히 진영 논리에 붙들려 있다. 심각한 문제라 그럴 수 있으나 그러면 더더욱 그러면 안 된다.
▲ 민주당 국정원 헌정파괴 국기문란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진선미 의원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압해야 한다는 문건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문건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스1)
: 역설적으로 수사 결과를 보고 안도감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이렇게나 많을까 싶었는데 수사 결과 보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동감이다. 국정원에서 지금 우리가 추가로 밝힌 문건에 대해선 입장을 안 밝히고 사실상 우리 문건이 아니라고 결론 낼 가능성이 많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다만 그 안에서 나오는 내용 중 정동영 의원, 박원순 시장 등에 대한 대처 문제가 있지 않은가? 정동영 의원이 전화가 왔다. 왜 나한테 이렇게 종북이라고 얘기하는지 아이들 얘기하는지를 몰랐는데 알고 보니 국정원의 대응지침이라더라. 그런 얘기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의견을 다수인 양 여론으로 몰아 갔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이런 얘기들을 고발하는 데도 대선 때 너무 힘들더라. 정치를 시작할 때 많이들 말렸다. 나 스스로도 부담인 게 특정한 상황에서 어느 입장 하나를 꼭 갖고 있어야 해서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욕설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스란히 그걸 겪고 있다. 권투로 비유하자면 어퍼컷 뿐 아니라 잽도 아프지 않은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신념을 강화했음에도 나는 아직 완벽한 방어막을, 가드를 치지 못해서 그런지 상처가 계속 벌어진다. 말도 안 되는 욕설을 무시하려 해도 오래 맞으면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몇 달에 한 번씩 침체되는 상황이 온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잘하고는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든다.
: 그런 부분들이 정치의 어려움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일베’가 이슈가 됐다. 요즘은 사람들이 ‘일베’ 논리를 국정원이 차용한 걸 넘어 아예 국정원이 ‘일베’를 만든 게 아니냐고 되묻는 서글픈 상황이다.
: 어제 국정원에 가서 새로운 차장들 만났을 때 그 중 한 사람이 그 얘기를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종북이란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 북한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정도 정의만 되어도 참 좋겠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할 수 있고 토론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요즘 통용되는 종북이라는 말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자기와 입장이 다른, 현 정권이나 여당이 추구하거나 실현하고자 하는 것들에 비판적인 목소리에 다 갖다 붙인다. 누가 그랬다. 만약 북한에서 어느 배우가 멋지다, 영화 잘 만들었다, 그렇게 말하면 그 배우와 영화가 종북이냐고. 유치한 이야기이지만 결과론적으로 말이 되는가. 멀리 있는 사람들이라도 같은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는데 그렇다는 이유 하나로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발전에 큰 해악이다. 그런데 이게 몇 년 전부터 너무나 쉽게 아무나 사용하는 말이 되었고 아무에게나 갖다 붙인다. 오남용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너무 맞아떨어지는 상황 아닌가. 이명박 정권 때부터 끊임없이 종북이란 말로 이쪽을 분열시켰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사회적으로도 만연되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오히려 상당히 계획적이고 집단적으로 전파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1997년 이전의 세계, 정권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다. 이런 실정에서 행정부 조직을 정치적으로 중립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 궁극적으로는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이는 것은 무소불위의 비밀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과 공권력을 가진 사법기관들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들을 해 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꾸어낼 수 있을까. 일단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 내어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하고, 다음으로 그런 일들이 재발할 가능성을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정책적 대안이나 입법이 필요할 텐데 워낙 강대한 권력이 일그러져 있으니 어디서 부터 주워담아야 하는지 좀 암담한 심경도 든다. 내가 입법부 들어오기 전에 변호사로서 십여 년을 살았다. 그 때부터 했던 얘기가 검경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경찰들의 권리를 챙겨주려 했는데, 경찰이 수사 결과를 왜곡하는 일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했다. 그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화가 난다. 경찰청장과 고위직 경찰 공무원들에게, 내가 지금 밝혀지는 사실들을 앞에다 들이대며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냐 어떻게 처리할 거냐를 수개월 동안 물었다. 그런데 그동안 철저히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경찰을 믿고 검찰의 권한을 넘겨 줄 수 있나.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대대한 개혁도 다시 시도해야 한다. 대북파트, 해외파트, 국내파트를 구별해서 볼 때 국정원의 수사권은 폐지하고 국내 정보를 수집할 권한도 배제하고 제대로 된 대북 / 해외 정보만 다룰 수 있는 식으로 재편하도록 입법청원이 된 상태다.
: 국정원을 개혁하자고 하는데 국정원이 어떤 조직인지 일반인들 입장에선 감이 잘 안 잡힌다. 국정원 직원이 몇 명 정도 되나.
: 우리도 모른다.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입법부에도 알려주지 않는다.
: 인터뷰하기 전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이다. (웃음)
: 그렇다. 당장 대선 당시 그런 문제를 터트린 국정원 직원이 어느 부서로 이동했는지도 말을 안 해준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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