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조중동이 MBC < PD수첩>을 공격하는 이유는?
답변 : 여론의 방향을 < PD수첩>의 진실성 문제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 PD수첩>을 집중적으로 ‘두들겨 패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수의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원인제공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시위의 정당성 자체를 무너뜨리겠다는,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과 이명박 정부가 < PD수첩>에 맹공을 퍼붓는 배경에는 ‘의제전환’을 통한 ‘고립화 전략’도 숨어 있다. 미 쇠고기 안전성 문제나 정부의 추가협상 부실함 등에 쏟아지고 있는 여론의 초점을 < PD수첩> 방송의 진실성 문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이다. 이들의 계산대로 현실이 움직여준다면 의제는 자동적으로 전환되면서 < PD수첩>은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 PD수첩>이 고립되는 것이다.

▲ 조선일보 6월26일자 1면.
‘황우석 파문’과 흡사한 양태로 전개되는 국면

그런 점에서 지금 전개되는 ‘미 쇠고기 파문’은 황우석 사태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 MBC < PD수첩>에 대한 조중동의 집중공격 그리고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중동이 지난 2005년 < PD수첩>이 제기한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실성 문제를 취재윤리 위반논란으로 전환을 시도한 것처럼, 이번에도 < PD수첩>의 진실성 문제로 사안 자체를 전환시키려는 점도 비슷하다. 최근 이들이 < PD수첩>과 관련해 쏟아내는 기사와 사설을 보라. 이들의 ‘노력’은 치열하고 집요하다. 그만큼 조중동에게 이 문제는 사활을 걸 만큼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라는 걸 반증한다.

다만 ‘황우석 파문’ 당시와 다른 게 있다면 네티즌에 대한 평가다. 당시 조중동은 네티즌의 < PD수첩>에 대한 ‘공격적 비난’을 ‘황우석 박사에 대한 시민들 지지’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중동에 따르면 이들은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는 자들이고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일탈자들이다.

변수가 놓여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황우석 파문’ 당시에는 조중동을 비롯한 거의 대다수 언론과 정부, 네티즌이 < PD수첩>을 에워싸는 형국이었지만, 지금은 조중동과 정부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고, 대칭점에 네티즌과 시민 그리고 ‘일부’ 언론이 놓여 있다. ‘황우석 파문’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고 때문에 조중동의 ‘의제전환’이 효과를 볼 지는 아직 미지수다.

▲ 중앙일보 6월26일자 1면.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하지만 한 가지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조중동 프레임’이다. 지금 조중동은 ‘미 쇠고기 안정성’과 관련한 문제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하면서 계속해서 < PD수첩>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지금 이들 신문 지면을 보자. 미 쇠고기 문제는 점점 사라지고, 시위대의 폭력성과 불법천지, 그리고 < PD수첩>에 대한 비난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현재 국면에서 이들의 목표가 무엇이고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대칭점에 서 있는 네티즌과 시민 그리고 ‘일부’ 언론(미디어스 포함)의 대응방식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조중동 프레임’ 안에서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조중동이 제기한 시위대의 폭력성과 불법시위 논란 그리고 < PD수첩>에 대한 이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그치고 있다.

물론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대한 비판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 자체가 이미 ‘조중동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들의 주장이나 논거에 비판을 가하는 것 자체가 이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말려드는 꼴이 된다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 PD수첩> 진실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마치 이번 사태의 본질인 양 떠오르게 되면서 정작 미 쇠고기 안전성 문제나 추가협상 부실함 등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많다.

‘황우석 파문’ 때도 그랬다. < PD수첩>이 제기한 논문의 진실성 문제는 가려진 채 ‘취재윤리 위반’이 사태의 본질인 양 조중동은 맹공을 퍼부었고, 대다수 언론의 보도흐름이 이쪽으로 이동하면서 논문의 진실성 여부는 언론의 의제에서 잠시 사라졌다.

▲ 동아일보 6월26일자 1면.
방송사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제 자체가 < PD수첩> 논란으로 전환될 경우 MBC는 물론이고 현재 비교적 ‘공정한 보도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KBS와 SBS YTN이 영향을 받는다. 기억하는가. 황우석 파문 당시 MBC가 < PD수첩>의 후속방송을 두고 극심한 내분(?)이 벌어진 것을. 당시 보도국을 중심으로 후속편 방송에 반대하는 기류가 뚜렷이 감지된 것은 물론이고, 황우석 파문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MBC 구성원들이 보여준 행보는 ‘단일대오’가 아니라 ‘혼선’이었다. 지금 정부와 조중동의 < PD수첩>에 대한 집중적인 압박 또한 이 같은 내부혼선을 겨냥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방송사에 대한 ‘비판적 지지’ 통해 ‘조중동 프레임’을 넘어서자

< PD수첩> ‘오역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지금, MBC가 어떤 입장과 행보를 보일 지 단정하기 이르다. 아직은 < PD수첩>에 대한 지지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미 쇠고기 안전과 정부 추가협상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역시 아직은 ‘밋밋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여론의 흐름이 바뀐다면, 그때도 MBC는 아니 MBC 구성원들은 ‘단일된 행보’를 보일 수 있을까.

그래서 제안한다. 조중동은 당분간 무시하자. 그들은 어차피 설득대상도 아니고 자기성찰 능력을 상실한 ‘기회주의적인 언론’일 뿐이다. 지금은 조중동에 대한 비판보다는 조중동에 영향을 받고 있는 방송사 구성원들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필요하다.

▲ MBC 홈페이지.
이들로 하여금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이끌도록 ‘압박’을 가하자. 일부 시위대가 전경과 경찰에 대한 ‘폭력’을 행사할 때 이를 ‘비판하고’ 자제하는 리포트를 내도록 제안하자. 정부와 경찰을 두둔할 생각 전혀 없다. 하지만 ‘조중동식’은 아니지만 시위대와 네티즌에게 ‘반성과 성찰’의 대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강경대응’으로 맞설 경우 ‘촛불’의 정당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추가협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슈를 끌어낼 수 있도록 요구하자.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고 있는 YTN 구성원들을 위해 지지를 보내자. 그리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월권’과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보도를 계속 주문하자. 조중동은 그냥 짖게 내버려두자. 조중동에 대한 관심을 잠시 거두고 KBS와 MBC SBS YTN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자. 이들이 흔들리면 결국 조중동과 정부 의도대로 국면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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